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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리 Dec 09. 2021

현재를 사는 것

바로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카르페디엠 <carpe diem>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업성적과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눈부신 청춘의 시기를 무미건조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제자들에게 목소리 높여 외친다.

카르페디엠 <carpe diem> 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로 우리말로는 ‘현재를 즐겨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의 강렬하고 지속적인 감정은, 대부분 과거와 미래의 어느 지점에서 불려 올라오는 듯싶다.


타박타박 앞을 향해 잘 걸어가는 듯싶다가도 아차차차차... 하고는 이내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고개는 돌아가고 다시 그때의 감정에 발목이 잡힌 채 기어이 걸음을 멈추고 만다.

그리고는 이미 지나가버려 손에 잡히지도 않으나 오직 기억으로만 선명한 감정들이 사방을 물들여버린다.  


과거로부터 파생된 기억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제멋대로 점치곤 한다.

절망스러웠던 기억은 불안한 미래를, 그리운 기억은 막연한 희망의 미래를, 상처투성이 기억은 외로운 미래를 그려낸다.

그렇게 과거와 미래를 숨 가쁘게 오가면서 타임머신을 꽤 오랫동안 타고나서 비로소 깨달았다.


나에겐 현재가 없구나

두 번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유일한 지금 이 순간, 찰나의 풍경, 사람, 경험, 마음을 모두 놓치고 있었다.


지나간 과거의 아쉬움에 사로 잡혀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 상상 속에나 영화 속에 있을 법한 핑크빛 미래의 달콤함을 그리며 오늘을 마치 연습 게임처럼 보내는 것 모두 그저 꿈속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우울의 근원은 과거요, 불안의 근원은 미래에 있더라.

누군가는 꿈꾸는 자는 행복하다 하였으나 그것은 현실에 기반을 둘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적어도 우울의 늪에서 헤매고 있었던 그 당시 나에겐 현재가 없었다. 그렇게 아까운 나의 현재는 소리 없이 지나치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가깝게 만져지고 느껴지고 눈앞에 놓여 있는 것들은 역설적으로 의미 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당연'한 것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당연'한 현재는 얼마 되지 않아 '아쉬운' 과거가 되어 또다시 나를 그곳에 거주하게 만들더라.  


현재 지금 이 순간만이 오직 유일하게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리얼리티의 시간이다.

마치 그것이 처음인 것처럼,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신이 나에게 허락한 지금 이 순간을 선물처럼 여기리라 마음 먹었다.


너저분한 침대를 정리 하는 것, 혼자 기어이 먹어보겠다고 가열차게 요리 것, 눈알이 돌아갈 것 같은 엑셀표에 숫자를 넣는 것, 아침커피 향기를 가슴 깊이 몰아 넣는 것, 횡당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표정을 지켜보는 것, 옆자리 동료의 머리스타일이 눈치채기 어렵게 달라진 것을 알아봐주는 것, 잔소리가 8할인 엄마의 전화를 받아주는 것... 

먼지처럼 사소하고, 바람처럼 가벼워서 놓치고 있었던 풍경과 느낌들.    


오늘 하루, 지금 이순간을 오롯이 살아내는 것만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없더라. 


스파게티와 카레를 만드는 그 순간만큼은 나는 진심 그곳에 있었다.


  


At the moment, he wasn't thinking about the past. and he wasn't anxious about might happen in the future.when you focus on what is right in the present moment, it makes you happier, today.

그 순간, 그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옳은 일에 집중하면 오늘을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The present -Spencer Johnson>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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