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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Apr 24. 2016

오늘 수필 #4_할머니의 무조건적 사랑

언제쯤이면 난


오늘 수필 #4_할머니의 무조건적 사랑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대.."


달리는 차 안 가늘게 떨렸던 엄마의 그 한마디

앞뒤 맥락을 막론하고 용기 내어 본론만 내뱉은 느낌이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하게 남아있는 잔상 

나도 적잖이 못들은 체하고 싶을 만큼 믿기지 않았나 보다.


나는 늦둥이다.

자식 두 명을 낳은 부모님은 더 이상은 생각이 없으셨지만

외할머니는 한 명 더 셋째를 꼭 나아야 한다며 강하게 권유하셨다고 한다.

부모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 설득하시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어렴풋 상상된다.

내가 집안에 화목을 가져올 거라나 나중에 크면 좋은사람이 될 거라나.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만큼 외할머니는 내가 보고 싶으셨나 보다.

내가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부터 나를 보고 싶어 하셨던 외할머니.

덕분에 나는 아직 살아있고 외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종종 손질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 어쩌면 구성원 모두 서로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피치 못할 서운함과 원망도 주고받는다.

하지만 할머니의 사랑은 무언가 달랐다.


조금이라도 더 해주지 못해 고민이신 인심과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익숙한 마음씨.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우리 형제들을 돌보기 어려우셨을 때

할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우리를 거두어 지방 할머니 댁에서 돌보아주셨다.

내가 헤아리기 힘든 수많은 부분을 포함해 부모님을 도와주셨던 것을 비롯

정성 가득 담긴 삼시세끼, 원하면 사주셨던 온갖 게임기와 맛난 것들, 

내가 몸이 아플 때 큰 힘이 되었던 관심과 기도.

추억을 되돌아보면 적어도 난 해드린 것보다 받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이러한 생각을 겨우 할 수 있게 된 미성숙한 나는

더 이상 그 간극을 채우지 못하게 되었다. 


아마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순간조차 

자신보다 가족과 이웃들을 더 생각하셨지는 않으셨을까. 


"너네 외할머니는 덕이 많고 마음 씀씀이가 넓으셨던 훌륭하신 분이셨다."


이제는 연세가 많으셔서 거동이 조금 힘들어지신 외할아버지께서도

위 한마디만큼은 힘주어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존경심은 언제나 위를 향하기에, 내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의 근원은 외할머니를 향해있다.

외할머니가 남긴 발자국들을 보며 성실하게 밟아나가는 엄마.

언젠가는 나도 이들이 남긴 발자국들을 모두 밟아나가야 할 텐데.

그 무엇보다도 사람과 가족이 우선이셨던, 유난히 구수했던 그 목소리가 그립다.

언제쯤이면 난 그분을 닮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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