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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국수를 만들고 말았다

by 도시락 한방현숙
찜통 교실에서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린 오늘(8/25), 인천의 날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냉방 시설 가동이 원활하지 않은 교실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모처럼 등교한 아이들은 물론이고, 마스크를 쓰고 40 여분 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도 들숨과 날숨이 마스크에 그대로 묻어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행정실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 교실의 온도 조절을 요청하였으나 (냉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만 듣고) 6교시 내내 땀을 줄줄 흘려야 했다.

확진자가 몇백 명씩 늘어난 어지러운 시기에도 불안을 무릅쓰고 어렵게 등교한 아이들에게 이만저만 미안한 게 아니었다. 각반마다 가정학습 중인 아이들의 빈자리는 마음을 더 심란하게 만들었고, 땀을 한 바가지쯤 흘린 후 들은 ‘등교중지’ 소식은 그나마 있던 기운을 모조리 뺏어가 버렸다.

2학기 때는 학교 사정이 좀 나아질 거라 기대했건만 이미 물 건너간 모양이다. 그동안 공들인 방역이 이렇게 어이없이 날아가다니……. 더위와 함께 부아가 올라왔다. 어지러운 시기에 극복은커녕 오히려 초를 치는 사람(인간)들이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나이 들어 나잇값을 한다는 것이 이리 어려운 일일까? 상식적인 행동이 이리 힘든 일일까? 자꾸 고개가 갸웃거리는 안타까운 오늘이다
열무국수를 만들고 말았다

태풍까지 온다는데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등교중지’로 마음은 더 참담하고 정말 지치고 힘든 퇴근길이었다. 손도 까딱하기 싫은 저녁시간이었으나 배는 고팠다. 라면으로 대충 해결하려다 열무국수를 만들고 말았다. 냉장고 귀퉁이에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열무김치(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이 맛보라고 준) 봉지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 열무김치 국물에 설탕과 식초를 넣어 새콤한 국물 맛을 만든다.
♡ 양파, 깻잎, 오이 등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채 썰어 준비한다.
♡ 반숙으로 삶은 달걀과 토마토도 준비한다.
♡ 끓는 물에 소면을 넣고 삶아 끓어오르면 찬물을 넣어 한번 더 끓인다.
♡ 쫄깃한 면발을 위해 얼음물로 씻어 건진다.
♡ 그릇에 얼음을 깔고 그 위에 소면을 얹는다.
♡ 준비한 고명을 올린 후 열무김치 국물을 조심스레 붓고 깨를 뿌린다.

쫄깃하고 시원하고 매콤하며 깻잎 향 가득한 국물을 마시고 국수를 후루룩거리니 세상 시원했다. 얼음까지 와사삭 깨무니 오늘 더위와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이따 차가운 물을 왕창 들이킬 정도로 짭조름한 국물이었으나 그 짠맛이 입에 착 달라붙을 정도로 순간 맛있었다.

세상에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참 많다. 시원한 열무국수 하나에도 오늘 하루 힘듦이 조금 옅어지다니, 그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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