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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안에 '육회' 만들기

by 도시락 한방현숙

큰아이의 날것 사랑은 정말 유별나다. 주기적으로 날것을 먹어줘야 일상 유지가 가능한 것처럼 늘 날것을 입에 달고 산다. 연어, 광어, 우럭회는 물론이고 비싼 참치회와 계절을 대표하는 각종 제철 회들을 섭렵하느라 데이트 비용도 많이 드는 모양이다. 게장과 육회 또한 즐겨먹는 날 것 중,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육회 이야기를 자주 하기에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올 해도 어김없이 11월이 오고, 찬바람이 불고 , 큰아이는 여전히 시험을 앞두고 있다. 가을을 잃은 채 갑자기 닥친 추위만큼이나 올해 임용고시 모집공고 숫자도 얄미울 정도로 쓸쓸하기만 하다. 인정 없는 한 자리 숫자 앞에서 내 마음도 무너진다. 경쟁률 앞에서 절망하는 아이에게 '괜찮아'라고 격려의 말을 건넸으나 불안한 우리의 마음을 아이도 알고, 나도 안다.

그러함에도 교사가 좋다는, 다시 도전하겠다는 큰 아이에게 지금 내가 해 줄 것은, 당장 떠오르는 것이 육회 만들기였다. 광장시장에서 먹어 본 육회를 떠올리며 레시피를 검색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육회의 신선도로 뷔페의 고급스러움을 논할 정도로 나도 육회를 즐기기에 서둘러 동네 정육점으로 향했다. (육회용이 이틀 후에 들어온다기에 기다렸다가 오늘 고기를 샀다.)

♡ 육회거리를 달라하니 우둔살을 주었다.
♡ 지난 번에 한 근을 샀더니 결국 다 먹지 못했기에 300g을 구입했다.
♡ 고기를 키친 타올에 넓게 펴서 위 아래로 핏물을 뺀다.
♡ 배(1/4)를 채 썰어 설탕물에 담가 둔다.(너무 오래 담그면 배의 천연 단맛이 빠지니 주의한다.)
♡ 10분 후 배를 꺼내 물을 털고 역시 키친 타올로 남은 물기를 제거한다.
♡ 양념장을 만들어 고기를 골고루 버무린다. 손보다 젓가락을 이용하여 버무리는 것이 더 맛있다고 한다.(신선도 유지)
♡ 양념장=참기름(2큰술)+다진마늘(1큰술)+설탕(1/2큰술)+소금(1/2큰술)+깨소금
♡ 고명으로 마늘을 편으로 얇게 썰고, 청양고추를 다지고 계란 노른자를 준비한다.
♡ 접시에 채 썬 배를 깔고 버무린 육회를 올린 후 고명으로 장식을 한다.
♡ 가운데 계란 노른자를 조심히 올린다.
둘째가 쓰던 접시 덕분에 더 맛있어 보인다.

뚝딱 만드는 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접시에 담아 모양을 내니 고급 한정식 못지 않은 예쁜 모습이 나왔다. 물론 아이들의 환호가 이어지고, 남편은 역시 좋은 안줏거리라며 핑계삼아 반주를 곁들인다.

첫째도 흡족한 표정으로 맛나게 먹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엄마가 퇴근 후 만든 정성으로 '임용고시,경쟁률, 국어과' 등등의 불안과 떨림에서 잠시나마 빗겨있기를 바라본다. 출근과 시험준비로 치열하게 생활한 2021년이 우리 첫째에게 의미 있고 보람 있는 해로 마무리되길 또한 바라본다.

또 뭐 먹고 싶니? 엄마가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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