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고 있다면 영원히 져버렸다 할 수 있을까
오늘 수필 #3_내가 사랑한 배우 ‘이은주’
별생각 없이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던 중
내 시선을 멈춰 세운 세 글자, '이은주'
정말 내 머릿속의 그 이은주가 맞을까?
찰나의 망설임 없이 이름을 눌렀다.
고인이 된 그녀.
사망 11주기가 된 그녀를 기리기 위해
청아공원 납골당에서 추모식이 열렸다고 한다.
맞다, 11년 전 이은주는 자신의 손으로 숨을 끊었다.
더 이상 같은 시간 속,
그녀를 볼 수 없음에 차오른 안타까움은
당시 즐겨 쓰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풀어 달랬던 기억이 났다.
오랜만에 본 추모글.
나는 영락없이 그녀 연기에 울고 웃었던 많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비극적인 선택으로 인해 당신이 원했던 혹은 원망했던 그 무엇인가가
조금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랬던 나.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더 이상은 말이 없는 그녀에게
지금은 괜찮냐고 그곳은 어떻느냐고 안부를 묻고 싶다.
무언가를 미워하는 이유는 분명한 반면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는 때론 설명이 어렵다.
나름 구체적인 이유를 찾지 않아서였을까.
한 여배우와의 이별.
그로부터 파도처럼 밀려왔던 가슴속 적막함 역시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배우 이은주는 내게
이유불문 '계속 보고 싶은' 배우였다.
지금 내 나이는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보다 2년이 더 흘렀다.
짙은 잔상을 남기던 몸짓과 눈짓, 극 중 속 자연스러웠던 다양한 페르소나.
좋은 사람의 모습은 10년, 2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법인걸
살아있었다면,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어떨까 사뭇 궁금해진다.
엄마
사랑해. 내가 꼭 지켜줄 거야.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게 돼버렸는데
인정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힘듦을 알겠어...
엄마 생각하면 살아야 하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내가 꼭 지켜줄 거야. 늘 옆에서 꼭 지켜줄 거야.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어. 혼자 버티고 이겨보려 했는데.. 안돼..
감정도 없고.. 내가 아니니까..
일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맨날 기도했는데 무모한 바람이었지
일 년 전이면 원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야.
.
.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 사랑해줬던 사람들.
만나고 싶고 함께 웃고 싶었는데..
일부러 피한 게 아니야.
소중한 걸 알지만
이제 허락지 않아서
미안해.
무엇이 그녀를 비극으로 내몰았을까
그녀가 남긴 마지막 이야기.
쓰라린 상처들이 묻어났다.
침대 위 연필깎이 칼, 핏자국과 밧줄.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외로운 고통에 사무쳤을 그녀.
하지만 그녀 연기에 감명받은 사람들의 기억 속엔
아직 수수하고 예쁜 미소를 가진 여배우로 살아있다.
성숙한 그리움은 조용한 추모로 달래야 하나.
암흑 속 별이 되어버린 그녀.
저 멀리 숨어버렸지만 한 때 아름답게 빛났다.
그 어디에서인가도
그 빛 잃지 않고 계속 발하기를.
故 이은주 (1980.12.22~ 2005.02.22)
오늘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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