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의미

존재의 의미를 묻다

by 꿈꾸는 카프카

'의미' (意味)

1. 말이나 글의 뜻.

2.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3.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


그리 길지도. 그렇다고 그리 짧지도 않은 생을 살아온 내게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화두였다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의미' 찾기였던 것 같다. 이를 과거형으로 기술하긴 했지만 여전히 내게 삶의 가장 큰 화두는 '의미 찾기'이다.


'의미'.

어찌 보면 다소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생활에 있어 '의미'만큼 우리 생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실체적 개념 또한 없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우리는 각자의 의미를 찾아 이 고단하면서도 험난한 생을 견뎌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누군가는 자신의 생 한가운데에 '가족'이라는 의미를 두고 자신의 삶을 그려나갈 것이고, 또 누군가는 '성공과 출세'라는 의미를 목표 삼아 부단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부끄럽지만, 한때 예술가를 꿈꾸던 내게는 바로 '나'라는 존재 그 자체가 삶의 의미였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일이지만, 정말 그때는 '나'외에는 세상에서 중요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하기에 지극히 어리석고 미숙한 소양으로 나는 어떻게든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원했고, 실제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란 기이한 신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생에 마일리지가 조금씩 쌓여가면 갈수록 그동안 내가 그토록이나 깨닫고자 애써왔던 삶의 의미가, 내 존재 자체의 그 의미가 한낱 외부세계에서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아가고 있다.

이는 흡사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이 말한 '동굴의 비유'에 등장하는 죄수가 느끼는 혼란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때때로 동굴 안에 갇혀 사는 죄수가 된다


여기, 평생을 동굴 안에 갇혀 모닥불 뒤로 펼쳐진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그것이 자신의 진짜 실체라고 여기며 살아온 죄수들이 있다. 어느 날 그 죄수들 중 한 명이 풀려나 동굴 밖으로 나가게 되고, 그 죄수는 바깥세상에 햇빛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 자기가 봐 왔던 것이 허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평생 자신들이 실제라고 믿어 온 것이 실은 모닥불에 비쳐 생긴 그림자일 뿐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동굴 안에 갇혀 지냈던 죄수들이 감당할 고통과 놀라움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충격일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나는 여전히, 내가 사슬에서 풀려나 동굴 밖으로 나가 밝은 세상을 보게 된 죄수 쪽에 가까운 것인지, 아니면 미처 그 실제를 알지 못한 채 동굴벽에 비춘 그림자가 자기의 실제라고 믿게 되는 죄수 쪽에 가까운 사람인지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어느 순간엔 진짜 세상의 모든 진리를 다 깨달은 것 마냥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는 '현자' 코스프레를 하다가도 금방이라도 다시 우매하기 그지없는 동굴 속 죄수가 되어 이렇게 묻곤 하기도 한다.


"신이시여, 왜 제게 생명을 주신 건가요?"


딱한 거로 따지자면 누구든 보기만 해도 혀를 차고 말 지경으로 애절한 모습을 하고 애원해도, 신은 내게 여태껏 쉽게 그 답을 내어준 적이 없다.

오히려 나의 간절한 외침이 더해질수록 더욱 선명히 들려오는 음성은 단지 이것 하나일 뿐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지금 여기에 있다."

생각해보면, 인간이 자기가 왜 하필 인간으로 태어나 희로애락의 온갖 감정과 육신의 쾌락과 고통 속에 한 생을 불태우다 허망하게 꺼져버려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 그 바람 자체가 참으로 오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엇이 됐든 간에 상관없이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우매하고, 충동적이고,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다는 속성을 지난 채 살아간다.

그런 미약한 존재가 기껏해야 100년도 안 되는 삶을 살아가면서 생의 의미, 자신의 존재 의미 여부를 명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그것은 흔하디 흔한 범부에 불과한 나로서는 도저히 다다르지 못할, 닿지못 할 경지의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뇌하는 인간이기에, 번민하는 우자이기에 미련스럽기 그지없게 오늘도 그 의미의 단 1/100이라도 무언가를 찾아낼 수 없을까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있다.

내 생애 유일한 화두이자 큰 숙제가 되어버린 그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도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삶의 끈을 쉽게 놓을 수가 없다.


그래도 끝내 그것을 성취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눈 감는 날이 나를 찾아온다면...

그때는 그냥 이렇게 외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의구심을 가졌고,
고민했고,
반성했다.
그리고 노력했다.
그러니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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