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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Aug 13. 2022

호텔 마사지와 시내 마사지의 차이점.

코타키나발루 시내 마사지. 

 300링깃을 태운 고오급 호텔 마사지를 받은 다음에 온 허탈함을 이길 수 없었다. 친구들이 받은 시내 마사지의 후기는 내가 딱 원하는 유형의 마사지였다. 뭉친 부분을 무자비하게 풀어주고 종국에는 관절기를 걸어 시원하게 우두둑 소리까지 내주는 피날레까지.. 내가 바라는 마사지는 그런 거였다. 



 여행 마지막 날, 나는 친구들에게 시내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강력히 어필했다. 친구들과 나는 환전한 여행 경비를 모두 털어야 했고, 체크 아웃 후에 할 게 없으니 시간을 꽤나 잡아먹는 마사지라는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마사지는 보통 90분이 풀코스인데, 밤 비행기를 타기 전 붕 뜬 시간 동안 자그마치 1시간 30분 동안 시간을 때울 수 있다. 


 내 친구들은 영수증 같은 종이를 꺼내더니, 어제 받은 마사지 숍에서 받았다고 나에게 보여줬다. 영수증인 줄 알았던 종이는 알고 보니 메뉴가 적힌 마사지숍 홍보지였다. 가격표를 보니... 시그니쳐 90분 마사지가 90링깃이었다. 내가 받은 호텔 마사지보다 3배 싸다. 과연 만족도도 다를까..


 나는 그런 의구심을 안은채 호텔 마사지를 받을 때보단 기대 반 의심반으로 홍보지에 적힌 마사지샵으로 이동했다. 마사지샵은 워터프런트 근처에 있는 시가지에 있었는데, 예전 쇼핑몰이었던 곳이 폐쇄된듯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건물 사이에 있었다. 정확히는 그쪽 건물 라인에 마사지숍에 모여있는 듯했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그쪽 사장이 있었는데, 평소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가진 메뉴판 종이를 보여주자, 그쪽 사장은 몇 명? 3명? 오케이 라며 간결한 한국말로 우리를 안내하게 시작했다. 한국인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가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말을 알아듣는 듯했다. 그리고 우리를 폐건물 안쪽으로 안내하는데 태연해 보이는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마음속에 불안함이 돌기 시작했다. 


 아주 오픈된 곳에 있는 호텔 마사지와는 다르게 음지에 있는 듯한 마사지 샵은 시작부터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막상 들어가니까 이상한 곳이면 어쩌지? 마사지만 하는 데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별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음침한 곳에 있다 보니,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어가니 불이 꺼져있지만 햇빛이 비춰 창문에 빛이 들어온 아파트 느낌처럼, 어둡진 않지만 그렇다고 형광등같이 밝은 빛이 하나도 없는, 지하실에 불을 켜놓은 듯한 밝기였다. 카운터에서 마사지 예약을 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고 마사지사가 각자에게 붙고 마사지 실로 가게 되었다. 


Bella's Sunset

 막상 마사지실로 가니 내 마음속 불안함은 모두 녹아 사라졌다. 옷을 환복 해서 속옷만 입고, 베드에 누워 마사지를 받기 시작하니, 이게 웬걸? 강력한 지압이 내 몸을 사정없이 누르기 시작했다. 호텔 마사지의 자비로운 마사지와는 다르게 이쪽은 날것 그대로의, 나를 파괴시키기 위한 마사지였다. 


 나는 또 남자다 보니, 좀 더 약하게 부탁하면 자존심이 상할 거 같아 이 강력한 세기를 계속해서 참고 있었다. 몸에 힘을 풀어야지 생각을 계속하며 마사지로 인한 고통이 빨리 끝나길 바랬던 것 같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 게 지금 내 몸이 아픈 만큼 그동안 축적되어왔던 나의 근육통과 불균형한 체형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참을만했다. 


 그렇게 내 몸이 마사지로 요리되고 나니 마사지사는 피날레로 나에게 웅크린 자세를 시키더니 그대로 뒤로 안아 내 몸을 저먼 수플렉스로 꺾어 재꼈다. 그러자 내 몸 전체엔 우두둑 소리가 났고, 나는 순간이동을 처음 한 사람처럼 순간 멍하니 앞만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렇게 마사지는 끝이 났고, 고생해준 마사지사에게 부가가치세 10%의 팁을 준다음 밖으로 나왔다. 


 다음으로 한국인 사장이 운영한다는 유명한 마사지샵을 갔다. 이곳은 애초에 한국인이 카운터를 보고 있었고, 메뉴판이나 모든 게 한국인에게 맞게 되어있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시내 한복판에 있어 음침하지가 않았고, 깔끔한 화이트톤 인테리어가 내 마음을 놓이게 했다. 코리아 감성의 인스타그램 이벤트와 한글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마사지사들은 한국말을 교육받는 듯했고, 실제로 한국의 서비스 정신을 수입해온듯한 기업형 친절함을 보여주었다. 


 나와 내 친구들 모두 '발마사지 + 전신 마사지'를 고른 뒤 발 마사지부터 받았다. 마사지사분들이 한국말을 아시다 보니 섣부른 말은 금물이었다. 그분들은 한국말로 괜찮아요? 세요? 약해요? 등을 수시로 물어봐주었다. 나는 영어로 '굿' '오케이' '스트롱 플리즈' 같은 허접 떼기 영어로 대답을 했다. 나는 왜 영어로 대답을 했을까. 그분들이 노력해서 한국말로 물어봐줬으니 나도 그분들이 듣기 편하게 영어로 대답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jasmine masage

 코타키나발루 와서 가장 만족한 마사지는  '발 마사지'였다. 발은 인체에서 가장 피로하기 쉬운 부위라고 하고, 실제로 체감이 가장 되는 부위인데, 이 발을 정성스레 마사지받으니 말 그대로 뇌가 녹는듯한 경험을 했다. 전신 마사지도 퀄리티가 높아 전에 받은 데와 비교해서 생각하면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가격은 115링깃 한화로 약 3만 5천 원 정도였으니, 내가 받은 호텔 마사지에 비해 아주 싼 가격이었다. 


 호텔 마사지와 시내 마사지의 차이점은 분명하다. 


호텔 마사지는 나를 귀한 몸이라 가정을 하고 혹여나 상할세라 정성스럽게 다듬어주고 아껴주며 내 몸을 케어해주는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나른한 상태가 기분이 좋아지는 포인트이다. 쉽게 말해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시내 마사지는 나는 거친 바다를 해치고 귀환한 온몸이 뻐근한 선원이라 생각하는 듯, 항해의 피로를 사정없이 그리고 무자비하게 풀어주고, 다음 항해에도 나갈 수 있게끔 여러 근육통이나 관절염으로 오염되어있는 내 몸을 깡그리 청소해 최적화시키는 느낌이다. 


 기존에 몸에 통증이 있는 분이라면 시내 마사지가 적합하고, 아니면 휴양지에 온 바이브를 가지고 최고급 서 비스를 대접받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호텔 마사지를 추천한다. 





ps. 내가 간 곳은 코타키나발루 워터프런트 근처에 위치한 '벨라스 선셋'과 '재스민 마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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