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가족 모두가 외출한 날이 있었다. 왜인지 텅 빈 집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아무런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 것이 괴상하고 무서웠다. 가끔 무엇인가 부러지는 것처럼 뚝, 뚝 하는 소리만 들렸다.
평소에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만 하던 것도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텃밭을 일구고, 원두막을 치우고, 무언가를 뚝딱거리느라 바빴다. 할머니도 종종 마실을 나가곤 했다. 엄마는 다니를 데리고 출근하고, 말할 것도 없는 아빠까지 일하러 나가면 집 안에서 놀고 있는 건 나 혼자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반경에 그들이 있었다는 것이니까. 사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아빠를, 할아버지를 만나러 갈 수 있었단 뜻이다. 그런 환경은 나에게 혼자 있는 기분을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음먹기에 달랐던 걸까? 그날은 공기의 흐름부터 낯설었다.
나는 밖으로 나와, 집 바깥문에 기대어 서서 멀뚱멀뚱 하늘만 쳐다보았다. 옆 집이었던 고모는 창문을 열고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스스로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다시는 안 돌아올 것도 아닌데,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어져버린 고요한 집이 무서웠고, 동시에 비어버린 집을 지키기라도 하듯이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멀리서 돌아오는 아빠의 차를 보고 나서야 내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그리고 다니까지 가족들을 안고 돌아오는 아빠의 차. 포근한 고래에게 돌아오는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