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후에도 남편과 내 직장의 거리가 멀어서 주말부부 생활을 3년이나 했다. 드디어 남편이 있는 곳으로 발령이 나서 남편과 같이 살게 되었다. 누가 어떤 집안일을 할지 따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주로 요리와 설거지를 하고(요리하는 유튜브를 즐겨봐서인지 요리를 곧잘 한다) 나는 야간근무 출근 전에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리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혼자 살 때는 ‘더 이상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정도가 되어야 청소를 했는데, 지금은 남편이 퇴근해서 깨끗한 집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고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따뜻하게 쉬라고 미리 전기매트를 켜두고, 몸이 아프다고 하면 항상 아픈 곳을 정성껏 마사지해 준다. 휴대전화를 꺼내 100만 원 정도 되는 미국 주식을 보여주며(아쉽게도 엔디비아 주식을 1주도 아니고 0.1주만 샀다), 이 걸로 돈 벌어서 선물을 사주겠다는 기특한 말도 한다.
웃을 때 뛰어나오는 눈 밑 애교 살, 성실해 보이는 단단한 손도, 말할 때 보이는 작은 옥니도 내 눈에는 다 귀엽다. 눈썹 중에 길게 난 할배 눈썹도 자진해서 눈썹 가위로 잘라주고 싶어지는 걸 보면 이게 사랑인가 싶다.
남편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같이 맛집을 다니고, 카페도 가고, 먹거리 장도 보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다닌다. 같이 있으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 인간관계의 어려움, 주택마련 계획 등 매일 이야기하는데도 항상 할 말이 많다.
남편이 나에게 자주 해주는 이야기는 “멋있다”이다. 경찰승진 공부를 할 때도, 도서관에 책 만 빌리러 가도, 카페에 혼자 가서 책을 읽어도, 브런치 작가 도전을 할 때도, 항상 멋있다고 말해 준다. 남편의 말을 들으면 정말 내가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우리 가정은 우리 둘로도 충분하다. “아이가 있으면 집안에서 웃을 일이 많다”거나 “아이가 없으면 늙어서 혼자 외롭다”라고 주변에서 말해도,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남편과 단둘이 있어도 웃을 일이 많고, 아이 유무와 상관없이 인간은 원래 외로운 법이다. 대한민국이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수많은 이유은 차치하고, 나는 불안과 걱정이 과도하게 많은 타입이라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없다. 이번 생은 자존이 최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