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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May 12. 2020

간호사의 착각에 무너진 母子

'서로의 가슴에 슬픔을 꾹꾹 눌러 담는 중입니다'


노년의학과 간호사는 자기 일처럼 안도했다. 자신이 더 걱정했다며 암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색안 했지만 묵직한 바위가 짓이기던 몸이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것 같았다. 마도 '아이고'라는 작은 탄식을 흘렸다. 


그런데 고작 40여분 뒤 기쁨은 절망으로 뒤범벅됐다. 의사는 엄마와 나를 앉혀 놓고 망설임 없이 엄마에게 폐암 선고를 내렸다. 검푸른 CT 촬영 필름만으로 쉽게 단정 짓는 의사가 야속했다. 혹시나 하는 희망은 빨리 버리라는 재촉 같았다.


간호사의 착각이자 실수였다. 엄마는 "그래도 잠깐이나마 마음 편했으니 됐지. 뭐"라고 했다. 간호사는 엄마 손을 잡고, 문지르고, 가벼운 포옹으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응원을 전했다. 난 입이 얼어 다.




엄마 고관절 수술 후 정기 검진 날에 맞춰 평소 불편했던 엄마의 오른 무릎 인공관절 수술 상담을 받았다. 무릎은 고관절 수술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했다. 마침 내가 승진한 덕에 한 달간의 휴가를 얻은 터라 타이밍도 딱이었다.


수술 전 여러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가슴 엑스레이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다. 폐 CT 촬영을 고 했다. 비슷한 일이 예전에도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여겼다. 


결과는 참담했다. 털끝만큼도 예상하지 못한 통보를 받아들여야 했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튀어 오르는 말 때문에 의사에게 아무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호흡기 내과 간호사 향절차를 설명하는 걸 멍하니 지켜봤다.


'실감이 안 난다는 게 이런 거구나'


무릎 관절 수술 예약을 취소했다. 폐암 정밀 검사를 위한 입원 수속을 밟았다. 다행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1기라고 했다. 하나 더 불행이면서도 다행인 건 우연한 기회에 빨리 발견다는 거다.


병원에서 아침 8시부터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사이 반나절이 지났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2시였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한 시간이었다. 점심을 걸렀지만 입맛이 있을 리 없었다. 엄마 함께 콩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평소 조잘거리는 나였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슬픈 표정을 지을 수도 없었다. 엄마의 심경에 백분의 일이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싶었다. 


농협에 가서 미뤄놨던 엄마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돌아와 엄마 집 청소를 했다. 언제나 밝은 엄마는 여전히 씩씩한 척했다. 겉으로는 평소와 아무것도 다 게 없었다. 무거운 마음을 눈치챌까 봐, 마음이 아플까 봐, 각자의 가슴에 놀람과 슬픔을 꾹꾹 눌러 담는 중이었다.


어느덧 밤이 깊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폐암' 관련 정보를 찾았다. 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카페에 가입했다. 이들의 반대편에 있을 때 전혀 모르던 새로운 세상이 보였다. 서로 의지하고 정보를 주고받고, 응원하는 게 이들의 일상이었다. 


첫 선고를 받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는 글에서 울컥했다. 자식 글이었다. 그 절절한 마음이 내 마음이기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여전히 아무것도 정리가 안 된다. 부동산에 엄마 집을 내놨다. 입원하고 수술하고 치료받다 보면 집을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몰라 취소했다. 성급했다. 진단받은 병원에 입원 예약을 했다. 취소했다. 조금 더 큰 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 시간을 지체해도 될까? 가까운 데가 좋을까? 점점 더 머릿속이 하얗다.


충분한 어른을 거쳐 이제는 늙어가고 있는데도 큰일이 닥치니 갈팡질팡 휘청인다. 인간의 근심 고민 걱정은 끝이 없는가 보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5월 말까지 휴가라는 사실이다. 엄마도 나도 병도 스케줄을 맞췄다.


엄마 입원 및 보호자 입실을 위한 코로나19 검사를 마쳤다. 엄마와 함께 입원했다. 코로나19 덕에 입원하는 게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한다. 진이 쏙 빠지는 하루였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정밀검사에서 오진이라는 게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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