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아니겠지?, 당신이 학교에서 옮마 온건 아니겠지?" 라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당연히 아니지."라고 센척하며 말하긴 했지만 내심 겁이 났다.
울음을 그치고 유니는 엄마를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서도 좀처럼 열은 내리지 않았다.
병원을 갈지 말지 망설여졌다. 내가 가자고 하니 아내는
"가봤자, 어차피 열나는 거 말고는 다른 증상이 없어서 해열제 밖에 주지 않을 거야. 집에 있는 해열제 먹이자."라고 말했다. 나는 내심 가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왔지만 아내의 말을 듣기로 했다.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특히 내 아내 남대장님의 말은 결혼 생활 10년이 넘는 동안 늘 그 말이 진리라는 걸 증명해오지 않았던가 ㅋ
아침에 일어나 해열제를 먹이고 주먹밥을 만들어 먹였다. 여전히 열은 40도를 오가며 지속되었다. 내일 정숙이네 집으로 집들이를 가기로 약속했는데 이대로라면 불가능이다. 유니는 아침부터 정숙이 아들 이름을 외치며
"엄마, 하준이 집에 언제 가요? 제가 장난감 하준이 빌려줄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 게 아닌가?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보며 속으로 '하윤아, 네가 열이 내려야 갈 수 있단다.'라고 말해주었다. 유니가 들떠있는데 감히 못 간다고 말할 순 없었다. ㅠㅠ
오전 내내 유니는 힘들어했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안아주었다. 오후 2시쯤에 해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여전히 열은 내리지 않았다.
아내는 유니가 아픈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평소 자주 하지 않던 기도가 절로 나온다고 했다.
유니 옆에서 조용히 기도했다.
유니가 아플 때면 우리 부부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진다. 기복주의 신앙인이 된다.
"주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유니 열을 내려주세요. 말씀과 기도생활 열심히 할게요......"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평소에 잘 찾지 않던 신앙의 끈을 간절히 잡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유니는 여전히 열이 났다.
아내가 미지근한 물로 목욕을 시켰다. 반팔 반바지로 갈아입혔다.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유니가 좋아하는 영상도 보여주었다. 저녁 6시쯤에 해열제를 다시 먹였다. 4시간 간격을 지켜가며 해열제를 먹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38.1도까지 열이 떨어졌다. 한시름 놓였다. 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녁 10 시인 지금도 열이 내리지 않고 있다. 아이가 아프면 겸손해진다.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진다. 부모로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음에 대한 죄책감도 듣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게 된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영역을 하나님께 맡기게 되는 순간이다. 이런 걸 기복주의 신앙이라 누군가 욕해도 할 수 없다.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의지 할 수 있는 건 하나님밖에 없다.
우리 부부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일상에 대한 감사와 일상의 영성과 예배의 삶을 회복하겠노라 다짐해 본다. 아이가 아플 때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고 싶으신 게 분명히 있다. 그걸 놓치지 않아야겠다.
오늘밤 유니가 열이 완전히 떨어지고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이 함께 하시리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