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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01. 2020

모바일 앞에서 머뭇거리다(2007~2009)

PC 시절, 국내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형성

이 시기의 국내외 상황 

한국 시장이 가격비교를 중심으로 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동안, 해외에서도 이커머스는 아마존 내에서의 저가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3P 매출 비중은 1998년 3%수준에서 2007년에는 28%에 달했고, 상품수도 그만큼 증가했다. 아마존은 여전히 적자 상태지만, 닷컴버블 붕괴와 911 테러라는 사회적인 악재를 겪으면서 큰 적자를 견디며 살아남아야만 했다. 타사와의 가격경쟁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기위해서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찾은 방법은 개인화서비스의 기초를 갖추기 시작했고 고정 로열티 고객을 보유하기 위한 유료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도입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아마존의 웹 클라우드 시스템을 담당하는 AWS도 2006년에 설립하여 수익모델을 강화하기에 노력한다. 

 

 이 시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새로운 컨텐츠로 떠오른 서비스는 UCC와 SNS였다. 2005년 YouTube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Facebook과 Twitter로 활발한 공유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그렇지만 2007년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공개한 iPhone이었다. 하지만 이 안타깝게도 iPhone은 국내에 2년이나 늦게 정식 유통이 되면서 기존의 PC환경이 일정기간 유지되는 답보상태가 이어져야했다.

 

 2007년은 애플에서는 iPhone을 공식 출시했다. 이에 질세라 구글도 2005년 인수한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무료 공개하기로 선언했다.[17] 바로 모바일 서비스의 OS 선점을 위한 양 진영의 전쟁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iPhone이 정식 판매되지 않았고, 초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삼성의 ‘바다’ 등 자체 OS를 가진 스마트폰들을 일부 출시하였지만 성공적이진 않았다. 


국내의 2007년의 e-비즈니스 : 가격비교와 오픈마켓


 2007년은 온라인 서비스 역사에서 분수령이 된 해다. 바로 ‘아이폰’이 출시된 해다. 검은 폴라티에 청바지, 뉴발란스 운동화를 신고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스티브잡스의 이미지는 역사상 모두의 머리 속에 각인되었다. 하지만 국내는 이러한 흐름이 빠르게 전파되어 오진 않았다. 구글도 2005년 인수한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를 무료 공개하기로 선언했다. 모바일 서비스의 OS 선점을 위한 양 진영의 전쟁의 시작이었지만, 아이폰은 국내 정식 판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국내의 통신사들도 수입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 외 OS를 가진 스마트폰들의 수준은 굉장히 낮았다. 국내에서도 곧 삼성이 윈도우 기반의 ‘옴니아’를 2008년 출시했고, 2009년에는 그 악명높은 옴니아2도 출시했는데 반응은 처참했다. 모바일 세상의 시작이 늦어지면서, 국내는 PC 기반의 온라인 서비스들간 더욱더 치열한 경쟁이 일어났고, 고객들은 이러한 출혈경쟁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에 익숙해지는 2년간의 시대적 공백이 생겼다. 

 모바일 없이도 변화는 있었다. 싸이월드 중심이었던 이용자들은 점차 해외에서 넘어온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이런 흐름을 타고 오픈 ID 서비스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별도의 가입없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의 ID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다니 너무나 획기적으로 보였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2009년 7월에 구글의 체크아웃 서비스를 모델로 ‘네이버 체크아웃’ 서비스를 오픈하며, 오픈마켓에 밀려있던 개인 쇼핑몰에 다시 호흡을 불어넣었다. 별도 쇼핑몰에서 가입 없이 네이버의 ID만으로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 기존 가격비교 사업자보다 네이버 가격비교가 점점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된다. 개인 쇼핑몰의 운영자 입장에서도 기존 결제 서비스 연결보다 쉽고 간편할 뿐 아니라 사이트 신뢰도의 확보와 매출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네이버 체크아웃을 통한 진입이 강화되었고, 네이버는 이를 통해서 검색광고 수익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18]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한 가격경쟁이 주요해지면서, 단연코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오픈마켓’이었다. (이 이유는 chapter3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세를 타고 오픈마켓은 당시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반 이상을 점유율을 차지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오픈마켓의 매출 규모는 2003년 7800억 원, 2004년 1조 4800억 원, 2005년 3조 원으로 매년 100%씩 성장했다.[19] 2007년에는 전체 거래규모가 7조 5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며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절반 이상에 육박했다. [20]


