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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음으로 전복죽을 쑬 줄 몰랐다.

입맛이 조금이라도 살아나기를...

by 도시락 한방현숙

전복죽을 쒀야겠다 생각했다. 지난주 외삼촌 댁을 다녀온 후 줄곧 염두에 두었으나 장 보러 가기가 어려웠다. 퇴근만 하면 식사 후 쓰러지기 바쁘니 차일피일 미루기 여러 날이 지났다. 한 치 걸러 두 치라고……. 내 자식, 내 가족을 위한 것이라면 진즉에 전복을 사도 여러 번 샀을 텐데……. 반성을 하며 장바구니를 챙겼다.

생선가게 아주머니가 오늘은 평소보다 알이 굵다고 전복 자랑을 하며, 서로 맞붙어 있는 전복을 어렵게 떼어내며 비닐에 담아주었다. 만 원에 7마리 하는 전복을 이만 원어치 사서 서둘러 집에 오니, 갑자기 내린 폭우로 온몸이 젖어버렸다. 가뜩이나 우울한데 장마까지 시작하니 마음이 더 축축해지는 듯했다.

전복죽이야 수시로 쑤는 죽이라 특별할 거 없으나 마음은 계속 가라앉았다. 착잡하다 해야 할까? 무상하다 해야 할까? 나는 지금 외삼촌을 위한 전복죽을 쑤는 중이다. 외삼촌은 어릴 적부터 나의 멘토 같은 분이었다. 건강하고 총명하신 분으로 늘 바른 몸가짐과 사리 판단으로 가르침을 주었는데……. 파킨슨병, 신장결석 등의 병명과 함께 나날이 쇠약해지시더니 지난주에 뵌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40kg대 초반의 몸무게로 바람처럼 서 계신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다. 식욕과 근력이 사라진 모습은 투병기의 엄마 모습 같았다. 간병으로 지친 외숙모의 모습도 마음이 아렸다. 엄마가 투병할 때 누구보다도 엄마를 챙기던 작은외삼촌이었다.

전복살을 떼어내 입을 제거하고 듬성듬성 사각으로 썬다.
♡ 쌀(찹쌀 포함)을 2시간 정도 불려 놓는다.
♡ 전복을 맑은 살이 보이도록 깨끗이 씻는다. 빨판과 옆 부분의 살을 솔로 깨끗이 씻는다.
♡ 밥 수저를 이용하여 껍데기에서 분리한다. 전복 껍데기의 넓은 부분(매끄럽지 않은 부분)에 수저를 넣어 떼어낸다.
♡ 내장을 떼어내고, 전복의 입 부분(세균이 많은 부분)을 다듬어 버린다.
♡ 전복 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듬성듬성 자르고, 내장은 따로 믹서기에 약간의 물과 함께 넣어 간다.
♡ 전복 손질이 끝나면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전복을 넣어 볶는다.
♡ 맛술이나 청주를 부어 비린내를 제거한다.
♡ 불린 쌀을 넣어 맑은 빛이 돌 때까지 볶는다.
♡ 다시마 우린 물을 넉넉하게 넣어 죽을 끓인다.
♡ 양파, 당근, 호박 등 채소가 있으면 함께 넣는다.
♡ 쌀이 퍼지며 죽이 완성되어 갈 때 달걀 2개를 풀어 넣어 휘젓는다.
♡ 기호에 맞게 소금 간을 조금 한 후 뚜껑을 덮어 푹 익혀 죽을 완성한다.
내장을 믹서기에 넣어 갈았다.
참기름에 전복을 달달 볶다가 쌀을 넣어 함께 볶는다.
2시간 가까이 걸려 영양가 풍부한 전복죽이 완성되었다. 입맛이 쓰다며 수저를 들지 못하던 엄마가 그래도 전복죽을 드시고 기운을 차릴 때가 있었기에 삼촌에게도 이 죽이 조금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죽을 끓였다.

한 김 가득한 전복죽을 그릇에 담으며 탄식이 몇 번이나 나왔는지 모른다. 세월의 무상함에, 나이 듦의 서글픔에 마음이 속상하고 슬펐다. 그 굳건했던 젊음이 그렇게 빨리 가버릴 줄이야. 삼촌의 청춘을 기억하기에 더 허무하리라.

따끈한 죽이 행여 식을세라 냄비 째 들고 차에 올랐다. 부드럽게, 따뜻하게, 배부르게 삼촌이 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곱게 잡았다.

전복이 가진 모든 효능이 이 냄비에서 최대로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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