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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기 Aug 05. 2019

평가의 어려움(2)

평가의 본질을 이해하면 답이 보입니다

일과 평가 행위의 본질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모두가 좀 더 가까이 이해한다면 불만이나 갈등의 원인을 좀 덜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일의 성격에 따라 평가의 어려움도 다를 수 있습니다. 명확한 수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영업이나 제조현장에서는 평가기준 설정과 적용에 대한 당사자들의 관점 차이가 덜 하겠지만 비정형적 업무, 정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과제일수록 수행과정과 수행 결과에 대한 관점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기업활동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조직인 연구개발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가장 소중한 인적자원이 모여있는 곳이고  많은 기업이 R&D에 조직의 미래를 걸고 있습니다.  R&D 조직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여 평가에 대한 얘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R&D 조직에서의 평가는 프로젝트 단위의 평가연구원 개인별 평가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우선 프로젝트 단위의 평가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R&D 활동은 여러 가지 목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기업에서의 R&D는 신제품에 관한 신기술, 제조 방식에 대한 신기술, 기존 제품군의 발전 모델을 위한 기술개발, 기존 제조방식의 개선 즉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이론 또는 실험실 수준에서만 가능했던 기술의 상업화를 도모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 다양하게 추진됩니다. 연구개발 과제가 그 기업의 전략 이행에 얼마나 영향이 큰가에 따라 투자규모나 긴급성, 관심 정도가 다르겠지요.  연구개발 '전략'이라는 말에는 기업이 프로젝트에 갖는 기대와 투자규모, 난이도와 Risk 등이 모두 고려된 것입니다. 기존 모델에서 약간 성능(속도, 사용 편의성, 효과성 등)을 개선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정도에  프로젝트를 전략 과제로 삼지는 않겠지만 영업/마케팅에서 요구하는 긴급성이나 영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 전략적이라고는 하지 못해도 기업 실적을 위한 단기 투자는 신경을 쓸 것이고 결과에도 민감할 것입니다. 단기 영업실적이 계속 부진하면 장기적 전략적 투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R&D 단기 개선과제든 장기의 전략적 과제든 다 이유를 갖고 경영적 판단으로 결정되므로  프로젝트 결정이 된 이상은  모든 프로젝트는 목표 달성이 지상 과제입니다.  그런데 R&D 과제의 성격에 따라 목표 설정이라는 게 제 각각입니다.  개발 기한, 목표 수준의 난이도, 투입자원의 적절성, 연구원들의 역량,  관련 기술의 축적 정도나 정보 습득의 용이성, 팀워크, 경영층의 관심 정도, 근무환경과 연구원들의 동기 등 수많은 요인들이 목표 수립 단계부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성공의 확신을 갖고 추진하는  R&D 프로젝트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목표 달성을 의심하지 않는 정도라면 R&D가 아니겠지요.  

목표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 것인가에 관해 연구개발 조직 내 연구원, 팀장, R&D기획부서, 연구소장, R&D 최고경영자 등이 논의를 통해 전략적 의미를 가지면서 도전적이고 동시에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한 자원 투자 규모를 결정합니다.  전략적 의미가 큰 기술개발, 난이도가 있는 기술개발은 단계별로  연도별로 중간 목표를 세워갑니다.  과제를 실행하면서 목표를 변경하거나 추진 일정을 수정하기도 하는 데 이는 시장 변화, 인접 기술의 개발 진행 정도와 경쟁상대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고 기업 자체의 전략 수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R&D 과제의 목표는 수많은 변수와 불확실성 속에서 결과적 성공을 위한 고뇌의 산물입니다. 그러한

