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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을 끓이며!

내가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듯, 그 날 엄마도 그랬겠지.

by 도시락 한방현숙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출근으로 바쁜 마음에 서둘러 미역을 물에 담가 놓고 씻으러 들어갔다 나오니 조리하기 딱 알맞게 불려 있었다.

♡ 냄비를 달군 후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어 볶는다.
♡ 핏기 뺀 소고기를 넣어 볶다가 물기 뺀 미역을 넣어 함께 볶는다.
♡ 몇 번 뒤적거리면서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 알맞은 양의 물을 넣어 푹 끓인다.
시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조선간장을 먹다가 마트에서 산 국간장 맛을 한번 본 후부터는 끊지 못하고 있다. 웬만하면 맛나다. 인스턴트, 공장의 힘!

별다른 양념 없이 간단한 방법으로 뚝딱 만들 수 있는 미역국은 아이들이 평소에도 좋아해 자주 끓이는 국인데 오늘은 첫째의 생일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마련했다.

끓어오르는 미역국에 마무리 간을 하며 젓다가 불현듯 그날, 27년 전 오늘 나의 출산 산후조리를 위해 끓였을 그날의 미역국을 떠올렸다.

1994년 6월 30일 새벽 1시
내가 나의 딸을 위해 새벽부터 미역국을 끓이듯, 엄마도 엄마의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였을 것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좋은 고기로 세상에 더 없을 맛난 미역국 맛을 칭송만 했지 그것을 마련하기 위한 엄마의 고충(주머니에 고기 살 돈이 없어 이리저리 융통하느라 애를 쓰셨다는 얘기를 후에 들었다.)은 생각도 못 했던, 철없던 첫 출산일이었다.

1994년 오늘도 이렇게 새벽부터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날 저녁부터 진통으로 애를 쓰다 새벽 1시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밖에서 마음을 졸이고 있었고, 오빠는 사골을 사러 새벽 우시장으로 가고 있었다.

딸들의 생일은 곧 나의 출산 기념일이라며 덩달아 효도를 강제하며 많이 웃어 보는 날, 오늘은 우리 엄마(오빠)가 무척 보고 싶다. 엄마의 미역국을 먹고 싶다는 바람은 슬픈 꿈이겠으나 그 사랑만은 아직도 뜨거우리라.

출근 전 후딱 차린, 말 대로 '흰 쌀밥에 소고기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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