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를 묻다
'의미' (意味)
1. 말이나 글의 뜻.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그리 길지도. 그렇다고 그리 짧지도 않은 생을 살아온 내게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의미' 찾기였던 것 같다. 이를 과거형으로 기술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게 삶의 가장 큰 화두는 '의미 찾기'이다.
'의미'.
어찌 보면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생활에 있어 '의미'만큼 우리 생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실체적 개념 또한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우리는 각자의 의미를 찾아 이 고단하면서도 험난한 생을 견뎌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자신의 생 한가운데에 '가족'이라는 의미를 두고 자신의 삶을 그려나갈 것이고, 또 누군가는 '성공과 출세'라는 의미를 목표 삼아 부단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부끄럽지만, 한때 예술가를 꿈꾸던 내게는 바로 '나'라는 존재 그 자체가 삶의 의미였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일이지만, 정말 그때는 '나'외에는 세상에서 중요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하기에 지극히 어리석고 미숙한 소양으로 나는 어떻게든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원했고, 실제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기이한 신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생에 마일리지가 조금씩 쌓여가면 갈수록 그동안 내가 그토록이나 깨닫고자 애써왔던 삶의 의미가, 내 존재 자체의 그 의미가 한낱 외부세계에서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아가고 있다.
이는 흡사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에 등장하는 죄수가 느끼는 혼란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 평생을 동굴 안에 갇혀 모닥불 뒤로 펼쳐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그것이 자신의 진짜 실체라고 여기며 살아온 죄수들이 있다. 어느 날 그 죄수들 중 한 명이 풀려나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고, 그 죄수는 바깥세상에 햇빛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자기가 봐 왔던 것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평생 자신들이 실제라고 믿어 온 것이 실은 모닥불에 비쳐 생긴 그림자일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동굴 안에 갇혀 지냈던 죄수들이 감당할 고통과 놀라움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일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나는 여전히, 내가 사슬에서 풀려나 동굴 밖으로 나가 밝은 세상을 보게 된 죄수 쪽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미처 그 실제를 알지 못한 채 동굴벽에 비춘 그림자가 자기의 실제라고 믿게 되는 죄수 쪽에 가까운 사람인지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느 순간엔 진짜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다 깨달은 것 마냥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는 '현자'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금방이라도 다시 우매하기 그지없는 동굴 속 죄수가 되어 이렇게 묻곤 하기도 한다.
"신이시여, 왜 제게 생명을 주신 건가요?"
딱한 거로 따지자면 누구든 보기만 해도 혀를 차고 말 지경으로 애절한 모습을 하고 애원해도, 신은 내게 여태껏 쉽게 그 답을 내어준 적이 없다.
오히려 나의 간절한 외침이 더해질수록 더욱 선명히 들려오는 음성은 단지 이것 하나일 뿐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자기가 왜 하필 인간으로 태어나 희로애락의 온갖 감정과 육신의 쾌락과 고통 속에 한 생을 불태우다 허망하게 꺼져버려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 그 바람 자체가 참으로 오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엇이 됐든 간에 상관없이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우매하고, 충동적이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다는 속성을 지난 채 살아간다.
그런 미약한 존재가 기껏해야 100년도 안 되는 삶을 살아가면서 생의 의미, 자신의 존재 의미 여부를 명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그것은 흔하디 흔한 범부에 불과한 나로서는 도저히 다다르지 못할, 닿지못 할 경지의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뇌하는 인간이기에, 번민하는 우자이기에 미련스럽기 그지없게 오늘도 그 의미의 단 1/100이라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없을까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 생애 유일한 화두이자 큰 숙제가 되어버린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삶의 끈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그래도 끝내 그것을 성취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눈 감는 날이 나를 찾아온다면...
그때는 그냥 이렇게 외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구심을 가졌고,
고민했고,
반성했다.
그리고 노력했다.
그러니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