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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Feb 02. 2024

이런 모순 덩어리 제목이... 팔리네?

[제목 레시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모순의 효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제목을 보자마자 기가 막혔다. 이런 제목의 책도 나올 수 있는 거였어? 잊을 수 없는 문장이자,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겪는 10년 동안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이 책이 많이 팔린 건 제목이 팔 할, 아니 구 할은 했을 거라며, 내심 제목 지은 사람의 감각을 부러워했다.


저 비슷한 생각을 나도 언젠가 했던 것 같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쓰러진 지 하루 만에 아버지를 잃은 그 막막한 와중에도 배는 고팠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프긴 하는구나', 꼬르륵꼭꼭 거침없이 소리를 토하는 내 위장이 그토록 하찮게 느껴진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으니. 어떤 일이 닥쳐도 삶을 이어 나가게끔 회로가 설계된 동물. 그러니 백세희 작가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었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엔 직접 보고 듣지 않아도 좋은 건 너도나도 퍼다 나른다.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패러디 제목이 쏟아졌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갖고 싶어' 같은. 출판 업계는 물론, 기사 제목, 제품 마케팅 문구, 강의 소개 카피 등등에서.

팥은 싫지만 곱게 갈아낸 팥죽은 좋아한다. 팥은 갈아야 맛있는 것!

지금 당장 비슷한 내용으로 패러디해 보라면 할 수 있다. '때려치고 싶지만 승진은 하고 싶어', '채식하고 싶지만 치킨은 먹고 싶어', '연애는 하고 싶지만 결혼은 하기 싫어', '아이는 예쁘지만 출산은 싫어'. 만약 제목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떼돈을 벌었으리.

역대급 판매고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알고 보니 이 제목은 출판사 편집자가 아니라 백세희 작가가 직접 지은 거였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었다가 반응이 좋아 종이책으로 출간한 케이스였다지?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왜 이런 제목을 지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독자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2024년 8월 <이런 제목 어때요?>를 출간했습니다. 

이하 내용은 출간된 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aladin.kr/p/Oq6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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