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터미널 차박

by 한명화

목포에 도착해서 즐기려던 여행 계획은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차 안이 좀 여유로워서 음악을 들으며 내려오느라 쌓인 피로도 풀 겸 쉬며 저녁식사를 위해 즐겨 사용하는 정보 찾기에서 먼저 다녀간 분들의 맛집 추천을 보았다

터미널 주차장에 서있는 차 안에서 보이는 호텔 모텔들의 간판보다 바로 앞에 즐비한 음식점들 중 한 곳이 그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어서 얏호를 외치며 저녁을 먹으러 갔다

메뉴를 보고 맛길 정식을 신청했다 값은 1인당 1만 원

잠시 후 차려지는 밥상은 역시 이곳이 전라도 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기만 해도 침 넘어가는 고등어 무조림, 병어 회, 회 무침, 사진 찍은 후 나온 갈치구이, 배추 동치미, 김치, 파래무침, 연두부에 맛깔스러운 깻잎장아찌, 삭힌 무 무침, 도라지 볶음, 오삼불고기에 생조기 매운탕 등 눈이 휘둥그레져서 외쳤다

'밥은 쪼끔 먹고 생선은 다 먹어야겠다'라고

정말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맛있게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하고 나온 그 집은 터미널 바로 앞 맛길 식당이었다

너무 맛있는 저녁식사 후 넉넉한 마음으로 차로 돌아왔는데 어라 연속극 봐야 하는데 ㅡ

터미널 경비실에 찾아가 연속극 봐야 하니까 채널을 돌려달라 부탁드리니 리모컨을 주셔서 대형 Tv의 화면을 맞추고 앉으니 다른 쪽 시청을 하시던 분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어떻게 틀었데요'

'제가 리모컨 가져다 틀었는데요'

'오메 빽도 좋은가 벼 우리가 말하니까 꿈쩍도 않더구먼'

암튼 터미널의 많은 분들도 그 연속극 애청자들이신 듯 함께 눈과 귀를 모았다

이제 숙소를 결정하기로 하며 차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터미널 주차장 바로옆 부두로 대형선박 산타루치아노호가

들어 오고 있었는데 그 밝은 빛과 선박을 밝히는 빛나는 가로등은 환상적인 멋진 부두의 야경을 선물하고 있었다

이 멋진 야경을 뒤로하고 방에 박혀 잔다는 건 우리에게는 안될 말이다

우린 주차해둔 그곳에서 차박을 결정하고 차 안을 취침 모드로 대충 정리하고 침낭을 덥고 누워 바라보는 야경은 너무 멋있어서 차박 결정은 선물 같은 신의 한 수였다

대형 선박에서 짐을 가득 실은 수 많은 대형 트럭들이 내리더니 밤 9시가 지나자 이제 또 대형 트럭들이 수도 없이 배에 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고속도로를 오갈 때 대형트럭들을 보면 몇 년 전 대형트럭과의 사고 후 뺑소니친 트럭이 생각나 괜스레 무서움에 몸을 움츠렸는데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 분들인가 집에는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까 저처럼 밤배를 이용하고 새벽 시장에 맞추려 길 위에서 지내는 아버지들이고 남편들이구나 라는 생각에 길위 가장들의 고단함에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웠다

선물받은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며 차 안에 누워 밝게 불 밝힌 배와 그 안에 들락이는 차의 행렬 그리고 더 밝게 비추기 위한 휘황한 불빛 차 안에 은은하게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음률 속에 도란도란 정담 나누다 깊은 잠에 빠졌다

무언가 조용히 톡 똑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보니 새벽 1시 30분 차밖엔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의 무섭도록 침입한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있다

봄 비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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