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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Jul 03. 2016

오늘 수필 #5_군입대를 앞두었던 형에게

예전 썼던 편지를 되새기며



오늘 수필 #5_군입대를 앞두었던 형에게


기록한다는 것 

원고지 위에 혹은 필름 속에 담았다는 것은

다시금 되새기고픈 추억일 수도 혹은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순간일 수도 있었겠다. 

 

이것은 후자겠다.

나는 6년 전 훈련소 입소를 앞두었던 형에게,

미처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한 형을 향한 마음속 응원을

글로 풀어 내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썼다.


그때의 미니홈피만큼 소중한 추억의 책장이 된 나의 브런치에

부치지 못한 편지 한 장을 옮겨 적어본다.

무사히 아니 보란 듯이 멋지게 군생활을 마친 형은 지금

타지에서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중이다.

형을 응원하는 마음은 그때와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기에

이 곳에 그때의 글귀들을 온전한 마음처럼 담았다.


2010.07.26

Goodbye Bro

적지 않은 나이차만큼 항상 배울게 많았던 형.

형이 유학을 가기 시작한 다음부터,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적어졌다.

가까이 있을 때나멀리 있을 때나

낯선 유학생활부터, 크고 작은 인생교훈들까지 내게 많은 도움들을 줬다.


때론 학업에 지치고 나에게 무뚝뚝했던 형에게,

직접 고마움을 표현 못할 때가 많았다.

누나를 비롯해형에게서 받아왔던

진심 어린 걱정들과 충고도움들은 

하나하나 손꼽아 세기 힘들 정도로 많고

그에 따른 가치들은 깊다.

누나와 형에 비해 많이 어린 내가

항상 철 없이 보일 테지만, 언젠간 나도 

둘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이번 여름에도 이렇게

한동안 보기 힘들 것을 알았다면 

좀 더 굳은 심부름 좀 하나 더 하고,

두 번 다툴 걸한 번은 내가 양보할 걸.

끝이 보일까 몰랐던 시간이라 그런가 

보낼 땐 한순간이라 그런지,

조금 더 잘할걸 하고

늦은후회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번 여름,

또 하나 새로운 공통분모가 생겼다.

형 덕에 야구장에 자주 갔었고갈 때마다

무슨 운이 따랐는지, 한 목소리로 응원했던

두산 경기들은 단 한번 빼고, 모두 이겼다.


특히 마지막에 봤던 두산 대 LG 경기는

김현수의 역전홈런을 비롯한 차세대 스타 정수빈까지

발군의 활약상을 편친 멋진 경기였다.

고마운 선수들과 다행스런 결과는

형에게 다시금 떠올리고픈 좋은 추억을 남겨줬다.


형 덕에 처음으로 야구경기를 보면서,

선수 한두 명의 팬이 아닌 두산이라는 팀의 팬이 됐다. 

하나의 팀을 응원하게 되니

하는 맛으로만 즐겨왔던 야구의 감칠맛

보는 맛도 깨달았다.


형의 입대 후엔도대체 언제 다시 

야구장에 같이 야구를 보러 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 여름에 느꼈던 야구장과 두산의 매력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 우리 가족 모두가 한 공간에 모일 시간은

더욱 적어지고,  다음의 기약 역시 불투명하겠지.

모두들 투명하고 밝은 미래를 위해 열심인걸 알기에

다시 모이는 그 순간들은 보다 애틋하고 값질 수도.


훈련소와 군부대에 있는 동안 

몸 건강히 군복무를 잘 마치고 더욱 멋있어질

형을 볼 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비 온 뒤에땅이 더 굳어진다고

형은 앞으로 2년 동안 많이 고생하고 힘이 들겠지만,

그 뒤엔 그만큼 더 성장하고

이 2년을 자랑스러워할 멋진 군인이

되어 돌아올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고마운 두산이 올해에 꼭 우승하고,

형과 누나 하는 일에 모두 행운이 뒤따르길 빈다.


2010.07.28, 입대한 형을 생각하며 쓴 글



오늘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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