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추억 성장 재미
한국에 오면서 무엇보다 손주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펐다. 다섯 살 손녀의 물풍선 같은 손을 더 이상 만질 수 없다는 것, 자상함과 정의로 똘똘 뭉친 둘째, 할아버지 할머니를 웃게 해 주려 애쓰는 첫째, 그들이 자는 모습을 보며 두바이를 떠났다.
이제 6년이 지나 아이들은 사춘기를 맞아 여드름이 나고, 갑자기 크는 키를 감당하지 못해 성장통을 앓는다. 신체적인 변화와 함께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왔는데, 첫째는 스스로 자신이 ‘성숙’해 졌다고 이야기하였다. 어떤 면에서 어떻게 성숙하였는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지난 4개월 동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부모의 말은 어떻게 하든 잔소리로 들리는 것이 자녀의 속성이다. 한 세대를 넘어 이야기하면 말은 부드러워지고, 받아들이는 아이도 여유가 있다. 그런 생각으로 공부나 게임, SNS와 잠시 떨어져 자신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질문이 어려웠고,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답을 하지 않을 때, 내 능력이 부족함을 느껴야 했고 ‘이게 맞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였다. 시간이 지나며 아이들도 적응이 되고 나는 챗GPT의 도움을 받아 질문을 만들기도 하였다.
그동안 연재한 13회를 돌아보며 질문을 하였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어떤 거야? 왜?”
첫째와 둘째: 그림 이어 그리기를 꼽았다. 이유는 창의력이 발휘되었고, 생각 밖의 그림이 그려져서 재미있었기 때문이란다.
셋째는 ‘역지사지’ 이야기가 남을 배려하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딱히 싫었던 주제는 없다고도 했다.
그런가 하면 첫째는 하교 후 피곤한데 바로 줌을 해야 하는 날은 싫었고, 둘째는 재미있었지만 피곤할 때도 있었다고 하였다.
2025년에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첫째, 음악 취향이 바뀌었다며, 새로운 가수의 노래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가사의 내용을 아는 척할 수가 없는 내용이다. 거의 19금이다.
둘째는 성적이 많이 올라서 기분이 좋고, 축구도 많이 늘었다고 자랑한다.
셋째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에스파’라는 그룹으로 바뀌었고, 태권도 승급을 해서 보라색 띠에서 빨간 띠가 되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한 이 시간을 한 문장으로 써 줄래?
첫째, 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줌 할 때 느끼는 건 추억이다.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서이다
둘째, 재미있고 기대된다 이유는 할머니랑 할 때마다 뭘 배울지 몰라서 기대되는데 항상 재미있다.
셋째, 재밌다, 왜냐면 새로운 걸 배우기 때문이다.
에필로그를 쓰는 중 할아버지가 사진 한 장을 가족 톡방에 보냈다. 그 사진에는 꼬꼬마 세 명의 뒷모습이 있다. 두바이를 떠나며 집에서 기르던 거북이를 작은 호수가 있는 사막에 풀어 주러 함께 갔었다. 아이들은 그날을 기억하고 있었고, 첫째는 그때 거북이 등에 하트를 그려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어른 같다. 사막에 풀어 주었던 그 거북이처럼, 아이들도 마음껏 세상을 다니며, 힘들어도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또한 연재를 하며 내가 가르친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이, 사실은 아이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날이었다.
2025년을 아이들의 이야기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의미가 있다. 건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