변화무쌍한 업무환경에서 평가기준을 구체화하여 합의하는 과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란 결코 용이하지 않습니다. 당장 목표 수립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마음이 급하고 평가는 나중에 결과를 보고 적절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평가가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겠지요. 기획팀 같은 스텝부서가 이러한 프로젝트 평가기준 수립에 도움을 주고 챙기지만 스텝부서가 평가기준 적절성에 대해 책임을 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프로젝트 목표와 평가 기준에 사인한 소장 또는 경영층과 해당 프로젝트 리더, 팀장이 프로젝트 평가에 대해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 평가는 R&D 결과의 수준별, 구간별 평가입니다.  예를 들면  목표를 100으로 했을 때 "70 이하는 D, 71~85 이하는 C,  86~95 이하는 B,  96~105는 A,  106 이상은 S " 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합니다. 개발 목표가 일정이면  기한에서 얼마나 앞당겼는지, 지연되었는지를 구간별로 정할 것이고  목표가성능이라면 그 성능을 측정하는 지표를 구간별로 정하겠지요. 심지어는 정성적으로 세계 Top 수준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Global Top 수준,  Global 평균 수준, 국내 최고 수준,  국내 평균 수준" 등으로 수준별 평가기준을 정하기도 합니다.  목표 항목은 둘 이상 여러 개 일 수 있으며 각 항목별 점수 비중을 두고 항목별 점수의 합산으로 과제의 평가점수를 정리합니다.  (아래의 예시 참조)

과연 이러한 평가 기준이 연구개발 활동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뾰족한 대안이 별로 없기에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목표 수립은 과연 합리적인가요?  R&D 특성상 아직 해보진 않은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를 예측해 내기 어렵습니다. 경험이나 비슷한 사례를 보고 추정하는 것이죠.   아무래도 경쟁을 의식해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가 쉽죠.  당연히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고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R&D가 아니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자체 R&D  또는 공공기관이 민간에 

의뢰하는 R&D 과제는 실패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실패 가능성에 대한 수용이 안되기 때문에 목표 수립 단계에서 Risk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과거 '휴렛패커드'의 CEO  칼리 피오리나는 취임 후 R&D 조직 첫 방문시  R&D 프로젝트의 성공률이 높고 실패율이 낮은 것에 대해 놀라면서 R&D 조직이 안일하게 일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책을 했다고 합니다. 목표 설정이라는 게 얼마나 다른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시입니다.


목표 설정과 평가 기준 설정의 합리성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제 수행 단계에서의 변수는 또 다른 평가의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과제 수행을 위해 계획된 인력 충원이 많이 늦어지거나  실험설비 및 자재에 금전적 투자 집행이 지연되거나 업무 환경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기거나  퇴직, 질병 등 구성원의 변동이 생기거나  개발 공정에서 협력해야 할 인접 기술 개발이 늦어지는 등 수많은 변수로 개발은 지연되고 결과는 미흡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유능한 프로젝트 리더는 이러한 변수를 어느 정도 범위에서 예상하거나 충분히 극복해가면서 흔들림 없이 프로젝트를 원만히 수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변수가 얼마나 일 추진을 어렵게 했느냐에 따라 

수행 결과에 대한 성취감 인식도 달라지겠지요.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제반 변수와 대처 방식과

그 결과에 대해 얼마나 평가자와 잘 공유하고 있는지가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프로젝트 평가는 평가기준에 담지 못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 수행 상황에 대한 고려사항을 평가자의 "정성적 판단 평가" 항목으로 두어 일정 비중(15~20%)을 평가자 임의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평가기준상의 정량적 결과만으로는 성과 판단의 근거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이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원 개인 평가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평가는 어느 정도 문서화된 목표 합의와 평가 기준을 준비하여 평가를 진행하므로 비교적 평가 과정이 공식화되고 공유됩니다. 연간 몇 차례의 중간보고와 평가에 의해 연말평가 또는 프로젝트 종료 평가에 대한 결과를 예상합니다. 경영자가 참여하는 중간보고 석상에서의 분위기나 피드백을 통해 경영층의 기대와 평가를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연구원 개인평가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우선 프로젝트 참여 인원이 10명이라고 가정할 때  프로젝트 리더외

연구원 9명이 하는 일이 각자 다릅니다. 프로젝트 내에 같은 일을 하는 연구원은 한 명도 없다고 봅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일,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 연구원 개개인에 대해 평가 기준을 수립하여 합의하는 과정을 제대로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는 일이 다르므로 평가기준도 개인별로 전부 달라야 하겠지요.  다른 일을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으니까요.  일이 다른 데 평가기준의 눈높이는 어떻게 맞추어 갈 수 있을까요?

