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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Jul 15. 2024

너의 마지막 모습 보며

아침 운동 길

씩씩하게 걸어 도착한 맴돌공원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는데

바로 앞 인도에 비둘기 한 마리

잠든 듯 움직임 없다

까치 한 마리 다가오더니

한동안 가만히 바라본다

까까깍 불러도 대답이 없자

꼬리를 살짝 물어 들어 올리는데

마지막 온 힘 다해

화난 표정으로 날개 펴 들고

까치에게 돌아서 꽥ㅡㅡ소리

멈칫한 까치는 미안한 듯이

성큼성큼 걸어서 멀어져 간다

아! 까치도 걱정이 되었나 보구나


다시 또 잠이 든 듯 움직임 없어

그 모습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바라보던 짝꿍 한마디

명이 다해서 떠나려나 보다

안쓰러운 마음에 다가가 본 비둘기

아주가는 들숨날숨 등을 가늘게 떨며

가쁜 숨 몰아쉬고 있다

비둘기야!

이제 영원히 떠나나 보구나

너의 한생은 어떠했냐고 

조용히 물어보지만

대답 없이 마지막 숨 헐떡인다


그래!

삶은 그런 건가 보다

내가 살던 자리 내어 주어야

후세가 그 자리 채워 가는 것을

그저 왔다 가는 이생의 삶 부끄럽지 않게

잘 살았다 말하고 가야겠지

너의 마지막 모습 보며

나의 지나온 길 조용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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