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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마 May 21. 2016

#20 베트남 여행기

일날 - 하나


 - 굿모닝 그리고 굿바이


아침이 밝았다.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아침에 나는 잘 씻지 않는다.

어차피 헬멧 쓰고, 땀 흘리고 뭐 그러면 다시 안 씻은 걸로 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내가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없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 홀로 여행의 어마어마한 장점인 듯?


1층 로비로 나가니 아침을 해주신다.

Fried noodle with eggs다.

정말 정말 맛있게 먹었다!



대부분의 호스텔, 게스트하우스는 무료로 아침을 주는 것 같다.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제 독일 여자애가 부스스하게 내려온다.



게스트하우스 아저씨에게 오토바이를 타고 호이안으로 넘어가고 싶다고 하니 25달러에 오토바이를 렌트해주고 짐을 원하는 장소로 배달해준단다.

오케이!


짐을 싸서 내려오니 나를 호이안까지 데려가 줄 오토바이가 와있다.


각종 서류에 사인을 하고 큰 배낭을 먼저 호이안으로 보냈다.


게스트하우스 아저씨가 지도를 주시며 가는 길을 알려주신다.

가는 길에 어디 어디를 들르라고 표시도 해주셨다.(실제로 가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아침 9시쯤 출발을 하니 여유롭게 오후 5시엔 도착할 것이란다.


그리고 역시나 또 뜬금없이 자기 여행 자랑을 하시기에 여행 마스터라는 별명을 지어드렸다.

트래블 마스터(travel master)라는 별명이 정말 좋으신지 연신 싱글벙글하시다.



기념사진을 찍고 굿바이를 외치며 머나먼 여정을 시작했다.




 - 여정의 시작


오토바이에 기름을 가득 넣고, 마스크도 샀다.

오토바이는 계기판이 고장 나 속도를 알 수 없는 것과, 발 받침대가 흔들흔들 거린다는 것만 빼면 만족스럽다.



지나가는 길 곳곳에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내가 지나갈 곳을 간단히 말해주겠다.


출발 - 해안가 - 큰 도로 - 산 - 다낭 - 원숭이 섬 - 호이안


자동차가 4시간 52분이다. 나는 오토바이를 탔다.


원숭이산(monkey mountain)은 손 트라(son tra)라는 반도에 위치한 산인데 이게 진짜 골 때린다...


어찌 됐든 후에 시내에서 벗어난 나를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해변! 모래사장!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신기한 게 나는 분명 바다 앞에 있는데 바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냥 우리나라의 해변과 정말 똑같다!


해안가에 있는 마을들을 씽씽 달린다.

정말이지 웅장한 무덤들은 어딜 가나 보인다.



저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있다.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한 보따리씩 들고 있다.

선물을 주나 보다!

나도 후다닥 달려가 본다.


하지만 그건 선물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쌀, 기름, 맥주 등을 나눠주는, 자선행사 같은 것이었다.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이 마을이 굉장히 가난해서 그렇단다.



정말 너무 덥고 배고파 길에 있는 사탕수수 주스를 마신다.

달달하고 맛있다.

베트남에는 이 주스를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것 같다.



다시 끝없는 길과 산길이 이어진다.





 - 무섭고 쓸쓸했던 도로


얼마 정도 달렸을까.

내가 달리던 길이 큰 도로와 합쳐진다.

고속도로 같다.


합류되자마자 마주한 것은 터널...

버스, 화물차들이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를 오토바이로? 게다가 터널인데?


다른 선택권이 없다.

쓰로틀을 최대로 당긴다.

터널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빛이 별로 없어 정말 깜깜하다.

보이는 것이라곤 앞차의 불빛과 저 멀리 보이는 터널의 끝.


정말 1초가 1시간 같았다.

뒤에 차가 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린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트럭이나 버스, 화물차들이 운전을 정말 난폭하게 한다.

뿜어내는 매연은 앞을 가릴 정도이다.


혹여나 옆을 지나갈 것 같으면 속도를 줄이고 최대한 도로에서 떨어졌어야 했다.


배가 고파 길가에 드문드문 보이는 식당 중 하나에 들어갔다.


뭐 그럭저럭 맛은 괜찮다.

 


다시 달린다.

정말 끝이 없다.

엔진이 과열돼서 멈추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계속 달린다.


후에를 출발해서 해안가를 따라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시점까지 외국인을 정말이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 하는 걱정과 함께 쓸쓸함이 나를 엄습한다.

'그냥 버스 타고 갈걸...'


어??? 근데 반대편 도로에서 한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를 지나쳐간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말이 뼈에 사무치게 와 닿는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 계속해서 달린다.




 - 산을 달리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도로도 결국엔 끝이 났다.

이윽고 접어든 산길.

우리나라 대관령 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는 격이다.


살짝 올라가니 오토바이 여러 대가 서있다.

나도 멈춰 주변을 바라보니 랑코 만(Lang co bay)이 보인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광경이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거!



같이 멈춰있던 프랑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출발한다.


여행자들을 만나고, 또 주변의 절경에 취했는지 쓰로틀을 마구 당긴다.


현지인이 모는 오토바이를 추월하는 재미가 있다.



앞에 큰 차가 가로막고 있어 더 빠르게 갈 수가 없었다.

앞질러가려고 튀어나왔는데 맙소사...

반대편에서 버스가 오고 있다.

길은 왕복 2차선이다.(가는 길 1, 오는 길 1)


와 진짜 큰일 났다 하면서 속도를 최대로 높였다.

정말 진짜 간발의 차로 두 차가 겹치기 직전의 사이에서 나왔다.

두 차는 연신 경적을 울려댄다.

진짜 죽을뻔했다.


과속은 위험하다.


이번엔 기름이 없다....

산 정상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다.


이제 경치고 뭐고 없다.

기름 떨어지면 내가 산 정상까지 밀고 가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린다.

하...

눈앞이 깜깜했지만 그래도 갈 때까지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계속 달린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 멀리 휴게소가 보인다.

기쁜 마음에 속력을 최대로 높인다.


도착하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기름이 필요하냐고 호객행위를 하신다.

필요하다고 하니 페트병에 담긴 기름을 가져오신다.

혹시 몰라 기름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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