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 제목을 보자마자 기가 막혔다. 이런 제목의 책도 나올 수 있는 거였어? 잊을 수 없는 문장이자,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기분부전장애'(경도의 우울증)와 불안장애를 겪는 10년 동안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이 책이 많이 팔린 건 제목이 팔 할, 아니 구 할은 했을 거라며, 내심 제목 지은 사람의 감각을 부러워했다.
저 비슷한 생각을 나도 언젠가 했던 것 같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쓰러진 지 하루 만에 아버지를 잃은 그 막막한 와중에도 배는 고팠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프긴 하는구나', 꼬르륵꼭꼭 거침없이 소리를 토하는 내 위장이 그토록 하찮게 느껴진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으니. 어떤 일이 닥쳐도 삶을 이어 나가게끔 회로가 설계된 동물. 그러니 백세희 작가도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었겠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엔 직접 보고 듣지 않아도 좋은 건 너도나도 퍼다 나른다.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패러디 제목이 쏟아졌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갖고 싶어' 같은. 출판 업계는 물론, 기사 제목, 제품 마케팅 문구, 강의 소개 카피 등등에서.
팥은 싫지만 곱게 갈아낸 팥죽은 좋아한다. 팥은 갈아야 맛있는 것!
지금 당장 비슷한 내용으로 패러디해 보라면 할 수 있다. '때려치고 싶지만 승진은 하고 싶어', '채식하고 싶지만 치킨은 먹고 싶어', '연애는 하고 싶지만 결혼은 하기 싫어', '아이는 예쁘지만 출산은 싫어'. 만약 제목에 저작권을 주장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떼돈을 벌었으리.
역대급 판매고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알고 보니 이 제목은 출판사 편집자가 아니라 백세희 작가가 직접 지은 거였다.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었다가 반응이 좋아 종이책으로 출간한 케이스였다지?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왜 이런 제목을 지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