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돼버린 작은 배려
오늘 수필 #7_카페오레 Café au Lait
"넌 뭐 마실래?"
대다수가 아메리카노와 라테 사이 1차적 고민을 겪을 때 내 눈길은 망설임 없이 라테 메뉴부터 훑는다. 내 몸이 다량의 카페인 음료를 잘 못 견뎌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쓴 맛의 아메리카노보다 달달한 라테가 더 맛있기 때문이다. 종종 '초딩입맛'이라 불리는 이유다.
커피. 사실 난 주체적으로 커피를 접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니 주변 커피 애호가들은 부쩍 늘어났다. 공부 더미에 쫓겨 카페인을 재촉하는 친구들. 이들에 이끌려 나와는 잘 맞지 않는 아메리카노를 들이켜기 일쑤였다. 꼴에 민증 나온 대학생 됐다고 대세에 편승해 어른티 좀 내보고 싶었나. 이따금씩 내 입이 싫어해도 몸이 거부해도 쭈욱 들이키며 웃어 보였다.
나 자신을 우선시하지 않는 겉치레는 결국 무의미한 것임을 깨우치다 보니, 이제는 자신 있게 초딩입맛을 외치고 다니는 나.
"난 커피는 달달한 라테가 좋아. 쓴 아메리카노는 몸에 잘 안 받더라구."
100m도 채 안돼 비슷한 커피전문점이 즐비하고 개수는 대략 5만에 육박하는 지금, 부담 없이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커피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호기심. 결국 라테의 탄생비화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1685년 프랑스 알프스 산기슭에 위치한 마을, 그르노블에서 태어난 카페오레. 마을의 저명한 의사 시외르 모낭은 커피를 너무 진하게 마시는 환자들이 걱정됐다. 그는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건강을 위한 ‘카페오레’라는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 안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부은 카페오레. 프랑스인들의 아침 식사에 친숙하게 곁들여지는 이 커피에 대해 모낭은 아래와 같이 서술했다.
"사발 한 가득 양질의 우유를 불에 올려서 가볍게 끓기 시작하면 큰 숟가락 가득 커피가루와 큰 숟가락 가득 흑설탕을 넣은 뒤 잠시 그대로 둔다. 너무 끓이면 안 된다. 이것을 마신 후 네 시간 동안은 식사를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것이 필설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몸에 좋기 때문이다."
커피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의 환자들. 이 환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멀리하지 않고서도 커피를 건강하고 덜 독하게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의료용 음료 카페오레. 덕분에 마을 사람들은 은은한 커피 향과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고 우리가 즐겨 마시는 '카페라테'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마을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고자 노력한 한 의사의 작은 배려. 삼백여 년이 지난 지금 하나의 음식이자 세계적인 문화로 남게 됐다. 그 속에 어우러져 살고 있는 지금,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 그 시절의 모낭, 지금 이 광경을 상상이나 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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