리더는 목표를 달성하는 게 더 중요하므로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우선 생각하며 연구원들의 최적 조합을 찾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개인의 역할과 역량 수준, 목표의 난이도를 고려한 평가 기준은 관심사항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단위의 평가 기준 설정도 만만치 않은 데  연구원 개개인의 평기 기준에 대해 눈높이를 맞추어 만들어 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프로젝트의 목표 수준에 맞춰 반 강제적인 목표 설정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평가기준은 프로젝트 평가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할 것입니다. 연구원이 맡은 일에 있어서 그 연구원의 역량, 경험, 관심, 난이도는 프로젝트 결과 앞에서는 아무런 변명을 하지 못합니다. 

연구원 개인 입장에서는 단기 평가를 위해서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경험이 많은 일, 난이도가 낮은 일, 변수가 적은 일,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유리합니다. 그러나 장기적 성장 발전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도전, 어느 정도 Risk가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고 결과가 좋다면 오히려 기대 이상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리더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부담과 함께 팀원들의 개인 특성, 역량, 관심과 열정, 성장발전 등  많은 것들을 고려하여 업무를 분담시켜야 합니다.  


프로젝트 평가에는 프로젝트 팀의 역량을 고려한 평가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평가는 팀원_연구원의 업무 성숙도를 고려한 업무 분담이 있어야 하고  그에 합당한 목표와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연구원마다 하는 일이 제 각각 다르고 업무 성숙도가 다르기에 개인 평가 기준 설정이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프로젝트 평가처럼 목표에 근거한 평가기준을 개인별로 수립해두고 이를 근거로 평가를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개인 평가를 위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도 의심스럽습니다. 

개인 업무 결과에 대한 사전적 평가기준 수립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그렇다 보니 거의 안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 개인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 없이 평가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나요?  대부분의 경우 표면적으로 눈에 드러나는 개인별 평가기준을 제시하는 경우는 없는 셈이지요.  이런 현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현상을 크게 문제 삼는 조직은 보지 못했고 피평가자도 그런 기대를 갖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서화된 또는 사전에 공식적으로 합의된 평가기준이 없이 개인평가는 어떤 기준에 의해 판단되고 결정되는 것일까요? 팀장 혹은 프로젝트 리더는 아무런 평가기준 없이 연말에 마음 내키는 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일까요?

다시 프로젝트 목표에 대해 상기해 봅시다.  프로젝트 목표는 누가 하든 어떻게 수행하든 달성되어야 하는 프로젝트 팀의 목표입니다.  리더는 이를 수행할 구성원들의 역량과 관심분야와 경험 확대를 고려하여 업무 분담을 시킵니다.  개인별 업무분담 및 목표 합의 과정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난이도, 관심도, 추진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지, 열정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연구원 개인도 이 과정에서 본인이 얼마나 어려운 일, 중요한 역할,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일인가를 인식하게 되고 각오를 다지게 될 것입니다.  리더가 연구원 개인들이 맡은 일의 의미와 목표의 가치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가 결국 평가의 출발점입니다.  팀원들 모두가 같은 수준으로 프로젝트에 기여하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격상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고 어떤 부분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누가 그 일에 투입되는 게 보다 효과적이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인지 판단하여 

개개인에게 기대하는 바를 공유합니다.  

 

리더가 프로젝트 목표 달성을 위해 연구원 개개인에게 기대하는 바 그것이 평가자가 갖는 평가기준이고 동시에 피평가자가 인식해야 하는 평가기준의 Base line입니다.  수준별, 구간별 평가 척도가 명시되어 있는 평가기준은 아니지만  이 정도 수준을 해줘야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는 평가의 Base line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목표 합의 과정 속에는 구두로라도 기대 일정, 중요도, 난이도, 지원사항, 예상 Risk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기대 사항은 과제 수행 기간 중에 수시로 확인시키고 피드백을 해주고 필요하면 수정도 해줘야 합니다. 이는 장기 프로젝트 목표를 상황에 따라 수정해가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다만 단위 프로젝트의 경우 단기 목표에 변경이 잦으면 이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의 피로도나 조직에 대한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가장 중요한 사항은 "개인별 업무 목표 설정 면담을 반드시"  진지하게 하고 연구원의 기대사항도 청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줘야 합니다. 이 과정이 공정한 평가의 출발점입니다.


다음 <평가가 어려움 (3)> 에서는 "원만한 평가 합의에 이르는 길"로  평가에 관한 얘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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