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생생하게, 더 재미있게 써야 해"
'작가님, 글 수정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메일을 보내 놓고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동동거렸다. 사실 이번 주 두 번째 강의를 듣고 작가님께 받은 피드백 결과는 처참했다. 물론 작가님의 말투는 언제나 그렇듯 부드럽고 차근차근 친절하게 짚어주신다.
그러나 피드백을 받아 든 나의 마음은 '내가 이것밖에 못하나?' 하는 자괴감과 낙심. 이제 겨우 시작인데 시작하자마자 난관에 부딪친 기분이다. 사실 작가님이 대놓고 욕을 하거나 크게 야단을 친 것도 아닌데 스스로가 느끼는 굴욕감이라고나 할까?
"문장의 끝은 항상 완결되게 쓰시고... 여기서, 갈등은 있는데 갈등을 풀어나가는 포인트가 없어요. 이 부분에 이렇게 된 과정을 넣어주세요."
생각보다 글쓰기가 쉽지 않다. 매일마다 빠지지 않고 글을 쓰는 부지런한 사람도 아니고 무슨 공모전에 당선된 적도 없는 그야말로 초보나 다름없는 보통 사람이다. 글쓰기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책을 읽다 보니 생각을 적고 싶고 다른 사람이 내가 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러 혼자 일기를 쓰듯 가볍게 싸이월드에 글을 적다 이제는 브런치로 옮겨와서 적는 정도이다.
지난 시간에 쓴 글을 집에서 한번 고쳐서 부푼 마음으로 예쁘게 프린트를 하고 고이 투명 파일에 넣어 갔건만, 이번 주 작가님께 보인 글은 고칠 점이 명확했다. 문제는 문장 부호나 어법이 아니라 글의 전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읽었을 때 무언가 생생하고 재미있는 소재, 표현, 전개가 필요한데 나의 글은 그저 문장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생생한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게 잘 되지 않는다. 혼자 읽을 글이야 그저 생각나는 대로 쓰면 그만이지만 앞으로 다른 이들에게 읽힐, 더구나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면 이래서는 곤란한데 큰일이다.
지금 위로는 작가님도 첫 번째 책을 출판사와 계약하기까지 4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 여러 곳에 원고를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것, 스스로 출판사에 전화까지 해서 탈락한 이유를 직접 듣고 계속해서 수정을 해왔다는 것이다. 거의 해마다 한 권의 책을 내시는 분이고, 이제는 인터넷에 이름만 쳐도 자동적으로 검색어가 뜨는 분이지만 나의 멘토도 첫 발걸음은 쉽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수련과 고뇌가 뒷받침되어야 하겠나?
예전에 안 보이던 새치가 그새 더 생긴 것 같다. 수강신청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내가 어머니의 강권으로 아슬하게 마감하고 기쁜 마음으로 들떠서 시작했지만 아직 스무 차시를 다 채우려면 한참 남았다. 또한 매주 나의 글쓰기는 수정에 수정을 더해야 하는 지경일 텐데, 그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아파온다. 작가님께 피드백을 받는 사람 중에 "고칠 게 없습니다. 글을 많이 써보신 것 같네요. 잘 쓰셨습니다." 이런 칭찬을 받는 이도 분명 있었다. "아~ 부러워라!"
오늘 내가 두 번째 피드백을 메일로 전해받고 스스로 신경 써야 할 점을 뽑아보았다.
첫째, A4 한 장을 기준으로 삼자!
둘째, 문장을 간결하게 쓰려고 애쓰자. 쓸데없는 말은 과감히 줄이자.(내가 한번 말을 하면 좀 길지.)
셋째, 내 글이 꽤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착각한 공주병에서 빠져나와 사흘에 한 번쯤은 다시 읽고 고친다.(그렇다고 너무 기죽을 필요도 없어. 내 개성대로 살면 되니까.)
넷째, 가장 중요한 것! 도망가고 싶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손 놓고 될 대로 되라고 내팽개치고 싶어도 참자! 끝까지 가는 게 이기는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배워나가면 어느 순간 내 글도 꽤 쓸만하네 이런 날도 오겠지.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매일 책들 500페이지 읽어 보세요. 지식은 이자 복리와 같이 쌓입니다. 여러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담하건대 그렇게 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이다.
하루에 50페이지를 읽을 때도 있고 한 권을 읽을 때도 있고 서너 장을 읽고 넘어갈 때도 있다. 쉬는 날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목표를 잡는데 막상 어영부영 버리는 시간이 꽤 많다. 500페이지는 책의 두께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두세 권의 책 분량을 말한다.
우선 지금 목표는 하루에 책 한 권 읽기인데 그러려면 도서관에서 매주 책을 빌리거나 사야 한다. 그만큼 도서관에 오가는 발걸음도 잦아지고 책을 사기 위한 비용도 늘어난다는 말이다. 쉽지 않겠지만 책상에 쌓여있는 책부터 차례차례 읽어나가자. 글쓰기 한번 제대로 배워보려다 할 일도 태산같이 늘어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한숨이다. 자자, 힘내고 이 정도에 지치면 쓰나? 10월 25일까지 개근을 목표로 한 주 한 주 성실히 가다 보면 결과물도 쌓이겠지.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현장에서 치열하게 글 쓰시는 분과 만나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까? 봄처럼 다가온 고마운 기회를 멋지게 활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