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절,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형성
온라인 갈라파고스의 생태환경 형성에 대해서 더 깊이 들여다볼 차례다. 인터넷 전용선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이커머스를 가격비교 사이트들을 통해서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고객 특성들이 나타났다.
첫째, 대한민국 이커머스 사이트에 대한 고객으로서의 사용성에 대한 기준이 형성됐다.
‘빠른 속도’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2009년의 G마켓과 아마존의 화면을 비교해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언뜻 보기에는 흰 바탕에 파란색을 포인트컬러로 사용하고, 상단에는 헤더에 네비게이터와 검색 UI, 카테고리가 있다는 점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 캡쳐가 담고 있지 않은 부분에는 엄청난 맥락적 차이가 있다.
G마켓의 캡쳐화면에서 ‘이미지’는 대충 세어봐도 20개가 넘는다. 특히 중앙 메인 배너 위치는 1개가 아닌 10개가 넘는 여러 탭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부분은 당시에 유행하는 플래시(flash)로 제작되었다. 또한 캡쳐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상품 이미지는 당시에 유행하던 움직이는 GIF 이미지로 만들어져 있었다. 또한 아마도 처음 접속시 당시에 국내에서 유행하던대로 작은 윈도우 팝업이 약 3~4개는 바로 떴을 가능성이 높다.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불러와야만 로딩할 수 있는 구조였다. 당시 세계 평균의 7배의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 속도와 전국적으로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하고 정액제로 무제한 사용하고 있던 국내에서 가능한 내용이었다.
반면에 아마존의 캡쳐는 이미지가 확실히 적다. 왼쪽의 네비게이션도 거의 웹 브라우저 기본 텍스트링크처럼 흰 바탕에 파란 글씨 링크로 되어 있다. 이미지수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다. 느린 인터넷 속도와 종량제 형태의 사용자들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적합했다.
그 뿐만 아니다. G마켓의 UI를 자세히 살펴보면, 네모 박스형태의 그리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비스 기획자로서 첨언하자면 이러한 형태는 추가적인 개발을 해야 한다. 상품명이 길 때는 일정 길이에서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잘라서 노출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마존은 상품명이 등록된 길이대로 그대로 노출시킨다. 추가적인 개발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인터넷 속도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도 그 이유는 찾아볼 수 있다. 2009년이면 내가 서비스기획자가 되기 2년밖에 차이나지 않을 때다. 2011년에 입사하고 일을 배울 때, 서비스의 디자인 시안이 나오면 마치 보고자료를 보듯이 자를 대고 그리드가 틀어지지 않았는지 보는 선배들이 있었다. PC 사이트에서 반응형 사이트가 대세가 되기 전에는 자로 댄 듯 딱 맞는 UI 라인은 중요한 관리포인트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기업 유통사에서 시작된 이커머스사도 많았기 때문에 비슷한 보고와 관리가 이어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디자인 형태는 결국 고객들에게도 각인되었다. 국내의 온라인 서비스들은 해외의 서비스들과 비교했을 때, 이미지 사용도 많고 지금도 영역이 박스로 분리되어 상대적으로 그리드 영역도 많다. 지금 완전히 아마존과 같은 디자인을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이커머스는 없고, 그런 디자인이 국내의 이커머스 고객들에게 익숙하지도 않다. 반대로 말하면, 고객들에게는 빠른 서비스 속도와 이에 적합한 UI가 학습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졌다.
강의에서 이 부분을 설명할 때, 이삿날 짜장면을 사먹는 것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는 한다. 이사를 한 날 보통 동네에서 처음보는 중식집에서 짜장면을 사먹었을 때 반응을 생각해보면 분명 중식집마다 맛과 형태의 차이가 있을텐데도 큰 범주에서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이커머스를 선택할 때는 충성도가 낮고 상황에 따라서 이커머스 플랫폼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충성도보다는 앞서 소개한 이커머스 핵심가치체계도를 바탕으로할 설득이 훨씬 더 합리적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이커머스 플랫폼 시스템의 문제도 있었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서 동질의 상품을 얼마든지 가장 싼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된 고객들은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만 구매를 하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부추긴 것은 동일한 이커머스 솔루션과 동일한 외주인력을 통해서 구축된 이커머스 플랫폼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플랫폼의 형태가 거의 유사한 상태에서 차이를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상품과 가격뿐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플랫폼간의 경쟁도 상품 확보와 가격단가를 낮추거나 경쟁적으로 할인쿠폰을 붙이는 것으로 발전했기에 고객들은 더더욱 이커머스 플랫폼의 충성도를 갖기 어렵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고객들은 가격경쟁에 익숙해졌고, 이커머스 이용할 때 오프라인 유통과 다르게 조금도 손해보지 않는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형태로 학습되었다. 이 이후로는 이러한 고객들의 특성을 맞추기 위해서 더더욱 이커머스 플랫폼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