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갑자기, 우연히, 문득 문을 두드린다.
박웅현 선생님의 <여덟 단어>에서는 '고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다음에는 막힘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문학, 음악, 그림 등 고전에 대해 알고자 노력하면 어느 순간 그 고전이 내게로 문을 열어준다는 것.
여덟 단어
저자 박웅현
출판 북하우스
발매 2013.05.20.
그림이 내게 문을 열어 준 것은 10여 년 전.
KBS 도전 골든벨 작가로 일할 때였다.
당시 학생들이 풀 문제를 50개씩 내야 했는데 그중 40번대에 필수적으로 난이도 높은 미술, 음악 문제가 들어가야 했다. 그 문제를 내기 위해 고등학교 미술, 음악교과서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그때 미술 교과서를 보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분명 고등학교 때 나도 다 배운 것들인 것 같고 눈으로도 익숙하고 귀로도 들어본 화가와 작품들인데.... 아무 관심 없던 그 작품들에 갑자기 무한한 관심이 생긴 것이다.
문제를 내기 위해 그 화가와 작품들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미술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많은 화가와 그들의 작품들이 내 머리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정말 순식간에 나는 미술에 대해 독파하게 되었고 유럽으로 미술관 여행을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리고 얼마 후.
도전 골든벨을 그만두고 사촌동생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게 됐다.
마침 사촌동생은 미대 출신. 다행히 관심사가 비슷해서 함께 유럽 미술관을 투어 하기로 했다.
가기 전에 나는 각종 미술 관련 책을 구입해 초고속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그때 한 달간 8개국 정도를 돌았는데 주요 도시의 미술관은 다 가 보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뮤지엄>.
모든 작품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직접 봤을 때 그 감동이 배가 되는 반 고흐의 작품들.
책에서만 보던 그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았다.
그런데 한 그림 앞에서 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몬드 나무>를 본 순간 갑자기 그림이 3D로 바뀌면서 내가 아몬드 나무 사이를 걸어 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마치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처럼.
전도연과 황정민이 거닐던 그 꽃나무 길처럼.
아몬드 나무로 만들어진 꽃나무 길을 내가 거닐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너무 신기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심장이 콩닥콩닥했던 그 순간....
그리고 다른 그림들을 둘러보는데 이번엔 사촌동생에게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동생이 고흐가 자살을 시도한 장소
<까마귀 나는 밀밭> 그림을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은 것이다.
사촌동생은 기분이 이상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스탕달 신드롬인가?
뭐 그렇게까지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은 나에게도 동생에게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그림이 나에게 온 이후.
나의 삶은 정신적으로 훨씬 풍요로워졌다.
어느 나라를 가던지 미술관은 내게 항상 즐거움이었고, 새로움이었다.
또한 그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던, 혹은 예술을 향유했던 그때 그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때 그 유럽여행에서 찾아갔던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흔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아직 나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고전,
문학과 음악도
박웅현 선생님의 말씀처럼 언젠가 한 순간에 훅~ 내게로 와 주리라 믿는다.
그러려면 많이 접해야 하는데... 거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언젠가, 훅. 내게 오면 그 안에서 푹 빠져서 헤엄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