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아니 백 번을 찍어도

양보다 질이에요!

by 윤작가

"남들은 유별나다고 하겠지만, 나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는 말을 싫어한다.

여자에게 거절당해도 계속 쫓아다니면 자신에게 와줄 거라고 믿거나, 지극한 순정을 바치면

그녀가 나를 돌아봐줄 거라는 맹신은 종종 폭력의 형태로 변질되기도 한다."

- 관능적인 삶, 이서희, 그책, 2013


오늘은 조금 가벼운, 호감 어린 주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내가 저 문장을 대면했을 때

얼마나 통쾌했던지... 어쩌면 나랑 똑같은 사람이 있구나 싶어 반갑고. 저렇게 그대로 표현을 해주다니.

참 속 시원하다 생각했다.


"지금껏 제가 만난 여자 중 가장 독해요!

여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랑은 아니지만 수년을 대시해도 안 넘어가니, 투정하듯 한 마디했던 사람. 흠, 내가 좀 철벽녀 기질에

소극적이고 오랜 시간 관찰하고 대기하게 만들고 쉽게 마음 주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편안하게 받아주는

그런 골치아픈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핵심은 그거다! 찍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도끼를 든 상대에게

내 마음이 얼마만큼 열리느냐, 그를 받아들이고 싶으냐이다. 열 번, 백 번, 천 번 찍으면 넘어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기나긴 두드림에 "그래, 옛다! 너 같은 사람 또 어디서 만나랴?"싶어 넘어가주는 이들도 있을 테지.


그러나 나는 내 마음이 일렁이고 움직여 서서히 그에게 물들어가는 그런 사랑을 원한 것이지, 내 스타일도

아닌데 그저 여러 번 대시한 걸로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안 받아줬다고 독하네 뭐네

따위의 말을 한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 했다. 이해하지 못 했으니 결국 커플이 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고,

그는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말았지. 물론 그가 현명했다고 본다. 나만 쳐다보고 있어봤자 내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보다 적으니. 현실 감각을 좇아 동반자를 잘 찾아갔다.


말로만 좋아한다, 만나보자, 나는 당신을 생각하면 떨린다 등등은 연애 감정 초기에 다 드는 본능적 감각이다.

그런 감정도 없이 데면데면한 상태에서 조건에 맞춘 만남으로 정이 들고 서로가 필요해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슨 디즈니 영화처럼 근사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왕자님만을 고수하다 청춘 다 버리고 쭈그렁 할머니가 되자는 소리가 아니다.


내게 사랑이란 누군가 첫눈에 반해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대시하고 휘황찬란한 이벤트와 멘트로 마음을

사로잡아 사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남들 사는 만큼 살다 여행도 다니고 맛난 거 먹고 그런 게

아니다. 나에게 사랑은 그 사람이라면 결혼할 수 있겠다,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적어도 먼저

들어야 하고. 찬찬히 만나면서 그의 장점과 단점이 보이면서 눈에 콩깍지가 벗겨질 무렵까지 접어들어 내가

이 사람과 계속 만나야 하느냐 마느냐 혹독하게 고민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싸우면서 타인을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눈에 하트 뿅뿅 터지는 시간이 지나서도 내가 이러이러한

점까지 끌어안을 수 있느냐. 그래, 당신의 단점은 나의 장점으로 보완 발전시키고 도울 수 있다는 판단이,

나의 단점은 당신의 장점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자연스레 결혼도 생각하지 않을까?


불장난처럼 그저 나에게 반해 좋다고 하루에도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대시를 받아달라는 행위는 사랑보다는

강요에 가깝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여태 싱글인지도 모르겠지만. 내성적이고 생각이 깊은 면도 사랑의

방해꾼 역할을 하겠지만. 나는 누군가 백 번 찍어 넘어가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서로 마음이 통하고 이야기가

통하고 내가 이 사람에게 기대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내 마음이 움직이는, 내 심장이 반응을 하는 이여야만 한 번 찍어도 넘어가는 사람인 것이다.


단순하진 않다. 까다롭기도 하고. 카페인이 들어갔다고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녹차도 좋아하지 않는다.

몸에 해롭다고 탄산 음료도 경계한다. 그래서 모임 중에도 물 한 잔이면 되고, 너무 돈을 헤프게 써도 나에게

돈을 너무 안 써도 싫어한다. 쉽게 받아들이지 않지만 한번 좋아하면 길게 간다. 그래서 정이 들면 몸살이 날

정도로 정 떼기가 무섭고 아프다. 혼자서 자주 생각하고 멀리 떨어져있어도 나를 생각해주고 연락을 자주

해주면 크게 상관치 않았다. 상대의 입장에 공감을 해주지 못 하는 발언을 하면 사이코패스로 취급하며 아주

몹쓸 사람 대하듯 하기도 한다.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면도 있다. 질투가 강하지만 웬만해서 표내지 않는다.

알아서 잘 해주길 원한다. 선물에 약하다. 거창한 것보다 소소하게 일상에서 자주 나를 기억해주기 원한다.

먼저 연락을 해주고 손 내밀어주는 편을 좋아한다. 내가 그러질 못 하니까. 말이 별로 없으므로 화제를 던져

대화가 이어지게 해주는 이가 좋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이라면 모든 게 좋다.


너무 교양이 없는 사람은 곤란하다! 적어도 책의 가치를 알고 책이 인생에 참 중요하다는 생각 정도는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책과는 담 쌓고 그저 먹고 놀고 즐기는 모토를 지닌 영혼은 나와 맞지 않다. 나는 그 너머의 생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생일 같은 기념일은 꼭 챙겨주기 원하고. 약간 기분파라 챙김 받으면 모른 척 하지 않는다. 그게 인간의 도리니까. 아무튼 나같은 여자는 쉽지 않다. 까다롭다!


저자와 함께 한 마디 덧붙이면 절대 여자는 쉬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 그러나 말 한 마디로 빚만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여자의 마음도 살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말, 때로는 빈 말이어도 예쁘다고 추켜 세워주는 말을 할 수 있는 센스가 있다면 연애 가능성 충분! 그러니 당신이 지금 싱글이라고 해서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짚신도 짝이 있다' 고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이번 봄, 너무 높은 기대는 넌지시 넣어두고 마음 가는 이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보시길!


"벚꽃 보러 같이 갈래요? 제가 커다란 솜사탕 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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