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

생각의 범주를 키우기 위해서

by 윤작가

작년 '길 위의 인문학' 도서관 공모 사업으로 도서관에서 함께 수업을 들은 몇몇 이들과 '글친'이라는 글쓰기 동아리를 만들고 지금까지 한 달에 두 번 나눔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인문학 공부법>>으로 유명한 선생님과 책 만들기 수업으로 즐거움을 주시는 선생님과 더불어 <라이프텔링 삶을 쓰다>라는 문집을 출간한 바 있다. 그때의 희열과 짜릿함이 컸던 탓인지 아직까지 무탈하게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도서관이 올해도 '길 위의 인문학'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동양고전강독, 고전으로 사람을 읽다'라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작년에 안면을 튼 사서 선생님에게 미리 정보를 입수하여 동아리 회원 중 나를 포함해서 세 명이 이 수업을 듣는다. 동아리 총무인 나는 메일로 원고를 받고 미리 준비하여 모일 때 서로 피드백을 나눈다. 오늘 무심코 연 메일에 어느 회원이 보낸 원고 제목이 심장을 불끈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왜 공부를 하는가'. 사람은 왜 공부를 하는가. 나는 왜 공부를 하지.


어떤 분은 모르면 살아가기 힘들어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 더 이해하고 제대로 알고 싶어 공부한다고. 모르는 게 창피해서, 모르니까 알고 싶어서 등등. 여러 답변이 나왔다. 동양고전강독 첫 수업을 듣고 내가 찾은 이유는 '생각의 범주'를 키우기 위해서이다. 어릴 적부터 외골수적인 성향에 원칙 그대로를 지키기 고집해서 엄마에게 이런 소리를 자주 들었다.

"너는 융통성이 없어서 큰일이다!"


어릴 적 유치원에서 태극기를 그리는데 그림은 바탕색을 칠하니까 국기에도 좋아하는 보라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선생님들이 어린 날 보고 얼마나 당황했으랴. 잘못을 스스로 알아차린 후에는 창피함에 선생님의 권고에도 끝까지 고집불통, 보라색으로 칠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독감으로 열이 펄펄 나서 학교도 못 가고 죽을 동 살 동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무단횡단을 하는 엄마를 지적하던 나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까다로운 성정을 지닌 아이로 부모님이 양육하기 힘드셨을 듯하다. 물론 숙제는 그날 반드시 해야 된다고 반에서 혼자만 숙제를 해가서 담임 선생님께 칭찬을 듣고 주목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고집에 주위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있는 시간이 꽤 길었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 학업에 충실한 편은 아니었는데 책을 들고 다니는 겉멋에 취해 헤르만 헤세 책을 자주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민감한 성향에 사회성도 떨어져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만나고 교류하는 것을 귀찮아했고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은 그냥 무시하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국어 교과서의 수많은 지문과 책을 통해 서서히 변하는 것을 어머니는 지켜보셨다. 책을 읽고 독서모임에 나가면서 문학 외 다른 분야의 책들도 접하게 되고 관심사가 조금씩 넓어졌다.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이 얼마나 얕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깊이가 작은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책의 제목처럼 책이 도끼가 된 셈이다.

"내 생각이 부서지고 있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인생수업>>이란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삶은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수업과 같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배움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왔습니다. 아무도 당신이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없습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당신만의 여행입니다."

때로 우리는 바람의 자취를 모르듯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해 답답할 때가 많다. 특히 고난의 폭풍우가 불어오면 그때는 자신이 송두리째 뽑혀 모든 것이 끝장날 것만 같다. 그런 순간이 찾아올 때 한 번쯤 저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배움을 얻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다고.


책 읽고, 강연 듣고, 도서관에 제 발로 찾아가는 이유는 사고의 범주를 더 넓혀서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마음의 그릇의 크기를 키워나가기 위함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아가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인생이 조금 덜 외롭고 삶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에 마음이 넉넉해짐을 느낄 수 있으리라. 공부는 지금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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