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투어버스의 새로운 발견

-쿠바 아바나에서는 꼭 시티투어버스를 타세요.

by 초록풀잎

나에게는 '배낭여행'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패키지여행을 두어 번 다녀본 결과, 나의 성향과 스타일에 전혀 맞지 않았다.


스스로 여행하고 싶은 곳을 고르고, 그곳에 대해 찾고, 알아보는 과정..

그리고 여행을 떠나서 내가 알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그곳을 찾아가는, 그리고 그곳을 느끼는

그 과정을 즐기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배낭여행이 어울린다.


그런 내가 절대로 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시티투어버스 타기다.

시티투어버스는 여행지 선정과,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수단이 그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패키지여행과 비슷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시티투어버스는 일반 교통수단에 비해 편리한 만큼 비싸다.

그래서 그동안 단 한 번도 시티투어버스를 타보지 않았다.


그런데,

쿠바 여행을 준비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아바나에선 시티투어버스를 탈 것을 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교통비가 워낙 저렴한 나라라서 일반버스를 타면 몇백 원에 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자 화폐로 5 쿡(대략 5000원 정도)이나 하는 시티투어버스를 권하는 이유는 주요 관광지를 이 버스 하나로 다 돌 수 있고 편리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나라 물가에 비해 5 쿡은 엄청 비싸지만,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시티투어버스가 대략 2~3만 원인 걸 생각하면 5천 원 정도면 고맙게 생각하고 탈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쿠바 아바나에서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그리고 당연히! 2층에 올라갔다.


2층에 앉아서 보니 시야가 확 뚫린 데다, 바람도 선선히 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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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한 건물들과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시내 곳곳을 누비는 올드카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정말 시티투어를 만끽했다.


IMG_4568.JPG 거리 곳곳에 보이는 체 게바라와 올드카들
IMG_4580.JPG 2층버스에서 찍은 국회의사당


2층 버스가 울창한 나무 숲 사이를 지날 때는 나뭇가지가 얼굴에 닿기도 했다.

나무의 그 신선한 향기까지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바로 이 것!

말레꼰을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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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쿠바를 꿈꿔온 그 이유.


말레꼰...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 방파제는 높이가 낮아서 파도가 시시때때로 도로로 넘쳐 올라오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장관이다.

이 파도의 모습을 보기 위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아침저녁을 막론하고 하루 종일, 말레꼰 주변을 서성인다.

2층 버스에서는

넘실넘실 세차게 넘나드는 파도의 모습도,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말레꼰과 그곳의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난 '이 쿠바 여행이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쿠바 여행 준비하면서 호텔 예약 때문에 애 먹었던 일,

아바나에 도착하기 전에 갔었던 바라데로라는 곳을 왕복하면서 벌어졌던 '쿠바스러운' 많은 일들,

그리고 아바나 도착 첫날 겪었던 까사에서의 불쾌한 기억들..

그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을 이 '풍경' 하나가 모두 날려버렸다.


이 말레꼰을 바라볼 수 있는 풍경 하나면,

그 모든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감내하고라도 이 곳에 올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티투어버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한방에 날려준

쿠바 아바나의 시티투어버스.


누군가 쿠바 아바나로 여행을 떠난다면

나 역시 시티투어버스를 꼭 타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그 시티투어버스가 평생에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을

당신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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