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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대추차를 마시며

by 한명화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반쯤 붓고

대추를 두 홉만큼 넉넉히 넣었다

센 불에 5분쯤

끓어오르는 물소리가 힘차다

불을 줄여 중불에 10분쯤

달콤한 냄새가 코끝에 스며오면

다시 약불에 30분 정도

한 시간여를 푹ㅡ끓이면

주방을 넘어 거실까지 춤추는

달콤한 대추 향이 가득 찰 때

머그컵 두 개에 꿀 한 스푼씩 넣고

펄펄 끓는 대추차 잔에 채워

거실 아랫목 차탁에 올린다


따끈한 아랫목에 담요 덮고 앉아

하얗게 오르는 찻잔 바라보면

입속의 침샘은 아우성친다

찻잔 손에 들고 입가에 대면

달콤한 대추 향은 코로 마시고

달달한 대추차는 목줄을 탄다

창밖엔 푸슬푸슬 눈발 내리고

바람은 겨울이라 노래 부르는데

거실에 아랫목 만들어 담요 덮고 앉아

달콤한 대추차에 감사 담는 것은

젊은 날 열정으로 살았음이려니

히끗한 머릿결 쓸어 올리며

노년의 여유에 감사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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