 특히 가장 높은 성장을 보인 곳은 G마켓이었다. 2007년에는 1분기에 G마켓이 만년 2위를 털어내며 70%가 넘는 높은 성장률로 오픈마켓 1위를 수성하게 된다. [21 ]일부에서는 이 시점에 G마켓이 동대문 의류판매자들을 셀러로 많이 전환시킨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G마켓에서는 ‘패션사업팀’이라는 부서를 두고, 동대문 상인들을 셀러로 바꾸고 소규모 셀러들을 많이 양산했다. 부가서비스로 사진 이미지를 올릴 수 있는 이미지 서버 등을 제공하여 자체 인프라가 없이 G마켓에 등록한 상품 정보를 주축으로 점차 온라인 판매를 넓혀 나갈 발판도 마련해주었다. 개인 셀러들을 위한 책들도 이 때 처음 출판되기 시작했다. ‘G마켓에서 10억 벌기’는 당시 대학생인 나도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아무 것도 판매해보진 않았지만, 마음만은 10억 버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11번가의 등장 : 오픈마켓이면서 종합몰을 공격하는 신뢰의 신데렐라


 그러나 이 시기에 이커머스 서비스 기획자로서 더 관심가져야 사이트는 따로 있다. 바로 2008년 ‘11번가’의 성공적인 오픈이었다. 오픈마켓의 성장이 계속됨에 따라서 대기업 SK가 기존의 싸이월드, 멜론, 네이트 등 성공 노하우를 가지고 오픈마켓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 사이트는 역대 후발주자로 진입하여 가장 빠르게 성장한 이커머스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11번가는 어떻게 그렇게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예전에 당시 11번가의 UX랩에서 근무하시던 분의 특강을 들었던 적이 있다. 

“11번가 처음 만들었을 때, 재밌는 시도들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어요. 명동거리의 작은 상점들을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따와서 길을 걸어가는 듯한 UI를 만들었고, 네이트온을 통해서 친구와 상품을 공유하는 기능도 있었죠.”

청중의 고개가 갸웃했다. 나는 손을 들고 질문했다. 

당시에 그러한 UI 기능들이 고객들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지표가 있나요?”당시 대부분의 회사들은 데이터 지표에 대한 개념이 있지 않았다. UX도 UI도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고객이 편하고 재미있어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으로 치우치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시도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고객으로서 기억하기로도 그런 기능들이 어어렴풋이 생각은 나지만, 이커머스의 기본 기능들을 위해서 이내 사라졌었다. 나는 과거의 서비스들을 조명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판단기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일화에서 계속 상기시키고는 했다.  

 

11번가의 진짜 펀치라인은 따로 있었다. 

 정작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11번가의 핵심서비스는 2008년 10월에 선포한 ‘위조품 보상제’ 였다. 2NE1과 각종 티저 광고는 11번가의 110%보상제를 머리에 각인 시켰다. 구매자가 11번가를 통해서 구매한 제품이 위조품으로 의심되면 100% 결제대금 환불과 결제대금의 10%를 11번가에서 포인트로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22] 위조품 문제는 당시에 오픈마켓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지금도 네이버 지식in에서 ‘G마켓’을 검색해보면 G마켓 판매 상품이 정품이 맞는지 알 수 있냐는 당시에 쌓인 질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실제로도 짝퉁 문제는 심각할 수준이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G마켓에 짝퉁 상품일 경우 고지를 명확히 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G마켓은 2005년부터 5월부터 2008년 8월까지 2만 9163종류, 131만 3144개의 상표권 침해신고가 있었고 일평균 1662건의 짝퉁이 조사됐다. 오픈마켓에서 짝퉁 제품 방지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이 실시된 이후로 일평균 50여 건으로 감소됐지만[23] 고객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인식이 잡혔을 것으로 생각된다. 자체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했고, 브랜드사의 공식 업체들에게 짝퉁을 발견 시 신고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짝퉁 상품의 노출을 막는 방식이었다. 애초에 입점 시 상품을 모두 검수할 수 없는 오픈마켓의 특징 때문이기도 하며, 거대한 상품수에 따라서 짝퉁 수도 당연히 비율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현재까지도 규모를 키운 모든 이커머스가 이러한 ‘판매 상품 품질 보증’의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튼 이러한 당시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짝퉁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후보상을 해주는 11번가의 방식은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이자 획기적으로 ‘신뢰’을 상승시켜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사례다. 


