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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04. 2022

무지개를 찾아서



천 원짜리 커피 사러 잠시 들른 동네 카페의 깊은 구석에서 무지개를 만났어요. 정말 직원들만 다니는 볕이라곤 들 것 같지 않은 구석에서 말이에요.

울퉁불퉁 모난 모양이지만 어둠 속에 있어 여느 무지개보다 빛나고 있었죠.

그저 유리창에 투과된 빛의 굴절일 뿐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지만, 깜깜한 곳에서 반짝이는 무지개가 너무 예뻐 어쩐지 설레어졌어요. '애들이 이거 봤음 진짜 좋아했을 텐데..' 싶은 생각부터 드는 걸 보니 영락없는 애엄마 모양새지만 말이에요.

뭔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운 일이 연달아 생기는 시기, 다들 경험해보셨죠?
앞이 너무 막막해 그저 내일이 깜깜하게만 느껴지는 그런 때 말이에요.

"괜찮아 잘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따위의 진부한 노래 가사도 듣기 싫어지는 그런 때.

그렇죠 희망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살아가다 보니 삶이란 무한 긍정으로 포장하기엔 너무 크고 버겁다는 걸 알게 되어버리고 말았죠.

그래도 그런 나날들 속에서도 아주 작은 기쁨 하나씩은 또 있잖아요?

그런 기쁨들을 모아가며 그렇게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또 '그때도 그래도 살만했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미래가 와 있을 테니까.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아가는 거죠 뭐.

인생이 어린 시절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하지 않다는 걸,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들의 모임이 좋은 삶이라 생각하게 되어 버린 걸 보니 저도 이제 나이를 꽤나 먹었구나 싶은 밤이에요.

12월이네요. 올 연말은 그간 소홀했던 감사한 지인들에게 감사인사를 좀 보내봐야겠어요. 평범한 나날에 작은 무지개를 띄워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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