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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짜 세계에 살고 있을까?

조회수 10만 달성의 기록과 소회를 밝히며...

by 제주 아빠

* 표선 해수욕장 상공에서 바라본 표선면


7월 28일 브런치 작가 활동을 시작한 지 43일 지난 어제 총 조회수 10만을 달성했습니다. 글에 앞서 117명의 구독자(9월 9일 기준)와 우연하게 저를 스쳐 지나가셨던 수많은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을 드립니다. 조회수 10만이라는 숫자는 저에게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야기 7.0으로 시작했던 저의 첫 인터넷 생활은 바람의 나라, 버디버디 등을 거쳐 대학생 땐 싸이월드로 이어졌습니다. 아마 이때까지도 저와 관계를 맺은 수많은 인터넷 속 친구들 혹은 제 미니홈피 방문자들은 다해도 2만 명이 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싸이월드를 접을 때 시점에 20,000이 채 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을 모두 다 더해도 제 페이지의 총 방문자 숫자는 아마 5,000도 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제가 10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는 것은 참으로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다시 한번 구독자 분들과 조회해주신 독자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빨간약과 파란약(이미지 출처 : 네이버)


파란약을 먹으면 여기서 끝난다. 침대에서 깨어나 네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돼. 빨간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끝까지 가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는 우리에게 현실세계가 진짜인가에 대한 의문을 만들어냄으로써 당시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 지 21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는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으며 각종 음모론과 인포데믹의 상황을 맞이하며 진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진짜인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곤 합니다. 기독교 신자인 저로서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안에 있다고 표현을 할 테고 믿지 않는 무신론자라고 하더라도 어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우리 세계가 충분히 '조작'될 수 있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최근 이슈가 된 아야 소피아 성당. 이슬람 사원이 돼버린 이 성당은 한 꺼풀만 벗겨내면 천주교 성지가 됩니다. 권력자에 의해 마음대로 조작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그런 상황들을 일부 겪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은 2010년 어느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소위였던 저는 당직사관 근무 중 무전기를 통해 초병에 의해 부대 밖 집 근처에서 불이 났다는 보고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축사에서 발생한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데다가 불이 바로 옆에 있는 소의 배설물 더미로 옮겨 붙으려는 상황을 목격합니다. 겨울이어서 표면은 얼어있지만 분명 내부는 메탄가스가 가득히 있을 것이고 자칫 폭발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이야!"라고 수차례 외쳤지만 축사 옆 가정집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불이야!"라고 외쳤고 그제야 어르신이 놀란 얼굴로 뛰쳐나왔습니다. 다행히 인접 중대 당직사관이 119에 신고를 했었기에 소방관이 출동을 했고 큰 재산, 인명피해 없이 상황은 마무리됐습니다.


당시 연합뉴스 기사. 가장 오른쪽이 필자.(출처 : 구글)


이 일이 있은 후 이 일에 대한 기사가 네이버 포털 메인에 뜬 것입니다. 지금도 구글에 '이희성 소위'라고 치면 이 기사가 나옵니다. 네이버 포털 메인에 기사가 뜨자 평상시 연락 없던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오고 여러 칭찬과 격려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소방관분들은 평상시에 이런 일들을 하시는데 별것 아닌 일에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모든 사건이 다 인터넷에 뜨는 것은 아닐 텐데 어떤 것은 뜨고 어떤 것은 뜨지 않는 것은 도대체 어떤 선별 과정에 의함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마찬가지로 브런치에 제주 살이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몇 차례 제 글이 에디터 픽에 선정되어 브런치 메인에 뜨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몇 개의 글은 저는 보지 못했으나 유입 경로를 봐서는 다음 포털 메인에 뜬것이 분명했습니다. 이럴 경우 단기간에 조회수가 급증합니다. 어떤 원리 혹은 기준에 의해서 그 글이 뜨는지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부동산과 관련한 글, 맛집과 관련한 글, 반려 동물과 관련한 글이 모두 다음 포털에 뜬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최근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글을 의도적으로 띄우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작 제가 쓰고 싶던 저의 에세이는 대중에게는 별로 흥미 없는 글일 뿐이지요.


전원주택의 삶에 관한 글이 가장 높은 조회수를 차지했고 에디터 픽에도 전원주택 관련 글이 많은 것은 코로나 19와 '구해줘 홈즈'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조회수 10만을 달성했다고 하지만 사실 한 개 글이 44,000을 넘는 조회수로 전체 조회수의 약 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원주택의 삶에 대해 쓴 글입니다. 다른 두 편의 글이 각각 2만, 1만을 훌쩍 넘겨 사실상 전체 글의 70%를 상회하는 조회수가 단 세편의 글에 의해서 이뤄졌습니다. 다른 글들은 제 구독자수와 근접하거나 조금 더 많은 수준입니다. 포털에 뜨거나 에디터 픽에 게시되어 누군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굳이 글을 찾아서 읽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브런치 글을 종종 읽지만 제가 구독 중인 작가분들의 글 아니면 에디터 픽에 게시되는 글을 읽는 정도가 전부죠. 알게 모르게 저는 제 선택에 의함이 아닌 누군가의 선택에 의한 세상 속에 갇혀 있게 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10만의 조회수는 단 하루 만에 달성하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제목이 조금 더 자극적이거나, 사람들이 정말 관심을 많이 가질만한 글을 쓴다면 말이지요. 하지만 저는 세상 사람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저를 스쳐 지나갔던 독자분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아마 그분들도 역시 부동산 정책이나 집을 구하는 것 등에 관심이 있어서 제 글의 제목만 보고 누르셨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내 실망하고 스크롤을 내리다가 읽는 둥 마는 둥 다른 페이지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가족의 제주 살이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또 그런 글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첫 번째 글을 읽고 두 번째 글을 읽어 봄 직도 한데 44,000여 명의 독자가 조회를 하셨음에도 그 전 편 혹은 후 편의 글 조회수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 아 지루하다. 재미없어.'(출처 : Unsplash, Tony Tran)


