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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 맛 없는 새콤하고 아삭한 마늘장아찌

by 도시락 한방현숙

상큼한 소리를 내며 씹히는 마늘장아찌의 알싸한 맛이 올해도 일품이다. 달큼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은 고기나 생선을 먹을 때 비린 맛을 말끔하게 가셔 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밑반찬으로 제격이다. 유리병에 알알이 담긴 마늘장아찌를 보고 탄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사삭 마늘장아찌 소리만큼이나 경쾌하다.

5월 이맘때, 시장 좌판에 소담스럽게 쌓여 자주색 빛깔과 알싸한 향기로 나를 이끄는 통마늘 꾸러미는 매년 반갑다. 간장 조림 물을 부어 뚝딱 만들었지만 절대 뚝딱 요리라 할 수 없는 것은 마늘 껍질을 벗기느라 하루 종일, 삭히느라 한 달을 기다리며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작년에 정말 맛있게 먹었기에 이번에 욕심을 내어 반 접을 더 샀더니, 까야할 마늘이 150개나 되었다. 그 많은 통마늘 껍질 언제 벗겨낼 것인가가 가장 큰일이었는데 그 대단한 일을 어머니, 아버님이 해내 주셨다, 통마늘을 건네 드리며 송구한 마음 가득했으나 ‘심심한 참에 소일거리로 맞춤이다.’라며 며느리의 바쁨을 나눠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마늘장아찌 만들기를 검색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레시피를 따라 만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린 맛 없는 새콤하고 아삭한 마늘장아찌가 만들어졌다.

한 달 동안 그늘진 곳에서 얌전히 기다린 마늘
다음에서 검색한 '판교댁 송블리님' 레시피
한 달 뒤 아린 맛이 빠진 마늘과 끓고 있는 조림장
♡ 5월 어느 날 대가 달린 통마늘(일명 주대마늘) 한 접 반을 샀다.
♡ 손이 가장 많이 가는 마늘 껍질 까기를 시부모님이 도와주셨다.
♡ 마늘을 씻어 물기를 뺀 후 소독한 용기에 넣어 삭힘 물(물:식초:소금:설탕=3:3:1:1)을 만들어 부었다.
♡ 삭힘 물은 끓이지 않아도 된다. 그늘진 곳에 놓고 한 달을 기다렸다.
♡ 삭힘 물을 버리고 완성 조림 간장 배합초(물:식초:간장:설탕=1:1:1:1)를 끓여 식힌 후 부었다.
♡ 2주를 기다린 후 꺼내 먹으니 맛이 일품이다.
아린 맛 없는 새콤하고 아삭한 마늘장아찌
여러 사람의 손과 여러 날의 기다림을 지나왔기에 더 맛있는 음식이라면 또 여러 사람과 나눠 먹어야 제맛일 것이다.
내 입맛에는 약간 짜다. 내년에는 간장이나 소금의 양을 줄여야겠다.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나길 바라며 조그만 병에 소분하면서 함께 할 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즐거워진다. 일단 가장 큰 그릇은 시부모님께로!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마늘을 한동안 많이 먹을 수 있겠다.

마늘 까기는 정말 하기 싫은 일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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