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과는 별것 아닌 우연도 대단한 인연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시아버지 성함과 C 남동생(직업이 무려 모델 겸 배우)이름이 같은 것, 형부 이름과 C 시아버지 이름이 같은 것처럼 사소한 것이다.
C의 첫인상은 여성스러운 옷이 청순하게 잘 어울리고(여성스러운 옷을 입으면 바로 촌스러워지는 나와 달리)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많아 행동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나도 조심스러운 편이라 항상 생각이 많고 생각이 많다보면 피곤해지곤 하는데 이런 점이 나와 비슷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극내향형인지라 먼저 친해지려는 노력을 좀처럼 하지 않는데 어느 날 점심, C로부터 커피를 같이 먹자는 전화를 받았다. C는 나를 몹시 차분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멋있다고 했다. 완전히 잘못 보았다. 회사에서 일할 때 내 속에서 주체하기 힘든 화 때문에 열불이 나서 숨기느라 힘들 때가 많다. 원래는 여름에만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는 사람인데 회사에선 계절불문 항상 아아만 찾게 된다.
C는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되어 서랍에 보관 중인 글이 몇 개 있는데 아직 발행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내가 브런치스토리가 뭔지는 아는데 작가로 도전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다고 하자, “언닌 책 많이 읽잖아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닌 다음에 만날 때까지 브런치 작가 도전하고, 저는 브런치 글을 발행할게요” 이렇게 말했던 것이 내가 브런치 글을 쓰게 된 계기이다.
책을 읽다 서로가 생각나면 인상 깊은 구절을 공유하기도 하고 소소한 간식이나 영양제를 보내기도 한다. 우리 만남이 지속된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C가 카페에 와서 글을 쓴다는 카톡을 보내면 글 쓰는데 방해될까 봐 짧은 카톡만 바로 보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카톡을 더이상 보내지 않는다. C도 내가 음식점을 예약한다고 하면 휴직 중이니 시간이 많다며 본인이 예약을 하겠다고 나선다.
내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전보다는 C와 만나는 것이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인연의 끈이 이어져 있는지 C의 본가가 이사 간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다. 꼭 자주 봐야만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큰 것은 아닌 것 같다. C와 두세 달에 한 번 볼 정도로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큰 산 같은 어색함을 감수하고 C의 남편도 만나볼 정도로 우리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