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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Jan 26. 2024

누구나 기대어 가는 순간이 있다

[제목 레시피] 믿을 것은 오로지 글과 독자

'글쓰기란 혼자 또 함께 걷는 길이다'라는 제목을 '나는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로 고치면서 내 안의 고정관념이 바사삭 깨지는 걸 느꼈다. 이명도 아닌데 귀 한쪽 어딘가에서 삐~ 빠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고. 내가 이런 증상을 느낀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2년 전 여름부터 그 해를 넘기기까지 '혼자 쓰는 법'이란 주제로 스무 편 정도의 글을 혼자 썼다. 혼자 글 쓰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글이었는데, 그 글을 쓰는 동안 '혼자'라는 프레임에 단단히 갇혀 있었다. 혼자 쓰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지? 혼자 글을 쓰면 어떤 어려움에 처하지? 혼자 쓰기 어려울 때 내가 시도했던 방법은 뭐였지?


아이디어를 모으는데 '혼자'가 빠지면 뭔가 어색했다. '혼자'만 생각하다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버린 기분이었다. 계속 쓰기가 힘들었다.


제목이 기대는 곳


그런데 나처럼 혼자 글을 쓰면서도 이분은 '나는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어째서지? 그의 말인즉 이렇다. 글을 쓰는 건 분명 혼자의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홀로인 적은 없었다고.

우리 모두 서로에게 기대어 쓰고 있어요.


"홀로 쓰는 당신에게, 내 글에 의심이 들고 포기하고 싶어 진다면 글 쓰는 타인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쓰기는 혼자 하는 일이 맞지만 글로 향하는 길은 같이 걸을수록 풍성해지는 법. 누군가의 문장이 나를 쓰도록 움직였으니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


혼자 쓰는 방에서 나와 글쓰기 모임을 통해 더 풍성해진 삶에 대해 쓴 글이었다. 충분히 수긍이 간다 싶으면서도 '나는 어떤가?' 자문하게 된 것이다. 나는 정말 홀로만 썼을까. 내가 쓴 수많은 글을 정말 나 혼자 썼다고 할 수 있을까. 나 혹은 내 글을 둘러싼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될까.


'나는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는 문장 앞에서 나를 비춰보니 나 역시 한 번도 혼자 쓴 적이 없었다. 내가 쓰는 글들은 대부분 경험한 일을 풀어낸 것이다. 내가 겪은 일을 가만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결코 나만 있지 않았다.




독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2024년 8월 <이런 제목 어때요?>를 출간했습니다. 

이하 내용은 출간된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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