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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Apr 05. 2024

37만여 조회의 비결은 제목이 아닐지도 몰라

[제목 레시피] 섬네일의 중요성

스무 편 넘게 제목에 대한 글을 쓰는 동안 기본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복습해 보자. 그 기본이 뭐였을까? 맞다. 글이다. 글에 대한 장악력. 글을 제대로 잘 읽어야 알맞은 제목이 나온다고 했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진 한 장으로 맛이 설명되는 디저트도 있다.

그런데 글 안에서 제목을 뽑지 않을 때도 있다. 언제인가? 사진이 말을 걸 때다. 그때는 네일(엄지손톱 크기로 줄인 사진이나 그림. 인터넷 매체의 경우 섬네일과 제목으로 메인 화면이 구성된다)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뽑는다. 아래 글의 제목을 뽑을 때 ‘네일’의 재미를 톡톡히 봤다.


제목을 뛰어넘는 네일

 

원래 제목은 '아! 달성(達城), 그 토성 둘레 ‘숲길’을 걷다' 였다. 부제 역시 대구 달성공원의 숨은 숲길 ‘토성 둘레길’이었다. 장소를 소개하는 정보성 글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에서 첫 사진에 마음을 빼앗겼다. ‘대구에 이런 데가 있다고?’ 깜짝 놀랐다.


학창 시절 한국지리 시간에 배운 대구와는 다른 이미지였다. 대구는 분지지형으로 여름에 가장 더운 곳이라던데 이렇게 예쁜 숲이 있다니? 경기도에서 나고 자라 대구에 가본 적이라곤 최근 몇 년 두어 번이 전부인지라 전혀 몰랐다. 사진만 보면 영국이나 캐나다, 미국의 어딘가에 있을 법한 그런 공원이었다. 이런 곳이 대구에 있다니. 그래서 내 진심을 담아 제목을 이렇게 고쳤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라고.


그리고 하늘 위에서 찍은 사진을 네일만들었다. 제목이 아니라 네일만 봐도 거기가 어딘지 궁금할 비주얼이었기 때문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37만여 조회에 제목을 뽑은 나도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구글을 비롯한 포털 알고리즘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지역과 관련한 기사인데 소위 ‘대박이 났다’는 글들을 보면 내용이 특별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심플하게 ‘지역’이라는 특수성이 더 크게 작용한 것처럼 보였다. 이 기사가 많이 읽힌 것도 대구라는 지역과 네일이 먹힌 게 아닐까 하는 나름의 추측을 해볼 따름이다.

 

제목에서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게 더 잘 읽힐지도 모르겠다는 팀원들과 제목 스터디를 할 때도 나왔던 이야기다. 그래서 서울보다는 중랑천, 홍제천, 상수동, 연남동이라고 구체적으로 제목에서 밝히려 했다. 적어도 그 동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눈여겨볼 테니까.


제목  줄보다 하나의 사진이 다 말해주는 경우엔 네일을 고려해서 제목을 뽑기도 한다. 이때 부작용이 있다면 네일이 바뀌거나 하는 경우엔 제목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것. 반대로 제목을 다시 뽑아서 네일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네일 하면 잊히지 않는 사건이 하나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편집기자로 일하는 동안 몇 가지 역사적인 순간이 있었는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일이었달까.


당시 본부장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네일 위에 얹을 제목을 공개 모집했는데 그때 내가 제안했던 제목이 반영되었던 것. 거의 날 듯이 기뻤는데 어느 정도로 좋았는지 지금도 정확히 복기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날의 내가 오늘 이 글을 쓸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 SNS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기록해 뒀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문득문득 저릿저릿했던 날. 특히 내가 제안했던 ‘오늘부터 1일’ 이게 진짜 이날 이 순간에 기록될 줄이야... 폴짝 뛸 뻔. 너무 잘 어울리잖아... 놓치기 너무 아까운 순간이라 오늘이 가기 전에 기록. 기록만이 남으니까.


2024년 지금의 남북관계를 보면 6년 전에 저랬던 시절이 진짜 있었나 싶지만 그때의 분위기는 정말이지 약간 과장해서 '통일이 눈앞에 보일 것 같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지 싶다. 기사에 딸린 다른 기사 제목만 봐도 그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런 분위기 탓에 정치 기사와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오늘부터 1일’이라는 다소 튀는 문장을 제목으로 쓸 기를 낼 있었겠지.


사진 보고 한 문장 짓기


네일과 제목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제목은 기억에도 잘 남는다.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 출연했던 배우 배성우씨가 음주운전 사건으로 하차하고 정우성 배우가 급하게 드라마에 투입되었던 적 있었는데 그때 인상적이었던 제목이 바로 ‘배성우 대신 정우성’이었다. 사진과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잘 설명되는 그런 제목이다.


[여적]배성우 대신 정우성 - 경향신문 (khan.co.kr)


이렇게 제목을 뽑는 방법은 플랫폼에 맞게 활용이 가능하다. 블로그는 네일을 지정할 수 있으니 사진에 맞는 제목 뽑기를 실험해 볼 수 있고, 인스타그램을 할 때 제목을 따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제목을 대신해 첫 사진에 어울리는 첫 문장을 센스 있게 쓰면 주목도가 훨씬 높아진다. 다음 문장을 읽고 싶게 만들기 때문이다. 첫 사진에 제목을 대신한 한 줄 문장을 뽑아 넣는 것도 팁이라면 팁.


네일이나 사진을 염두하고 뽑는 제목이라면 당연히 사진 기사나 포토 에세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래 포토에세이의 경우는 ‘자세가 중요해’라는 제목이 달렸는데,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마음의 자세’라는 문장이 생각나 제목으로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목을 잘 뽑는 훈련을 하고 싶다면 사진을 보면서 문장을 지어보는 것도 꽤 괜찮다. 내가 뽑은 것과 남이 뽑은 걸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고(나만 그럴 리 없다). 독자님은 이 사진을 보고 어떤 제목을 지으시렵니까.


[포토에세이] 자세가 중요해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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