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현주 Sep 10. 2023

02 나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2. 나의 이야기를 대신 써주기도 한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쓸 여유가 없거나 도저히 쓸 능력이 되지 않거나 건강이 허락하지 않거나…. 이런 이유들로 내 이야기를 포기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지 않은가? 비록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는 오래 남아 있을 이야기인데.      

 지지리도 안 풀려 숱하게 고생했던 일, 엄청나게 큰 사건 사고의 현장에서 직접 겪었던 일, 작은 아이디어로 큰 성과를 거둔 일, 깜깜한 절망 속에 빠졌을 때 내 손을 잡아준 사람, 나를 배신하고 떠난 사람, 아련한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시절….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좀 많은가. 그런 것들을 나 혼자 잠시잠깐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들을 자주 한다면 한두 번 정도는 재미삼아 들어주지만 몇 번 반복하면 지겨워할 게 뻔하다.  “또 그 이야기…”, 란 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 차라리 글로 남기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가 불쑥 치솟아 펜과 종이를 찾아든다. 하지만 생각과 글 사이의 간극에 새삼 좌절하고 펜을 놓고 만다. 몇 번 시도해보지만 도무지 나아가지 않는다. 이젠 깨끗이 단념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옛 기억들 속으로 끌려들어가길 여러 번. 이럴 때, 내 이야기를 대신 해줄 사람을 찾는 게 상책이다. 그 사람이 가까운 가족이나 대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어도 무방하다.      

 가까운 가족, 특히 자식이나 손주일 경우에는 자서전을 쓰면서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면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해하는 폭을 넓혀 더욱 끈끈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요즘은 자서전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라, ‘어르신 자서전 써주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적절히 이용하면 보탬이 될 것이다. 노년층과 청년층이 만나 서로 대화하다 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어 세대 차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도 한다. 

 전문적으로 자서전 쓰는 작가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들은 글을 다루는 게 직업이라 ‘내 야기’를 유연한 필치로 훨씬 더 생생하고 실감나게 쓸 것이다.


 대필을 부탁할 때는 작가가 내가 되기 때문에 솔직하게 모든 걸 다 털어놓아야 한다. 숨기고 싶거나 부끄러운 일도 다 말해야 제대로 된 자서전을 쓸 수 있다. 


 내가 직접 쓰거나 대필을 부탁하거나 ‘내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의미 있고 중요하다.     


이전 02화 제1장 자서전 쓰기란?01 나의 이야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