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지역화폐(여민전)를 사용하는데 필요한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러 농협은행에 갔다. 하필 도착한 시간이 12시 13분,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시간에는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으니 양해 바란다’는 게시글도 보였다. 그래서인지 창구가 총 8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직원이 딱 3명만 근무하고 있었다. 내 앞에는 손님이 2명이었는데 한 명은 청년 혜택과 관련된 업무를 하러 온 것 같았는데 해당 창구 직원이 업무에 대해 잘 몰라서, 다른 직원이 옆에서 도와주는 상황이었다. 다른 손님도 자녀 명의 주택청약통장을 만들기 위해 자녀의 영문 이름 스펠링을 전화로 물어보는 것이 빨리 끝날 업무가 아닌 것 같았다.
여민전 카드 발급은 금방 끝날 것 같은 업무인데, 직원 한 명만 잠깐 와서 빨리 처리해 주면 안 될까? 텔레파시를 보낼 때쯤 중년의 은행 직원 한 명이 창구에 왔다. ‘드디어 내 업무를 볼 수 있겠군……’ 하고 기대했는데, 책상에 앉아 배경화면 비밀번호를 묻는 전화를 하더니 “안 되겠네” 하고 창구가 아닌 뒷 편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답답한 마음으로 마스크를 쓴 채 ‘어떻게 안 되겠어?’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참 후 청년 관련 업무를 도와주던 직원이 창구자리에 앉더니 3분 만에 내 업무를 처리해 주었고 내 앞에 온 손님 두 명은 그때까지도 용무를 끝내지 못했다. 몇 분이나 기다렸는지 궁금해서 시간을 보니 딱 13분이 지나있었다. 못난 나, 급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10분의 여유도 없다니 참 못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속에서만 벌어진, 나만 아는 못남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