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필 #2_내 강아지는 잠만보였다]
내 강아지는 잠만보였다.
누가 그러더라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요즘 들어 먹고 자고 끄응 싸고
분명 뭣도 하는 건 없는 듯한데
도통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기력이 없어 뵈인다.
“미니 뭐하니~?”
자는 아가 깰까봐 조심하듯 누나 방문 열고 고개를 빼꼼.
넌지시 한번 떠봤는데 골골골 역시나 신나게 자고 있다.
귀 밝기론 우리 가족 중 단연 일등이라 설사 잠 깰라
문 살짝 닫고 까치발로 돌아서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아니 닭고기, 우유껌, 개밥까지 삼합 진수성찬을
다 먹고도 얘는 대체 팔팔할 때가 없네.’
혀를 차며 다시 내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이번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참 그러고 보니 분명 팔팔할 때가 있었다.
곧 부모님께 혼이 날 거라는 확신을 안고 집안 현관문을 열 때
같은 학원 같은 반 아이들 시험 점수는 쑥쑥 오르는데
또 제자리걸음인 내 성적을 들고 풀이 죽은 채 현관문을 열 때
친한 친구와 다투고 결국 화해도 못한 체 현관문을 열 때
바보 같은 짝사랑에 차이고 도망치듯 현관문을 열 때도
미니는 항상 기분 좋게 그리고 힘차게 나를 반겨줬다.
쪼만한 꼬리는 살랑살랑 쪼매난 몸통에선 멍멍왕왕
“다녀왔습니다. 나 왔어.”
라고 겨우 외치기도 전, 이미 큰 경사라도 난 듯 반기는 작은 몸짓에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들은 눈 녹듯 사라졌다.
힘들 때 옆을 지켜 준 잠만보 미니.
이럴 때 쓸려고 에너지를 비축해뒀니.
나도 몰래 위로받았던 순간엔 언제나 힘이 넘쳤던 강아지.
이제는 추억의 책장을 넘겨야만 볼 수 있게 된 미니.
읽고 다시 덮고 미소 짓고 조심스레 다시 꼽아둔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추억은 늘 머무른다.
한 편의 동화처럼 두고두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된 책장 속 미니.
나중에 또 보러 올 테니까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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