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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얼갈이 김치 만들기

by 도시락 한방현숙

날은 무덥고 입맛은 없고... 먹을 반찬은 더더욱 없어 매끼마다 고민이다. 휴가와 방학이 이어지자 아이들은 웬만하면 배달음식을 시키고 나의 잔소리는 늘어만 갔다.

퇴근 후 남편이 맞이한 저녁식사도 별 뾰족한 수 없이 그날이 그날이었는데,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다른 반찬 필요 없고 이것만 사 오라고 한다. 마트에서 사 온 B열무김치를 맛 본 후 호들갑스럽게 한 말이다.

두어 번 김치를 장바구니에 담자 슬슬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한두 접시에 만원 가까이하는 지출이 내 책임인 양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무김치를 담가 볼 엄두를 냈다. 왠지 열무김치는 잘 담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확신이 되는 날, 재래시장을 찾았다. (날이 너무 더워서일까? 평상시 하지 않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 동네 마트도 자주 가지 않는 내가 시장을 갔다. (대형마트 장보기도 늘 남편과 둘째 담당이었는데...)
♡ 간장 같은 소소한 것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내가 재래시장을 간다고!
♡ 그것도 장마철에 김치재료값이 가장 비싸다는 것을 알면서 굳이... 왜?

우리 동네 재래시장, 모래내시장에서 장마 후 흔하지 않은 귀한 열무를 찾아다니며 가장 비싼 값을 주고 김치거리를 사 왔다. 쭈그리고 앉아 아픈 허리를 배배 꼬며 김치를 다듬으면서도 왜?를 연발했다. 그러다 무더위 속 땀을 흘리면서 마음을 정리했다. 며칠 전, 2003년에 산 김치냉장고를 새로 바꾼 기념으로 나는 지금 열무김치를 담그고 있노라고...(이렇게라도 나를 납득해야 했다.)

♡ 열무 2단, 얼갈이배추 1단을 엄청 엄청 비싸게 주고 샀다. (쪽파와 홍고추도 함께)
♡ 김치를 다듬어 깨끗이 살살 씻은 후 2시간 정도 소금에 절였다.(생전에 엄마가 간수까지 뺀 달달한 천일염으로!)
♡ 밀가루 풀(물 6컵+밀가루 9스푼)을 쑤어 식힌 후 믹서에 재료(양파, 홍고추, 생강, 마늘, 새우젓)를 물과 함께 갈았다.
♡ 커다란 그릇에 쪽파와 양파, 홍고추, 청양고추를 채 썰어 넣고 믹서에 간 양념과 또 다른 양념(고춧가루, 매실청, 올리고당, 설탕, 소금)을 모두 넣어 밀가루 풀과 섞었다.
♡ 씻어 물을 뺀 절인 열무, 얼갈이와 양념을 섞어 짜잔, 열무 얼갈이김치를 완성했다.
풋내 나지 않도록 살살~~
양파(1)+홍고추(5)+새우젓(10)+물(5)+생강+마늘 넣고 갈아 양념 만들기
채 썬 양파(1과1/2)+홍고추(3)+청양고추(7)에 쪽파+고춧가루(15)+매실청(7)+ 올리고당(3)+설탕(6)+소금 조금 넣고 간 양념과 섞어 김칫국물 만들기

밀가루 풀 쑤기와 김치 버무리기를 좀 색다르게 했다.

♡ 밀가루 풀을 쑬 때, 물 5컵을 먼저 끓이다 여기에 희석한 것(물 1컵+밀가루 9스푼)을 넣어 풀을 쑤었더니 엉기지 않고 더 부드러워 좋았다.
♡ 절인 열무와 양념을 섞을 때 버무리지 않았다. 김치통에 절인 열무를 한 단 깔고 그 위에 양념을 붓고, 또 열무를 깔고... 이런 식으로 했더니 풋내도 막고 김치 담그기도 훨씬 수월했다.
다음날, 바로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되다니...

하룻밤 실온에 놓았다가 (새로 산) 김치 냉장고에 보관했다. 국물이 자작한 것이 내가 그린 열무물김치와 일치해서 뿌듯했다. 아주 조금 덜어 시어머니께도 보내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엄청난 양의 김치가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김치통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역시 김치 만들기 하수였다. 앞으로 열무국수, 열무냉면, 열무비빔밥... 등을 만들 생각을 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둘째가 좋아하는 그릇에도 담아보고
물냉면에 열무김치를 얹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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