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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01. 2020

가격비교와 트레저헌터의 탄생(2006-2007)

PC 시절,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형성

 이제 2006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고객들의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비둘기같던 순진한 온라인 사용자들은 갈라파고스에서만 서식하는 독한 눈빛의 푸른발부비새로 진화하게 된다. 이것이 전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늘어난 이커머스 사이트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이 시점에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학교에서 이런 선배오빠들이 인기있었다. 

 “아, 컴퓨터 사야하는데 어떻게 사지?”

 “그거는 요기 XXX.com에서 사고, 이 건 YYY.com에서 사면 돼.”

 “와, 선배는 어떻게 이런걸 다 알아요?”

 그런 선배들이 스마트한 소비생활을 하는 현명한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는 기상천외한 사이트들을 모두 비교분석하고 최저가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실제로 2007년의 소비트렌트는 ‘트레져헌터’로 정의됐다. LG경제연구원에서는 트레져헌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 트레져헌터란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주는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탐색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비약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시장에서 자신만의 보물을 찾기 위해 애쓰는 트레져헌터는 직접 상품 정보를 습득하고 품질을 꼼꼼히 확인한다. 가격비교 사이트와 리뷰 사이트에서 가격과 사용후기를 챙기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후략)[11]

 

 이러한 트레저헌터 문화에 따라 카테고리별 전문 쇼핑 커뮤니티도 등장했다. 지금은 개그와 드립의 게시물만 넘치지만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DC인사이드’와 ‘Slr클럽’은 대표적인 카메라 쇼핑 정보 사이트였다. 또한 2005년에는 대표적인 트레저헌터 사이트인 ‘뽐뿌’도 오픈된다.  뽐뿌란 영어 ‘펌프(Pump)’를 어원으로 인터넷에서 타인의 구매후기를 읽고 충동을 느끼는 것을 지칭한다. 또한 이렇게 물건을 구매할 때는 ‘지르다’라는 말도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구매를 부르게 한다는 ‘지름신’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대표적인 쇼핑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12]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개인 빅마우스들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2007년에는 개인 미디어로서 블로그 서비스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2006년과 비교시, 블로그 서비스 방문자수가 포털 제공 블로그가 아닌 개인 블로그조차 400%나 증가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는 ‘파워블로그’제도를 통해 본격적인 전문가 블로거의 양성을 선언했고, 2007년 다음으로 인수된 티스토리닷컴도 각종 전문가들을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개인 정서와 친분에 국한된 성격을 가지고 있던 미니홈피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 오픈된 컨텐츠의 블로그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오픈정보이자 유용한 정보, 기사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을 도와주던 선배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트렌드는 곧 서비스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가격비교 사이트였다. 온라인의 최저가경쟁이 심화될수록 가격비교 사이트의 성장률은 높아졌고 2006년는 그 정점을 찍었다. 대표적인 가격비교 사이트인 에누리닷컴과 다나와의 매출이 급증하였고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다음에서도 가격비교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13]


 가격비교사이트가 성장할수록 이커머스간 가격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상위에 노출되기 위한 할인 쿠폰을 붙이는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의 대형쇼핑몰들의 대응 전략은 내부광고 구조 강화와 가격비교가 쉽지 않은 특수 브랜드 상품의 도입 등으로 승부하려고 했다. [14]


    바로 이 시기는 우리나라 이커머스의 하나의 분기점이다. 고객들은 동일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 최대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구매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기존에는 이러한 비교가 쉽지 않았다. 물건을 판매하는 여러 개의 쇼핑몰을 일일이 찾아가며 봐야했다. 그런 과정에서 고객은 각 사이트별로 특징이나 장단점을 인식할 경험과 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가격비교가 등장하면서 이커머스간 비교는 오로지 가격비교 사이트에서의 ‘가격’ 하나로 치환됐다. 물론 이는 사이트가 완전히 동질적일 때 가능한 비교다.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결제한 돈을 떼어먹힐 것 같은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이커머스 사이트나, 회원가입을 새로 하기 꺼려지는 곳은 가격비교에서도 제외되었다.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면 그 다음은 ‘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가격’이 싼 곳에서 주문이 발생했다. (돋보기2 : ‘이커머스1.0의 가치체계도 참고)         

 이 때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산업의 헤게모니는 ‘가격비교’로 넘어가게 된다. 랭키닷컴에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월과 11월을 비교했을 때 종합쇼핑몰의 산업 성장률이 오히려 -0.64% 역신장 하는 모습을 보인다. [15] 가격비교와 블로그 등에서 이커머스 사이트들을 동질로 놓고 오로지 가격으로만 비교하면서, 기존 대형 종합쇼핑몰의 쇼핑포털로서의 입지가 떨어지고 전면 경쟁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해석이 된다. 이 때 이후로 국내의 이커머스는 계속 다수의 플레이어들의 경쟁이 이어지고, 아마존과 같이 압도적 1위의 이커머스가 출현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기존 이커머스사들은 가격비교사이트로 헤게모니가 넘어가도록 그대로 둔 것일까? 분명 당시의 이커머스사들도 가격비교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가격비교를 통해서 인입했을 때에 더 할인해주는 쿠폰을 붙이는 경쟁으로 발전했다는 점은 현재 관점에서는 굉장히 의문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성장 방식을 알고 있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오프라인 제조업과 유통은 기본적으로 판매 채널 다각화를 중요시한다. 제조사들의 경우, 마케터들과 MD들 모두 하는 역할이 신규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상품을 노출시키는 부분을 중요시한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역시 지점을 확보하여 더 많은 지역에서 접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만들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격비교는 근본적으로 ‘CPS(Cost per sale, 구매당 비용)’을 지불하는 광고 서비스이고, 포털사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트래픽에 광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격비교 사이트가 또 하나의 이커머스 사이트이나 쇼핑의 경로로서 이용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시의 그들도 가격비교에서 쿠폰을 붙이는 경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시점까지 국내에서 ‘온라인 이용시의 UX(user eXperience)’라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도 당시의 판단에 대해서 이유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실제로 당시에도 현업에서 일하던 마케터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에는 네이버 가격비교라고 해도 요청을 하는 입장이었고 손쉬운 트래픽 모집 수단이었기 때문에 위협이 될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11]머니투데이, <소비시장에 트레져헌터,아티젠 뜬다>, 2007.07.01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7070112065006682&outlink=1

[12]김선철, 한겨레, <뽐뿌와 지르다>,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08096.html

[13] 전자신문, <가격비교사이트, 올해 장사 잘했다,2006.12.11.http://www.etnews.com/200612110137

[14] 아이뉴스24뉴스, <오픈마켓, 가격비교 사이트와 거리두기 ‘딜레마’>, 2007.1.26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245326&g_menu=020100

[15]몽상대장, ‘2007년 국내블로그 시장분석’, 랭키닷컴 통계자료 재인용, 2008.11.21 http://blog.naver.com/kim_jae_woon/1100379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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