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아득하다.
아무리 그에게 사랑한다 말해보아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사랑의 영역에 속한 말들은 모두 내 무의식의 소관인 듯
그에게 마음이 쏟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를 나에게서 떼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내 옆이 비워진다는 건, 날 또다시 외롭게 할 것임을 알기에
사랑하지 않는 너와 같이 자는 건 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도 혼자 차가운 침대에 파고드는 것보단 너의 품에 파고들어 너의 온기를 나눠 같는 것이
오늘 하루를 따뜻했다. 착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사랑하지 않는다. 말했던 나는
사랑한다. 외치던 너에게 말과는 다르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늘 마음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얼굴과 늘 말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은 표정
그리고 실제 온도보다 더 따뜻한 것 같은 행동으로 진심을 감췄다.
그렇게 난 너를 서서히 지치게 하였다.
네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후
숨을 멈춰봐도, 길을 뛰어봐도
아침에 잠이 들더라고, 저녁에 하루를 시작한다 해도
친구들과 울더라도, 혼자 웃더라도
모든 걸 전부 반대로 해보아도 세상이 재미있지 않았다.
세상을 반대로 살아보니 알 수 있었던 건 단 하나였다.
사랑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사랑하지 않겠다. 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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