   이 고객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11번가가 노린 '신용도 높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오픈마켓'이라는 포지셔닝은 오픈마켓뿐 아니라 롯데, GS, CJ 등 기존 종합쇼핑몰에 더 타격을 주며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기존 종합몰의 경우, 오픈마켓이 저가의 상품과 다수의 물량으로 성장하는 동안 저가경쟁을 지양하고 자사 브랜드와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었기[24] 때문에 오픈마켓임에도 종합쇼핑몰이 가지는 기업 안정성과 브랜드 전문관이 모두 가지고 있던 11번가는 이들의 고객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코리안클릭의 2009년 자료에 따르면 G마켓, 옥션 등 기존 대형 오픈마켓에서 상품을 검색하다가 11번가에서 비슷한 상품을 찾으려는 비율이 각각 52.2%, 51.2%로 나타났고, 반면에 롯데닷컴 등 종합쇼핑몰의 소비자가 11번가를 중복 방문하는 비율은 60~70%로 조사됐다.[25] 즉, 11번가의 성공은 오픈마켓 중심의 이커머스 생태계를 공고히 하고, 오픈마켓 사용자를 더 넓히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신뢰’만으로 단숨에 2위까지 차지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오픈마켓이 성공하려면 ‘트래픽’과 ‘상품’확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저가 형성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이 만들어서 성공한 사례였기 때문에 오픈시점부터 대규모 TV광고와 프로모션으로 초반부터 트래픽을 끌어올렸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몰려와도 상품이 없으면 구매로 이어지지 못할 텐데, 11번가는 당시에 이미 오픈하기 몇 개월전쯤부터 셀러 어드민을 일찌감치 오픈하고 상품을 등록시켜왔다. 게다가 당시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많이 모셔갔는데 이 때 MD와 함께 기존 업체들의 계약업체 리스트도 함께 넘어갔다는 것이 업계에서 들리는 소문 중 하나다. 당시 모 오픈마켓에서 근무하던 분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까지 문서 보안이 철저하지 않던 회사가 갑자기 나갈 때 USB와 가방검사까지 했었다고 한다. 사이트 시스템의 정책서도 같이 넘어갔다는 소문도 있다. 이 말들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이직한 온라인 MD들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었다면 셀러들과 다른 오픈마켓에서 또다시 계약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시점에 ‘쇼핑몰 통합 솔루션’이라고 불리는 회사가 대거 등장하면서 문어발식 입점이 쉽게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쇼핑몰 통합 솔루션’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예정!) 

          

  2008년의 11번가의 성공으로 오픈마켓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면서 업계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다. 2007년부터 G마켓을 보유한 인터파크는 G마켓 매각에 대해서 계속 시장에 정보를 흘려왔다. 매각의 이유는 도서, 여행 등 사업에 더 많이 투자하고 신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당시 2위 오픈마켓이었던 옥션을 보유한 이베이였다. 그런데 11번가가 오픈하기 전에는 이베이가 G마켓 인수를 하게 되면 오픈마켓 시장의 80%의 마켓쉐어를 차지하게 되어 공정위에 의해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었기에 계속 답고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26]그런데 이 상황에서 갑자기 오픈마켓 무섭게 치고 올라온 11번가는 인터파크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물론, 지금의 시각으로는 이 때의 매각이 인터파크에 좋은 선택이었냐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긴 하다) 

 2009년에 매각의 후보는 이베이에 이어 11번가까지 2개로 늘어났다. 이베이는 공정위의 요구사항(3년간 판매수수료 동결)을 지키겠다고 하고, 결국 이베이는 G마켓에 대한 보유지분 전량을 이베이에 매각했다. G마켓 지분의 약 29%에 해당됐다. 이로써 이베이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옥션과 G마켓을 모두 차지하게 되어 1위 오픈마켓 운영 기업이 되었다.[27]



          


          

[17] Zdnet, <구글, 안드로이드 휴대폰 소프트웨어 공개>, 2007.11.05.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00000039162947&type=det&re=

[18] 아이뉴스 24 뉴스, ‘네이버  ID 쇼핑’에 상거래 업계 ‘긴장’,2009.09.16 http://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443253&g_menu=020800

[19]주간경향, [경제]인터넷 쇼핑, 오픈마켓이 대세 , 2006.07.2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33&aid=0000009158

[20] 전자신문, 날개단 오픈마켓, 종합몰 넘는다, 2008.01.09  

http://www.etnews.com/200801080132

[21] 머니투데이, G마켓, 1Q 매출/영업익 모두 옥션 따돌려, 2007.05.16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7051609554074055&outlink=1

[22] 디지털 타임스, 11번가 ’ 위조품 보상제’ 효과 톡톡, 2008.10.16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8101702011132727002

[23] 파이낸셜뉴스, 오픈마켓은 짝퉁 천국, 2008.06.30 http://www.fnnews.com/news/200806301819560460?t=y

[24] 전자신문, 날개단 오픈마켓, 종합몰 넘는다, 2008.01.09  http://www.etnews.com/200801080132

[25] 전자신문, 11번가 오픈마켓이야, 종합쇼핑몰이야?, 2009.04.13  http://www.etnews.com/200904100102

[26] 디지털타임즈, G마켓 매각 답보 추이는, 2008.02.01,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08020102011032691004

[27] 노컷뉴스,이베이”G 마켓”인수, 국내 오픈마켓”외국계 천하”

, 2009.04.16 http://www.nocutnews.co.kr/news/576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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