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혜인 Oct 01. 2019

오의준의 탄생과 탄생

[2019 성균관대 하계연극제] <오의준>을 중심으로

오의준의 탄생과 탄생

[2019 성균관대 하계연극제] <오의준>을 중심으로


기고자: 조혜인

기고 마감일: 2019-08-27

    <오의준>(각색/연출 김성현)에 대하여 짧은 단상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어떻게 <오의준>이 올여름 하계 연극제까지 뻗어 나갈 수 있었을까? <오의준>은 하계연극제 플랫폼을 통해 대중 앞에 공개되었지만, 작업은 같은 해 무대연출 수업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연극제의 선발 타자인 <I’m the BOSS>와 동일한 수업 조건, 드라마 스튜디오의 조건 하에서부터 실험된 작품인 것이다. <오의준>과 <I’m the BOSS>는 『오이디푸스 왕』이라는 동일한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그러나 <I’m the BOSS>는 소포클레스가 구축해놓은 플롯으로부터 과감히 다른 노선을 취했지만, <오의준>은 그 플롯을 취함과 동시에 좀비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정치적 사건을 추가한다.


<오의준> 시놉시스 (C)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페이스북


    본 기고문에서는 <오의준>의 플롯과 연극제 공연에 대해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음을 밝힌다. 그 대신, 어떤 과정을 거쳐 <오의준>이 <오의준>으로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고민의 시작점과, 무대연출 발표를 위해 드라마스튜디오를 <오의준> 팀(이하: 팀)과 나눠 썼던 동료 작업자의 시선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사유의 첫 공유는 무대연출 PT를 통해 드러난다. “운명은 없다”(김성현)[1]라는 주제로 제4의 벽을 파괴하려는 실험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고민했다. 드라마스튜디오를 클럽으로 만들려는 연출 콘셉트가 돋보였던 발표였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흥미로운 질문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다양한 장르 중 왜 힙합인가?’, ‘클럽과 힙합이 어떻게 소통의 수단이 되는지?’와 같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힙합은 이민자들의 음악이다. 떠돌이와 같은 오이디푸스의 삶과 연결시켜볼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조혜인)[2]와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나의 운명은 타인이 정제해주는 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운명이 있던 말던 상관없다는 주제가 더 적절할 것 같다는 피드백 또한 나왔다. ‘극장을 클럽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비단 팀만이 고민한 것은 아니다. 이경성 교수[3] 또한 수업 내에서 비슷한 경험에 대해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극장을 진짜 클럽처럼 잘 만들어놓았는데 예상했던 관객수보다 적은 관객이 와서 계획했던 만큼 극장의 클럽화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오의준>의 시작은 연출 콘셉트와 열띤 토론, 경험의 공유를 거쳤다. 그리고 PT 후 다음 주에는 최종 발표를 위한 콘셉트를 실험해보려는 중간발표를 실행했다. 팀은 드라마스튜디오에서 큐브를 깔아놓고 강인호 배우를 오이디푸스 역할로, 윤주희 배우를 아나운서로 등장시켜 어떠한 발언을 해보려는 시도를 거쳤다. 최종 발표가 목전에 다가왔을 때, 팀은 연습을 위해 <진실, 은폐> 팀[4]과 드라마스튜디오를 공유했다. 공간과 오브제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각 팀의 조명 디자이너들이 채널을 어떻게 나누어 사용할 건지에 대한 소통과 행잉 진행까지 일사불란하게 협력적으로 진행되었다. 팀은 래퍼이자 오의준으로 박동수 배우를 섭외하여 연습을 진행했으며, 최종 발표날에는 김성현 배우의 디제잉으로 힙합의 열기를 스튜디오에 채우며 공연을 오픈할 수 있었다. 이때, Face Time을 연상시키는 영상의 활용과 무대 위를 누비는 힙합 아티스트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무대의 구조에 대해 고민을 한 점이 돋보였다. 이러한 콘서트식 공간 연출은 더욱 연출 의도를 부각했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은 스펙터클에 머무르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마지막에 관객 참여를 시키지만 과반수 이상으로 같은 의견을 향해 집합된 관객을 볼 때, 논란의 다양성이 떨어진 지점이 있지 않았는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의준>이 어떻게 올해 하계연극제까지 논-스탑으로 달려올 수 있었는가에 대한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누어보았다. 공연이 성숙해지는 과정은 언제나 수정의 과정을 수반한다. 극단 노마드의 김민경 연출은 권리장전 관객수다에서 아래와 같은 언급을 했다. <하녀들> 공연을 올리면서, ‘설득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수정 과정을 거의 마지막까지 했다’[5]라는 말은 관객을 향한 말이자 작업자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들 또한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까지 탄생의 탄생을 거듭한 것이다. <오의준>에서 탄생해 <오의준>으로 탄생한 <오의준>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이디푸스가 ‘오의준’ 일 수 있기 위해, 동시대 관객에게 ‘오의준’으로부터 오이디푸스가 투영될 수 있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설득하고자 거듭해온 팀의 여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포기하지 않고 처음의 시도를 밀고 나갔던 팀의 지구력에 박수를 보내며 본 기고문을 마무리한다.


미주

[1] 무대연출 PT일시 2019-05-14
[2] 필자는 2019 동계연극제 <창작실험 – 여기에서 저기로> 중 다섯 번째 피스(piece)인 <California> 라디오드라마 낭독극 ver. 를 극작하며, 몸은 캘리포니아 땅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가장 그리운 누군가에게 가있는 한인들의 삶에 대하여 고민했다. 그러한 작업의 과정을 거치며, 극 중 전반적인 배경음악을 힙합 비트를 채택했다. 거기에 더해 캘리포니아라는 웨스트코스트 특유의 경쾌한 현지 분위기 창출에도 기여했음을 제고해본다. 이러한 경험이 떠올라 무대연출 PT시 위와 같은 발언을 했음을 밝힌다
[3] 2019 1학기 무대연출 수업 담당교수
[4] 강래진, 조현진, 조혜인, 최규진 공동연출 작품으로서 무대연출 최종 발표가 이루어졌다. 진실을 밝히려는 자, 진실을 은폐하려는 자의 대립이 돋보이는 플롯이며, 오퍼석의 극 중 개입으로 실험적 시도 또한 포착된다. <진실, 은폐>는 가제로서 최종 발표 후 오랜 시간이 지나 발표 때 사용된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 임의로 짓게 된 제목이다
[5] 권리장전 원조적폐 <하녀들> 관객수다, 2019-08-22


이전 06화 몸, 존재, 그리고 시간에 대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