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콩국수와 가지 구이

2020년 6월

by 도시락 한방현숙

월요일 퇴근하니 두 아이 모두 집에 있다. 큰애는 스터디를 끝내고 지금 막 집에 도착했다며 쓰러져 있고, 막내는 곧 학원으로 출발한다며 한창 준비 중이다. 한 아이는 들어오고, 한 아이는 곧 나갈 모양이지만, 두 아이 모두 배가 고프다며 허기진다 하니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나갈 막내에게나, 지쳐 쓰러진 큰애에게나 뭐든 만들어 먹여야 했다.

일요일 어머니께서 보내 준 콩국물이 1.5L 병에 1/3 남아 있다. 저녁이지만 콩국수가 어떠냐 물으니 둘 다 좋다 한다. 소면을 삶고, 콩국물에 얼음물을 타 희석하니 3인분이 뚝딱 나왔다.

정말 급하게 10분 만에 뚝딱 콩국수!
♡ 많이 아시다시피 냄비에 소면이 끓어 올라 넘치려 할 때, 찬물을 부어 숨을 죽여 다시 끓이면 면발이 매우 쫄깃해지는데, 휑궈낼 때 얼음물을 사용하면 면발의 탱글함은 무조건 보장이다.
♡ 국수 양을 가늠하지 못해 늘 남기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정확한 n인분을 뽑아낼 수 있다.
♡ 설탕을 치면 더 고소하다는 분들도 있는데 난 아직 그 맛은 모른다. 물론 소금을 친다.
♡ 한창 어린아이들을 키울 때는 국산콩을 고집하며 유전자 조작 위험이 적은 생협 콩을 주로 구매하여 직접 삶고, 갈고, 물 타고 그러면서 콩국물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동네 반찬가게나 떡집에서도 부담 없이 구매하여 국수만 삶아 간편하게 콩국수를 먹고 있다.
♡ 다행히 오이가 있어 대충 채 썰어 고명으로 얹었다.

뚝딱 콩국수 세 그릇을 식탁에 내니 배고픈 아이들은 무조건 환호성을 지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얼음까지 띄우니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

냉장고 채소 칸에 있던 버섯과 가지를 뚝뚝 썰어 프라이팬에 구웠다. 소금만으로 살짝 간을 해서 노릇하게 구워내니 제법 먹음직스러웠다. 가지나물에 절대 손대지 않는 막내도 구우면 좀 먹을까 싶었으나 역시 버섯만 몇 번 가져간다.

가지나물만 보면 난 언제나 엄마를 생각한다. 여름이면 콩국물 시원하다 한 컵씩 드시던 엄마가 그립다.
가지를 요런 식으로 칼집을 내어 구운 듯, 프라이팬에 볶으면 채즙이 왕창 나오는 풍미의 가지구이가 된다.

아이들을 식탁에 앉혀 콩국수와 가지볶음이라도 먹이니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 이것이 언제나 먹이고픈 엄마의 마음인가 다.

근처에 사시는 시댁 어른, 어머니 집에 가면 팔순 넘은 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요구르트 하나라도 더 먹이려 언제나 분주하시다. 먹거리를 자꾸 권해 힘들다며, 어머니께 그만 앉아계시라고 손사래를 치던 나는 자식들 앞에서는 방금 전 어머니를 똑 닮은 모습으로 금세 자리 바꿈 한다. 밥 먹는 게 유세인 줄 아는 아이들은 꼭 나처럼 요란스럽게 손사래를 치고, 하나라도 더 먹이려 아이들에게 매달리는 내 모습은 팔순 노모만큼 막강하다.

퇴근 후 이제야 뒤늦게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힘든 줄 모르는 것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내리사랑을 열심히 수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