한 마디로 재미가 없는 글이었다는 판단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너무 자학적인 생각이라고 평가하신대도 좋습니다. 저는 원래 비판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처음부터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앞서 제가 다른 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 생각의 편린들을 그저 배설해놓는 것이 저의 엄청난 즐거움이었기에 이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다음 포털에 몇몇 글이 등록되는 바람에 일시적이나마 공공성, 대중성 등을 띄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금 진짜 세상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님께서 코로나 19 사태를 진짜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자 외신 기자들을 정리한 내용을 발간하신 바 있습니다. 내부 시선이 아닌 외부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인포데믹의 상황에서 진짜와 거짓을 분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분이 정리한 외신 기자들의 기사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것 또한 모를 일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세상은 사실 너무나도 무한에 가까운 일들이 일어나는데 언론에서 다룰 수 있는 즉, 보이는 현상들은 너무 유한하기 때문이죠. 마치 제 부족한 졸필들이 갑자기 다음 포털에 떴다는 이유로 조회수가 급증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조회수 급증!(출처 : Unsplash, Jungwoo Hong)


브런치에 하루에도 수백, 수천 편의 글들이 올라오는 듯합니다. 그중 도대체 어떤 글이 포털에 오르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포털에 오르지 못한 글 중에서도 분명 보석과 같은 글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사장되는 경우가 흔하겠지요. 아무리 위대한 능력을 가진 편집자분들이 좋은 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세상의 모든 작가들이 쓴 글을 다 읽어볼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유명 작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글감 등이 우선적으로 발굴되겠지요. 그렇게 발굴된 글들이 편집자의 손을 거쳐 예쁜 표지와 함께 발간되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와 같은 대형서점의 가장 잘 보이는 '베스트셀러' 진열대에 올려질 것이고 그것이 곧 진짜이건 가짜이건 '베스트셀러'가 될 것입니다. 물론 생각보다 독자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졸필은 금세 알아챌 수도 있지만 결국 책도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준 높은 독자들만 보는 것은 아니라 졸필이어도 인기에 힘입어 판매가 잘 된다면 그 또한 좋은 책이 돼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요.


그래서일까요. 위대한 작가, 위대한 삶을 사는 명사들은 세상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상을 개척하시는 분들입니다. 이전에 없던 것을 경험하거나 만들어내는 것. 그로써 지금까지 알던 우리의 세상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삶을 사시는 분들이 진정 이 시대의 '네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걸 우리는 독창성 혹은 originality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저 역시 지금은 졸필 작가에 불과하지만 저만의 오리지낼러티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달의 표면은 항상 정해져 있습니다만 사실 보이지 않는 달의 표면을 모두 합해야 진정 '구체'인 달이겠지요. 사진으로 남기면 그저 평면의 달일 뿐입니다.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저만의 삶. 그 삶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시선과 그것을 글로 배설해내는 저만의 표현. 아직은 너무나도 부족하지요. 저는 게다가 천재는 더욱더 아니거든요. 그를 통해서 제 삶을 살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신문을 구독하지만 신문이 저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한계가 참 많습니다. 신문 밖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조회수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조회수를 생각하면 저도 조회수 오를 글을 쓰고 싶어 지는 욕망이 생기는 것이고 결국 그것은 주류 사회가 제시한 세상에 그저 포함되어버리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전체 조회수 10만 중 70%에 달하는 3편의 글도 제 글이지만 나머지 다른 글도 제 글입니다. 하지만 '제주 아빠'라는 필명의 작가인 저를 보는 대다수의 스쳐 지나간 독자분들에게는 3편의 글이 저의 모든 것입니다. 그러한 저는 사실상 다음 포털과 브런치 편집자분들이 만들어주신 저인 것이죠. 저의 모두는 아닐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다음, 네이버, 구글이 만들어준 세상이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진짜 세상'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의 삶 역시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파란약을 삼키고 있습니다. 믿고 싶은 이 세상은 사실 전부는 아닌데 말이죠.


김녕 해수욕장. 구름과 바다 너머의 세상엔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알지 못하는 세상이 있을 것입니다. 브런치 작가 활동을 통해서 그 너머로 향해봅니다.


다시 한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더불어 브런치 작가 활동을 통해서 오늘도 파란약을 삼키는 대신 빨간약을 삼키며 자신만의 오리지낼러티를 구축하고자 하시는 모든 작가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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