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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물김치 만들기

찐 감자 육수 이용하기

by 도시락 한방현숙

무더위가 한창인 8월, 코로나19 확진자 4자리 숫자 속에서 전면 등교를 놓고 불안한 방학을 보내던 다른 학교와는 달리 우리 학교는 이미 개학(7/30)을 한 상황(겨울철 공사로 인해)이었다. 8월 3주간을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며 더위와 싸워야 했는데, 무더위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점심’ 준비였다.

학생의 건강과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급식실은 학생이 등교하지 않는 원격수업 진행 시에는 절대 운영되지 않는다. 급식실 조리실무사 및 배식원, 영양사는 출근하지만 교사가 먹을 점심은 만들지 않는다.

(이 말을 듣고 교사가 아닌 남편은 왜? 라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는데, 점심값을 내고 먹는다는 내 말에 공짜 아니에요? 안도하는 듯 되묻는 우리 반 아이들과 똑 닮은 표정이다. 다만 남편은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점심 준비로 인한 고달픔이 매일 지속되던 어느 날, 동료 샘이 싸온 도시락 반찬, 양배추 물김치에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보았다. 연로하신 어머님의 솜씨였는데 어찌나 시원하고 맛나던지, 레시피를 부탁드렸으나 예상대로 ‘그냥 대~충, 조금 넣어서, 눈으로 짐작해서’라는 말이 가득 찬 레시피 내용을 전달받았을 뿐. 귀여운 우리 어머님들의 요리 비법은 계량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였다. ㅎㅎ 그날의 그 맛을 잊지 못해 양배추 물김치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 양배추(500g)를 깨끗이 씻어 소금(4스푼)에 절인다.
♡ 양배추 절인 물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깨끗이 씻는다.
♡ 양배추가 휠 정도로 절이고 각종 채소(오이, 적채 등)도 썰어 놓는다.
♡ 감자를 쪄서 감자 육수를 사용하면 김치 국물이 시원하고 칼칼하다.
♡ 감자(4개)를 쪄서 물을 부어 양파(1개)와 함께 갈아 물김치 국물을 마련한다.
♡ 국물에 고춧가루(2스푼)도 체에 밭쳐 맑게 걸러 섞어 준다.
♡ 설탕(2스푼)과 다진 마늘(2스푼)을 첨가한다.
♡ 절인 양배추에 적당량의 물과 감자 육수로 마련한 김치 국물을 부어 액젓(6스푼)으로 간을 맞춘다. (멸치액젓+참치액젓)
♡ 식성에 따라 소금을 첨가하여 간을 조절한다.
주문한 양배추 크기에 깜짝 놀랐다. ㅎㅎ
양배추를 적당히 썰어 소금에 휘어질 정도로 절인다.
찐 감자와 양파를 물과 함께 갈아 김치 국물에 섞는 중!
냉장고에 채소가 떨어져 오이와 파만 넣었다.

학교에서 맛본 그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찾기 위해 여러 레시피를 검색해 보았다. 찐 감자로 김치 국물을 만드는 비법이 약간 의아했었는데, 보름이 지난 지금 양배추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는지, 오이도 반 개밖에 없어서 양배추만으로 만든 김치인데도 정말 맛있게 먹고 있다. 사진으로 찍은 모습은 수수하고 소박하지만 맛은 정말 최고라는 사실, 아마 감자 육수가 큰 몫을 한 모양이다.

발써 9월, 양배추 물김치는 익어 바닥을 드러내고, 가을 색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덥다 덥다 한 8월도 지나가고, 전면 등교로 교사의 점심 걱정도 사라졌다. 금은 등교하는 아이들 덕분에 무사히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ㅜㅜ

그러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마스크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칠판 앞에 서 있다. 등교 걱정도, 점심 걱정도 없는 예전 일상을 다시 그리워해 본다.

보기와 달리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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