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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Apr 10. 2016

오늘 수필 #3_내가 사랑한 배우 '이은주'

기억되고 있다면 영원히 져버렸다 할 수 있을까



오늘 수필 #3_내가 사랑한 배우 ‘이은주’


별생각 없이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던 중

내 시선을 멈춰 세운 세 글자, '이은주'

정말 내 머릿속의 그 이은주가 맞을까?

찰나의 망설임 없이 이름을 눌렀다.


고인이 된 그녀.

사망 11주기가 된 그녀를 기리기 위 

청아공원 납골당에서 추모식이 열렸다고 한다.

맞다, 11년 전 이은주는 자신의 손으로 숨을 끊었다.

더 이상 같은 시간 속,

그녀를 볼 수 없음에 차오른 안타까움은

당시 즐겨 쓰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풀어 달랬던 기 났다.


오랜만에 본 추모글.

나는 영락없이 그녀 연기에 울고 웃었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비극적인 선택으로 인해 당신이 원했던 혹은 원망했던 그 무엇인가가

조금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랬던 나.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은 말이 없는 그녀에게

지금은 괜냐고 그곳은 어떻느냐고 안부를 묻고 싶다.   


무언가를 미워하는 이유는 분명한 반면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때론 설명이 어렵다.

나름 구체적인 이유를 찾지 않아서였을까.

한 여배우와의 이별.

그로부터 파도처럼 밀려왔던 가슴속 적막함 역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배우 이은주는 내게

이유불문 '계속 보고 싶은' 배우였다.


지금 내 나이는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보다 2년이 더 흘렀다.

짙은 잔상을 남기던 몸짓과 눈짓, 극 중 속 자연스러웠던 다양한 페르소나.

좋은 사람의 모습은 10년, 2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법인걸

살아있었다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어떨까 사뭇 궁금해진다.




엄마
사랑해. 내가 꼭 지켜줄 거야.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돼버렸는데
인정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힘듦을 알겠어...

엄마 생각하면 살아야 하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내가 꼭 지켜줄 거야. 늘 옆에서 꼭 지켜줄 거야.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어. 혼자 버티고 이겨보려 했는데.. 안돼..
감정도 없고.. 내가 아니니까..
일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맨날 기도했는데 무모한 바람이었지
일 년 전이면 원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야.
.
.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 사랑해줬던 사람들.
만나고 싶고 함께 웃고 싶었는데..
일부러 피한 게 아니야.

소중한 걸 알지만
이제 허락지 않아서
미안해.


무엇이 그녀를 비극으로 내몰았을까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쓰라린 상처들이 묻어났다.


침대 위 연필깎이 칼, 핏자국과 밧줄.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외로운 고통에 사무쳤을 그녀.

하지만 그 연기에 감명받은 사람들의 기억 속엔

아직 수수하고 예쁜 미소를 가진 여배우로 살아있다.



성숙한 그리움은 조용한 추모로 달래야 하나.

암흑 속 별이 되어버린 그녀.

저 멀리 숨어버렸지만 한 때 아름답게 빛났다.

그 어디에서인가

그 빛 잃지 않고 계속 발하기를.

故 이은주 (1980.12.22~ 2005.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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