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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mish Jul 01. 2020

늘 우리를 탐험대로 만들었다

동네에서 탐험하는 열일곱 걸음

늘 우리를 탐험대로 만들었다.


무니가 가진 그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늘 우리를 탐험대로 만들었다.

어느 날은, 어떤 이웃이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우리들밖에 없는 이 작은 세계에서 좀 더 나아가는 발언이었다. 무니와 나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길을 올라갔다. 우리는 이 곳에 살면서 외부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살고 있을 거라는 것은 띄엄띄엄 있는 집들을 보며 상상할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우리에게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간 그저 길의 한 가지에 불과했던 가느다란 갈래길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길었고, 우리 집만큼이나 넓은 마당을 가진 집이 나타났다. 허리가 꼬부장한 한 할머니가 차분히 장작들을 옮기고 있었다.  

연로하신 할머니를 도와야 해! 우리는 자전거를 세워둔 뒤 대뜸 달려가 장작 옮기는 것을 도왔다.


물론 이상적인 유대관계를 맺을 순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어린 두 소녀에 어안이 벙벙했던 할머니는 무심하게 돌아가라고 한 마디 하였다.

아이고 고맙구나, 너희는 어디서 왔니? 하는 친절을 기대했던 우리는 실망하였다.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른 채 멋쩍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개천으로 내려가 논 적도 많았다.

물을 피해 징검다리 아닌 징검다리를 찾아 걸어 다니는 것이었다. 별 놀이도 아니었지만 디딜 곳을 찾아 헤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재밌었다. 물속에서 신기한 돌이나 물고기를 발견하는 것도 그랬고. 이따금씩 옷에 엉겨 붙는 도깨비풀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다.


도깨비풀이란 모양새가 정말 뿔 두 개가 달린 납작한 가시였는데, 할머니가 그렇게 불렀다. 팔이나 다리가 따가워서 살펴보면 그 가시들이 옷에 달라붙어 나를 콕콕 찌르던 것이었다. 뾰족한 부분이 옷에 엉켜있었기 때문에 휙휙 턴다고 털지는 풀이 아니었다. 한바탕 각을 잡고 하나하나 그것들을 떼어내야 했다. 그다음부턴 도깨비풀이라는 장애물을 피해 다니는 것도 미션에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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