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는 제목을 뽑지 않는다. 심는다. 기사를 써 던지면 그 손에서 뚝딱 스트라이크로 꽂힌다. - <유혹하는 에디터> 뒷표지 추천의 말 <중앙일보> 문화 데스크
<유혹하는 에디터>(2009)를 쓴 고경태 기자(이하 존칭 생략)는 출간 당시 영화 주간지 <씨네21> 편집장이었다(그 전엔 <한겨레> esc팀장(매거진팀장), <한겨레21> 편집장 및 기자로 일했다, 한겨레신문 이노베이션랩 실장을 거쳐 현재는 한겨레신문 사회부 기자).
이 책에는 <한겨레> 신문사와 주간지 <한겨레21> 등을 거치는 동안 그가 해 온 '편집' 이야기와 편집과 관련해 해 온 일들 가령, 주간지 표지, 신문광고 카피부터 콘텐츠 기획까지 편집에 대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아쉽게도 책은 지난해 절판되었다).
제목을 '심는다'고요?
내가 고경태를 만난 것은 입사 3년차였을 때인 2005년이었다. 편집 실무야 회사에 들어와서 배우고 익혔지만 다른 곳에서 하는 편집은 어떤지 궁금했다. 특히 온라인 매체 편집기자인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오프라인 일간지 편집기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싶었다. 모르는 게 있다면 배우고 싶었다.
신선한 파를 오래 먹이고 싶었던 걸까. 파를 뿌리째 심어서 준 엄마. 심어준 건 뭐든 마음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젊고, 열정이 넘쳤고, 뭐든 배우고 싶었으니까. 그러면 일을 잘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도. 입사 3년차 일 욕심을 부리기 딱 좋은 때였으니까. 더불어 회사 밖에서 객관적으로 내가 하는 일을 관찰해 보고도 싶었다. 그렇게 세상 밖을 두리번거리다가 그가 하는 '편집기자 실무학교' 강의를 알게 되었다.
고경태는 사실 말을 잘 하는 달변가는 아니었다. 말로 정신을 쏙 빼놓기보다는 자꾸 정신을 놓치게 할 때가 많았다. 말과 말 사이의 텀, 말하는 시간보다 침묵의 시간이 더 잦았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강의를 여는 것을 보면서 '편집'이란 일을 대하는 그의 진심은 알 것 같았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했다. 편집기자가 말을 잘 해서 뭐한담, 편집한 기사로 보여주면 됐지. 고경태는 그가 '편집한 결과물'로 설명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배우는 시간은 일하는 데 활력이 되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며 근속 20년차에 다시 읽게 된 <유혹하는 에디터>는 한 마디로 '책으로 만든 이력서' 같았다(저자의 말에서 고경태는 입사 18년 만에 낸 책이라고 했다).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 똑같은 내용이 달리 이해되기도 한다는데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