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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Apr 26. 2024

제목에는 마침표가 없다

[제목의 이해] 마지막회... 최종, 진짜 최종이 있을 뿐

재밌는 글을 본 적 있다. 글을 재밌게 잘 쓰시는 분인데 문장에 마침표가 없다. 잉? 내가 지금 뭘 보는 거지? 재차 확인해 봐도 문장이 끝나는 표시인 마침표가 없다. 한 번이면 실수인가 싶은데 이건 아니다. 계속 없다. 마침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침표를 찍어나가면서 생각했다. 왜지? 몰라서는 아닐 텐데... 글을 잘 쓰시고, 글쓰기 강의도 하시는데 왜 마침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침표가 없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직접 물어봤다. 편집기자는 그래도 된다. 왜냐면 너무 이상하잖아.


"왜 마침표를 안 찍으신 거예요?"

"아... 그거 제 습관이에요."

"네? 뭐... 앗 그런 습관도... 있군요... 그래도 마침표가 있어야 하는 건데... 찍어주시죠."


마침표를 안 찍는 게 습관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한 답변에 적잖이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침표를 찍지 말아야 할 문장도 있다. 바로 제목이다. 문장에는 마침표를 찍어야 하지만 제목에는 찍지 않아도 된다. 왜 제목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을까? 이런 거 나만 궁금한가? 찾아봤다. 오래 전 기사 하나가 검색되었다. 시 제목에 대한 질문이지만 일반적인 제목에 관한 글로 봐도 무방하지 싶다.


[지식 수사대] 왜 시(詩) 제목 뒤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을까?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등을 문장부호라고 한다. 문장부호란 문장 각 부분 사이에 표시하여 논리적 관계를 명시하거나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하여 표기법의 보조수단으로 쓰이는 부호이다. 즉 문장부호를 만든 목적이 문장의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것인데, 제목은 문장이 아니다. 간혹 문장 형식으로 쓰인 제목도 있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이 없다. 만약에 제목에도 이어지는 문장이 있을 경우 앞뒤 사이를 표시하여 논리적인 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제목은 뒷 문장이 없으므로 문장부호를 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간혹 긴 문장 형태로 된 제목일 경우, 중간에 반점, 따옴표, 줄표 등을 쓰기도 하지만 마침표(온점, 물음표, 느낌표)는 쓰지 않는다. 다만 현대 작품의 경우 독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물음표나 느낌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2005년 언론기사 인용.


나는 종종 제목도 문장이라 표현했는데 이 글에 따르면 제목은 문장이 아니기 때문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단다. 문장이냐, 아니냐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나는 제목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것이 제목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슨 말이냐면, 제목에 '마침'이라는 게 있을까 싶어서다.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제목을 '결정'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마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거다. 가장 나중에, 가장 좋은 것을 취하는 것이지 않나?


즐거움에 끝이 없는 것처럼 제목에도 끝이 없다. 최종, 최종 선택만이 있을 뿐. 최종 버전으로 지어놓은 제목도 하루가 지나 다른 더 좋은 제목이 떠오르기도 하고, 별로였던 제목이 어느 타이밍에는 딱 맞는 제목이 되기도 하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브런치북 '제목 레시피'에는 마침표가 있다.


지난 1년 격주마다 꼬박 공들여 썼다. 더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재는 이쯤에서 마칠까 한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편집자 눈에 발견되어 올해를 넘기기 전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그 책의 제목 또한 최종, 최종을 거쳐 진짜 최종으로 결정되겠지만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쓸모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ps. 부족한 글에 보여주신 많은 관심 감사했습니다. 곧 다른 연재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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