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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바람 붓

참깨를 볶으며

by 한명화

참깨를 볶는다

무채김치 담으려 참깨를 볶는다

살아생전 해마다 늦가을이면

봉지봉지 담아 가져다주셨던 참깨

삶이 너무 바빠 참깨 볶을 시간 어딨냐며

냉동실 서랍에 잊은 듯 모셔두었었다


참깨 나르시던 어머니는 가시고

참깨 받아 냉동실 서랍에 꼭꼭 채우던 그 딸

이제는 바쁜 삶 다 내려놓고

살림에 재미도 붙여가며

음식솜씨도 조금씩 늘어가고

잊었던 냉동실 서랍 열었다


모셔두었던 참깨 조금만 잠 깨워

깨끗이 세수시켜 참깨를 볶고 있다

어머니 생각에 울컥하며

참깨는 이렇게 볶고 있는데

아직도 참깨는 이렇게 많은데

참깨 나르시던 내 어머니

가신지 수년이 지났구나


톡톡 춤추는 참깨 행여 달아날라

살살 저어가며 노릇노릇 볶아

무채김치 담으며 듬뿍 넣었다

어머니 담으시던 솜씨만 못해도

어머니가 주신 참깨 넣었으니까

진한 그리움까지 담겨 맛이 좋을 거라며

울컥했던 마음 다독여 본다

5월이다

어버이날은 오는데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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