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꼬Ma Jul 22. 2022

(無)알 수 없는

꼬꼬마의 글공간

사는게 무엇일까

모든게 메말라 무미건조하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을 해도 흥미가 생기지 않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생기지 않고

내가 그나마 누린다고 생각되는 것들조차

전부 부질없다고 생각되었다


항상 마음이 공허했다

마음은 병들어가는데

너는 잘 하고 있다고

너는 잘 살고 있다고

아무 위안이 되지 않는 말들은 수도 없이 허공을 떠돌았다


내 마음을 내가 감당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스스로 다잡아도

불안함은 계속 주위를 맴돌며 칼이 되어

순간순간 스스로를 공격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걱정하고

걱정은 불안함이 되어

항상 무언가 앞으로 크게 터지게 될 것이라며

스스로 무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가며

스스로를 아주 무서운 이야기 속에 가두었다.

 

사람이 무서워지고

사람의 형상이 무서워지고

사람의 목소리가 무서워지고

휴대폰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였다

홀로 고립되는 것만이 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인이 공포가 되고

아무것도 아무 행위도 어떠한 것도 하기 싫었다

쉴 때면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의미를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점점 알 수가 없었다


살기 위해서 하는 짓거리들이

나를 죽여가고 있는데

멈춰도 죽어가고 멈추지 않아도 죽어간다


아무리 병을 치유해도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남아 다시 재발한다


희망의 끈을 잡고 싶었다

앞날이 불안함으로 가득 차 공포스럽다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고 무섭다


사람이 무섭다

세상이 무섭다

사회가 무섭다


나는 살고 싶다..


내 아픔이 누군가와는 같지 않기를

 

 





어느 겨울 친구와 허름한 작은 술집에서 만났다.

잘 지냈냐는 간단한 인사를 하고

소주를 들이켜는데 웬일로 친구는 말이 없었다.

무언가 안좋은 느낌 무언가 안좋은 예감

친구는 두어 잔을 더 들이키더니 입을 열었다.


"죽고 싶다"


친구의 표정에서 보이는 너무나 커다란 어둠에

뭐라고 말하는 것이 차마 옳을 거 같지 않았다.

나의 물음이 더욱 큰 아픔을 줄 것 같았다.


조용히 옆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친구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눈물을 흘렸다.

무슨 일이 그를 이렇게 힘들게 했을까

누군가가 그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궁금한게 많지만 너무나 뻔한 이야기

어떤 일이 그를 그렇게 힘들게 했고

어떤 이가 그를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버린 이야기

그의 아픔을 가늠할 수 없지만

잘 이겨낼 수 없을 거 같은 모습에 살짝 불안함이 올라왔다.


친구는 조금 진정했는지 고개를 들어 건배를 권유하며 말했다.


"너는 별일 없냐"

"항상 똑같지 그냥 살고 있지"


항상 반복되는 비슷한 만남 비슷한 대화에

큰 영양가는 없었다.


"갑자기 왜 울고 그려 사람 무섭게"

"미안하다 최근에 좀 힘들어서"


별로 그 일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 표정에 더 이상의 물음을 멈추고 그날따라 조용히 술을 마셨다.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가는 친구를 불러 얘기했다.


"뒈지지 마라"


친구는 피식 웃더니 가던 길을 갔다.

누군가의 아픔을 가늠할 수 없지만 나와 같지 않을까.







살아있기 때문에 그냥 살아있다

딱히 의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죽으면 세상의 모든 존재가 부질없을진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어디가 목적지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달려야 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무엇을 하기 위해

무엇을 이루기 위해

대체 무슨 이유로 태어난 것일까

목적지가 어디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치열함 속에서 아등바등하는데

목숨이 있으니 살아가는 것일 뿐

도착지점이 없었다


스스로 매일 의문을 던지지만

해답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똑같은 생각이 무한히 반복되고

여전히 해답을 찾기 위해 생각한다


잘 해나가고 있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웃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으시지만

나는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가면을 썼다

나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타인이 이유가 됐다


그건 해답을 찾지 못한 대신 핑계가 되어

그나마 버틸 수가 있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모든게 캄캄했다.

건물을 빠져나와 우산을 펼치고 걷는데 비가 거세게 우산 속으로 바람을 타고 몰아쳤고 구두에 곧바로 물이 차기 시작했다.

면접의 결과는 참담했다.

5명의 면접관이 앞에 앉아 있었고 그중 가운데에 가장 높은 지위의 인간으로 보이는 대머리의 문어를 닮은 면접관은 함께 면접을 보는 세명가운데 가장 이뻐 보이는 여성에게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나에게 온 질문은 면접이 끝나갈 마지막 즈음  "트럭 운전도 가능하죠?"를 끝으로 면접이 끝났다.

바지가 젖어 물이 위로 타고 올라올수록 참았던 화가 치밀었다.

"이런 씨발! 이럴 거면 뭐하러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거야!"

질문하나 받기 위해 차려입고 긴장했던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인생의 주인은 바로 본인일 거 같았는데 조연 중에서도 거의 눈에 잘 안 보이는 밑바닥 조연으로 자본주의 세상에서 고저 작은 일개미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생 시절에는 친구들과 잡담으로 초봉으로 연봉 3천은 우습지 하며 세상을 만만하게 보던 시절이 격하게 반성되었다.

고작 계약직 최저시급이나 벌다가 계약 끝나고 실업급여로 빌어먹으며 곧 그것마저 끝나가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던 참이였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의 면접 결과를 궁금해하며 누구는 연봉이 얼마니 누구는 직장이 힘들다느니 하는 말들을 보니 전부다 불러다가 쌍욕을 갈겨버리고 싶어졌다.

부모에게는 능력 없는 백수 아들로

여자친구에게는 능력 없는 백수 남자친구로

친구들에게는 술 사줘야 할 불쌍한 백수 친구로

마치 세상은 막힘없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는데 나만 뒤처져있고 이대로는 도저히 발끝도 못 따라갈 것 같은 불안함이 요새 계속 지속되어 괴롭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술이나 쳐먹자"

"그래? 이따 저녁에 전화해"

오래된 친구에게는 이렇다 저렇다 굳이 말 안 해도 대충 얘기하면 대략 알아듣는다.

버스가 집에 도착해도 여전히 비는 억수로 쏟아졌다.

우산을 펼치고 버스에서 내리자 젖어있던 옷이 더욱 차가운 느낌이였다.

이왕 젖은 거 다 부질없다 생각되었고 우산을 바닥에 힘차게 던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過去)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