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에 나,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오늘 수필 #1_사랑은 ‘장사’가 아니다]
결혼을 2주 앞둔 예비신부이자 예비 며느리인 한 질문자는 “어떻게 하면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맨 처음 돌아온 대답 “기래 생각하면 댁의 결혼은 백 프로 실패야.” 구수한 말투 속 담긴 가시. 마이크를 정성스레 움켜쥐고 있던 질문자의 두 손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고,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왜죠...?” 대답과 설명은 대략 이랬다.
주는 사랑에 대해 자신이 받을 보상에 대한 기대의 기준이 높게 잡혀있다는 것.
사랑은 ‘장사’가 아니다. ‘거래’도 아니며 ‘계산’도 아니다.
공정한 거래와 장사가 가능한 것은 오직 물질적인 것이지, 애초에 정신적인 감정은 공정한 거래와 장사가 불가능하다.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이며 받는 사랑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하면 할수록 채워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받은 사랑에 대해 보답하는 것은, 받은 사람의 자유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며 준 사람의 몫이 아니다. 돌아오면 고마운 것이고 아니면 아닌 것. 사랑이든 우정이든 어쩌면 모두에게 불공평한 교감인 것을 모두가 공평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상처받고 다치는 것이 아닐까?
결혼에 대한 스님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해, 연애기간에 행복하던 두 남녀가 결혼이 시작한 후에 불행하기 시작했다는 한 예를 들었다. ‘이 결혼만 하면 엄청 행복해질 거야’라는 위험한 착각도 없다고. 그리고 말을 듣는 와중 문득 떠오른 한마디. 가수이자 작곡가인 유희열은 한때 자신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었다.
그 사람과 있을 때 가장 나다워지는 사람과 결혼하십시오.
괜히 꾸미거나 가식적이지 않는 그냥 평안한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십시오.
연극은 언젠간 끝나기 마련입니다.
삶 속에 수도 없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들. 그 누구도 그 모든 상황 속에서 일관된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치장하고 한결같이 사람들을 대했다고 자신하기 어렵다. 그만큼 상황의 힘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크고 그만큼 다양한 것이 사람들 개개인이다. 직업인으로서의 나. 학생으로서의 나. 선후배로서의 나.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나. 가장 멋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사랑하는 연인과 나. 하지만 이 모든 상황들 속에서도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진짜 나 자신.
시간이 지나 사랑이 변한다들 사람이 변한다들 말하곤 한다. 하지만, 오히려 가장 나다워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할 때 나오는 말이 아닐까. 가장 화려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줬던 연극의 막이 내리면, 커튼 뒤 초라하고 차가운 모습을 비추는 현실 속에 놓인다. 결혼은 현실. 화려하지만 않다. 그렇다고 어디 현실이 초라하기만 한가? 초라함 속에서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산다. 소소하지만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행복과 즐거움을 찾고,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통속적인 관념에 열심히 하루하루를 버틴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이해받을 수 있는 상대. 그리고 그런 내가 상대방 본연의 모습을 받아들여 이해하고 배려할 준비만 있다면, 결혼?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던 만큼, 또 다른 뜻깊은 배움과 소소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겪어보지 않아 몰라도 그저 모르는 척 하기에는 아쉬움으로만 남을, 옆자리의 진정한 의미.
본 수필은 필자가 대학교 재학 중 청강한 법륜스님의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늘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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